자연인(自然人)
우리 아버지는 큰 배터리를 업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60대를 홀로 사시다 가셨지만, 나는 보다 더 좋은 세월을 만나 200여 개의 케이불TV 채널을 돌려 가며 80대를 살고 있다. 요즈음에는 '나는 자연인', '나 자연인' 프로를 즐겨본다. MBN, 이벤트 TV, CH View 케이블 TV에서 수시로 재방송을 하고 있는 프로로 한국 40대 이상 연령대가 즐겨 보는 시청률 1순위 프로다.
자연인들은 나같이 흙수저로 태어나서 병고(病苦)와 세파(世波)와 가난으로 세상에서 쫓기듯이 산에 들어와 홀로 자연을 사는 가난이 부자인 사람들인데, 이 프로를 보다 보면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 같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산속 세상에 일가견(一家見)을 가진 사람들의 산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즐겨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자연인들의 덕분에 삼주, 더덕, 두릅, 둥굴레, 겨우살이나 송담, 헛개나무, 구상나무 등도 그렇지만 상황, 영지, 말굽 등과 같은 버섯까지 그 약효(藥效)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자연인에게도 대처(大處)처럼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출신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흙수저들이다.
어린이나, 늙은 사람이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처럼 세상에 가장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이다
나는 흙수저 자연인들의 슬프고도 아픈 과거를 울면서 말할 때 함께 울었고, 잃은 건강을 산에서 찾을 때는 더불어 기뻐하며, 행복을 찾았다고 말할 때는 나도 행복해지며 자연인 프로를 즐겨 보고 있다. 그런 일상들이 글쟁이에겐 글이 되는 법이다.
자연인이 자연인인 것은
농촌에 사는 농사꾼이 농사를 알듯
산이 좋아 산에서 살며
초목(草木) 용도를 터득하게 된 사람들이다.
자연인은 가난과 세파(世波)와 병고(病苦)가 버린
자신을 받아준 산을 경외(敬畏)하며
인생의 이모작(二毛作)을 홀로 하는 늙다리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얼어 죽고, 굶어 죽어야 하는 극한 상항에서
산에 기대 살아야 하는 자연인은
부지런한 하루가 건강(健康)을 주는 것 같다.
가난이 싫어, 고생이 지겨워
아내를 반납하고 떠나 버린 비정한 흙수저 아내들처럼
남편과 아버지를 포기하고 산이 된 자연인이
가축을 가족 삼아 외로운 낮을 보내면
부끄러운 추억을 반추(反芻)하며 잠 들다가
먹이를 주는 닭이 울면 하루를 여는 산사람이 되는 사람들이다.
-자연인(自然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