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이번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광복절 행사는 광복회장이 온 국민앞에 참석하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광복회장이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광복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역대 광복회장 가운데 광복절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종찬 회장이 유일합니다. 이 회장은 전두환 노태우시절인 제 5공화국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원내총무를 지냈지만 민정당 국회의원 가운데 드물게 이미지가 좋은 편에 속했다고 전해집니다. 1995년 김대중 등 동교동계 정치인들과 새정치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부총재를 맡았고 김대중대통령 시절에는 안기부의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해 국정원으로 조직을 개편한 인물입니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 양진영에 모두 몸을 담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적이 없는 정치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선생의 손자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습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분노하게 만든 것일까요.
주말인 어제 광복회 학술원 주최 특강에 참석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반역자 또는 내통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현 정부가 과거 일제 침략 전쟁시기의 일제와 같이 가고 있다고 강도깊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 회장은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을 해서 오히려 2차대전 이전의 일본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전쟁 이전의 일본과 이후의 일본을 혼동하지 말자고 했는데 배신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위안부 문제도 다 일본 뜻대로 되는 거고 강제 징용도 일본 뜻대로 되는 것이고, 아무 것도 우리가 말하자면 피해받은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를 못하게 되어 있다며 이것은 매국적인 행동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회장이 현 정권을 향해 강한 발언을 하는 데는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이 주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했습니다. 독립유관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은 그동안 현 정부가 보여준 일본과의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독립기념관의 최고 책임자로 일제 식민지배를 긍정하는 인사를 임명한 것은 독립운동에 대한 부정을 넘어서서 일종의 모욕주기로 받아드린다는 의미입니다.
독립유관기관 관계자들은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모두 정당화 또는 합법화해주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일 여기서 물러서면 위안부와 강제 징용도 자발적인 것이 돼 일본 뜻대로의 모든 입장에 돌아서는 엄청난 매국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이종찬회장은 독립기념관을 관장한다는 사람이 뉴라이트 깃발을 들고 일본 국적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는 것이 어찌 매국이 아니겠는가라며 뉴라이트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밀정중에 밀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용산에서 광복절 행사에 나와주십시오라고 했지만 자신은 못 나간다고 했고 어떻게 해야 나오시느냐해서 나는 현 정부하에서 건국절 시도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라고 했다면서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신은 도저히 후손들에게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8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