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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도 색깔도 가치도 없는 국힘
자유일보
김정식
어느 나라든 대개 ‘정치 지형은 하루가 다르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국민의힘만큼은 예외인 모습이다.
해방과 6·25전쟁 이후, 북한의 위협과 가난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선배 세대의 유산은 찬란한 번영으로 이어졌지만, ‘민주화’라는 망령에 사로잡혔던 세대에 의해 도태됐다. 1990년대 공산주의 본산인 소련 붕괴 이후 몰이념·몰가치의 시대 바람을 타고,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며 젊음을 만끽했던 그들에 의해 대한민국 보수는 방향성을 상실했다.
보수정당의 몰이념성은 국제적 변화 속에서 더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수년간 지속 중인 미·중 갈등과 점점 커지는 중국의 위협, 난민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 냉전 종식 이후 세계 각국은 새로운 경제·안보 위협과 내부적인 가치 갈등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보수 세력 역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이념적 가치를 재정비하며 자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예외다. 이념적 선명성을 띤 인물들을 ‘극우’로 몰아 내쫓는 것이 현재 보수정당의 현실 아닌가. 언제부턴가 중도·수도권·청년을 강조하고 민생 정책 타령만 하며 이념적 대립은 회피하기만 한다.
민생은 결코 이념과 분리될 수 없다. 잘못된 이념에 경도된 문재인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좋은 예다. 이 밖에도 조세, 복지 등 정책의 모든 방향은 ‘이념적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낡은 이념 갈등을 벗어나자"라는 구호는 결국 좌파의 프레임에 갇혀 보수의 본질적인 가치를 외면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반면 좌파는 명확한 이념적 지향성을 가진 인물들과 조직이 건재하며, 심지어 사회 곳곳에 파고들어 그들의 결집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꾸준히 강화시켰다.
‘색깔론’에 얽매인 이념의 부재는 보수정당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협한다. 간첩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가, 2022년 이태원 참사 직후 북한으로부터 해당 참사에 대한 분노를 크게 키우라는 지령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간첩 사건은 어디 이뿐인가.
이러한 상황에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 중에는 중국과의 연관성을 의심받는 인물들까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조차 보수는 침묵하거나, 무책임하게 회피한다. 국민의힘이, 아니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수·우파로 대변되는 세력 전반이 이념적 정체성을 되찾아, 좌파와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떠한 가치를 바탕으로 국가를 유지하고, 다음 세대에게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념을 외면하는 권력은 그저 깡패나 양아치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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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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