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구에 거주하시는 예비역 1-4년차 분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늘까지 3일에 걸쳐 동미참훈련을 다녀오셨을 겁니다.
처음 경험하는 동미참훈련이라 느낀것도 다소 있어서 주저리주저리 말해보려구요...
.
.
저는 공익근무를 다녀왔습니다.다한증으로 인해4급 판정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에서 2년1개월간 근무를 했지요.
공익을 나오신 다른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현역으로 다녀오신분들 틈에 섞이면 왠지 기가 죽는달까요,죄스러운 마음이 다소 드는것이 사실입니다.사실 그분들께 미안할 이유가 하나 없지만서도 4월달 향방작계를 다녀올때 원인모를 열등의식이 조금씩이나마 느껴지더군요.때문에 난생 처음 훈련소에서 받는 예비군 훈련이란 점에서 통지서를 받아들었을때 정말 떨리더군요.
.
.
첫날 훈련소로 갈때 대단한 각오를 하고 갔었습니다.누군가와 혹시 대화를 나누다 공익이란것에 대한 조소와 비아냥을 들을땐 가차없이 응징하리라..(제가 덩치가 꽤 되거든요)하고 말이죠.또 최대한 갖출것을 다 갖추고 밉보이지 않게..속으로 열의를 가지고 갔었습니다.양재역 7번출구에서 마을버스 09번을 타고 훈련소 정거장에서 하차..하여 한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정류장명이 말이좋아 훈련소입구지 도보로 15분정도 걸리더군요.드뎌 도착한 훈련소입구에서 복장점검(꽤나 철저히 단속을 하더라구요.모자,고무링,상의 형태 등등)을 받고 다시 연병장으로 가서 민증제시,총기와 방탄모 수령을 하고 한숨돌리며 담배한대 피며 비로소 주변 예비군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죠.포스 쩌는 분들 정말 많았습니다.몇몇분은 저런몸으로 용케 전역을 했구나 싶은 반면 어떤분은 존재자체가 살인병기.그러고는 얼마지나 곧 훈련을 시작했는데.............저는 TV 나 영화에서 보던 예비군 훈련행태를 여기에서 더욱 심하게 경험했습니다.일단 예비군은 절대 뛰는법이 없습니다.건들건들 어슬렁어슬렁 집합이 늦어져도 천하태평,교관들이 고래고래 소리질러도 소귀에 경일기...조교들만 죽어나는 거죠."선배님들~ 집합하시겠습니다~ 누우시면 안됩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선배님들~선배님들~!!"소리만 교육시간 내내 지릅니다.그래도 눈하나 깜짝안하는 우리 예비군들....표정에서 '아나 씨바 X같네'와 같은 온갖 짜증과 번뇌만 발산될 뿐이죠.부대장 훈시시간에는 가래침 뱉고 짝다리에 호주머니 손넣는게 기본제식동작이구요.아무튼 저로서는 난생 처음 접하는 놀라운 일들이었지요.또한 너무나 형식적이며 비현실적인 교육시스템에 기운이 빠질 정도였습니다.지뢰시간에는 지뢰장에서 종류만 간단히 설명듣고 40여분 휴식,화생방시간에는 방독면 쓰는 조교 보면서 박수치고 웃고 앉아있다 40분간 쉬기,시가지 전투시간에는 페인트볼로 무장하고 모형건물 그냥 걸어서 나가고 심심할때 몇번 쏘기,안보교육시간은 말 그대로 안보관 들가서 의자에 앉아 2시간 숙면취하기..특히 이 시간은 교관과 예비역의 작용반작용 리플레이가 계속 이어집니다.깨우면 자고 깨우면 자고 자고 자고 또 자고...한 30분 깨우다가 교관쪽에서 포기를 하죠.조금이라도 몸굴린다 싶으면 성깔있는 몇몇 예비군들이 들으란 듯이 욕을 내뱉으니 교관들도 예비군 눈치를 많이 보더라구요.처음에는 저도 눈치를 좀 보며 방탄모도 착용하라고 할때 착용하고 우로어깨걸어총 자세도 유지하고 했는데 이틀부터는 상황과 환경에 점점 녹아들어 완전 퍼지다 싶이 하고 왔습니다.
.
.
솔직히 예비군 훈련을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습니다.제 자신이 가기싫은것도 물론 있지만 그 보다는 교육내용과 진행자체가 전혀 실전에 도움이 안되는,실체와 알맹이는 전무하고 형식과 단순한 시간떼우기만 존재하는 너무나 허무하고 비생산적인 3일간의 아까운 24시간이었습니다.
집에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보았는데(75군번이십니다.그리고 이 당시는 예비군 훈련을 약 15일에 걸쳐서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동일 장소에 집합시켜 보고 듣게끔 하는 것 만으로도 훈련의 의의가 있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가 않습니다.차라리 예비군 훈련에 드는 비용으로 현역들의 시설,장비 및 식비와 월급에 투자를 한다면 군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터이고 더욱 긍정적인 소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그게 아니라면 예비군 훈련과정의 질을 향상시켰으면 하구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런지요??
.
.
.
P.S)) 1.세상 참 따뜻한 사람 많습니다.3일간 고생해준 조교에게 음료수 하나 갖다주며,
"조교야,3일간 수고했다.국방부 시계 금방 간다."라며 말을 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감사하다는
말도 못하고 말없이 눈만 깜빡거리는 귀여운 이등병 조교도 있습니다.
2.세상 참 못된놈들 많습니다.총기는 명찰번호대로 나눠주기 때문에 반납을 해야 귀가할 수 있는데 방탄모와 판초우의는
단체로 줄서서 컨테이너 박스에 본인스스로 반납하고 가야합니다.마지막날에다 비가 와서 귀찮아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화장실 대변기 칸과 흡연실 벤치옆에 버려버린 방탄모만 제가 본게 50여개 이상이에요.이거 없어지면 조교들이 죄다
찾아놓느라 뺑이치는 거잖습니까.마지막까지 좀 줄서서 제자리에 갖다 두면 될걸...혹시라도 오늘 강남.서초 예비군 훈련소
에서 퇴소직전에 귀찮다고 방탄모 반납안하고 화장실에다 버리고 가신분들은 남은 여생 솔로로 지낼 겁니다.
3.오늘 퇴소하고 귀가하는길에 버스안에서 실재 있었던 일입니다.아시다 시피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훈련받느라 땀과 비가
섞여 눅눅한 냄새가 예비군들 몸에 배였죠.그때 여고생 두명이 중간에 탑승했습니다.그러면서 하는말이,
"아,땀냄새 쩔어~짜증나~~".............예비군들 전체 일재히 응시.그러다가 한 예비군이 조용히 부릅니다.
"학생,잠깐만 이리와봐.."...지네들도 말 실수했다는걸 눈치챘는지 고개 푹 숙이고 오더라구요.
"너희들 오빠나 남동생 있어??"
"저 오빠하나 있구 얘는 남동생 하나 있어요..."
"몇살인데??".................."오빠는 21살이구요......."..."동생은...15살이요..."
"너희들 오빠가 5년만 있으면 우리처럼 되고 너희들 남동생이 10년만 있으면 우리처럼 돼.그러니까 그런식으로 말하면안돼."
애들 둘다 얼굴 빨개져서 죄송하다고 하더라구요.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순간 빡돌수도 있었는데 조용히 타일렀던 오늘 빨간
뿔테안경의 예비군....웬지 성숙하고 멋있었습니다.
첫댓글 걱정마십시요. 앞으로 성과위주 예비군 훈련제도로 바뀝니다. 제가 그 성과방식으로 훈련받은 첫 기수입니다. 뭐 첫 기수라 어수선한것도 많았지만 좀 낫긴 하더군요. 합격, 불합격 매겨서 상위 30%는 조기퇴소. 덕분에 약간의 열의도 생기고 말이죠. 그런데 저도 동미참 받았지만 이쪽은 무진장 말을 잘 들었던 거군요...; 그래도 이리 가라 저리가라 라는 말 잘 듣고 다녔는데;
저희는 잘한사람 체크해서 장비반납특권주고 나머지는 아침에 빨리온사람 순서대로 나갔습니다.,.............
전 어제 막타워 2번탔더니 얼굴하고 목에 라이자에 쓸려 기스났어요 ㅠ,ㅠ 현역때도 1번탔는데 동원도 짬이 중요하더군요.
저도 공익 나왔지만, 첨엔 조금 그런 기분 있었지만 이젠 뭐 암 느낌도 없더군요.
그냥 몇년 있으면 다 똑같은 아저씨고, 거기서 더 지나면 다 똑같은 민방위니까요.
저는 벌써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ㅎㅎ 뭐 타성에 젖는거지요.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어디 나왔냐라고 물어볼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합니다만.....
물어보면 그냥 공익 나왔다고 하면 되죠. 거미손님이 정당하게 공익 가신거라면 괜히 주눅들거 없습니다.
오히려 현역나왔으면서 지각하고 이리 귀찮다 저리 귀찮다 하면서 지지리 말 안들으면서 진상부리면,
아마 남아서 보충교육 받고 갈텐데 그게 더 안쓰러워 보입니다.(분명 이런 사람들 몇명씩 꼭 있습니다.)
지각하지 않고 별 문제없이 잘 묻어가고 눈치껏 자다가 퇴소시간 딱 맞춰서 집에 가는게 그냥 최고입니다.
그리고 PS1은 정말 잘하셨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그리고 PS1은 저 아닙니다.저는 목격자일 뿐이에요ㅎㅎ
저희 아버지가 예비군훈련은 모이는것에 의의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전쟁시 이렇게 모인다 이런 의미로요. 훈련보단 모이는것에 초점이 맞춰진거라고 하셔서 수긍한적이 있습니다
전쟁나면 얼마나 모일지 궁금하네요.
거의 다 모일겁니다.
맞습니다. 모이는데 의의가 있는거죠! 교육은 그냥 구색맞추기고요!
모이는게 중요하죠. 자기가 어디소속인지 아는게 가장중요한거죠
전 영천에 예비군 훈련 시키는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답니다. 전 뭐 매일 보다시피 한 장면들이라 새로울것도 없지만 -_ㅡ;; 짬안될땐 정말 힘들었습니다 ㅠㅠ.. 예비군은 말 안듣지.. 통솔 못한다고 고참&간부는 난리지(사실 통솔이 되는게 이상하죠 -_ㅡ..).. 짬찼을때야 예비군이랑 같이 놀면 된다지만.. 짬차도 예비군 훈련은 참 싫었네요 -_-; 예비군 쳐다보는것만으로도 부럽고 짜증났거든요 -_-;; 근데 하도 예비군들한테 시달리다보니 저도 똑같이 해 보고 싶긴 하지만-_-.. 적당히 해야죠 ㅎㅎ 조교의 고충을 잘 알기에 막무가내로는 못할거 같네요 ㅎㅎ
제가 그 옆부대 예비군조교 했었네요! 같은구 주민들한테 시달린거 생각하면... 아.... 옛날 생각나네요! ~_~;;
뿔테안경쓰신분 멋지네요 ㅎㅎ
2222 정말 멋지네요....ㅎㅎ
레알 멋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