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의 열풍, 그 당시엔 대단하더군요.
[왕의 남자]로 대단한 열풍을 일으킨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과
또 한참 이름을 알리던 이준기, 거기에 감우성,
꽤나 난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라디오스타]가 너무 재미없었고, 너무 싫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의 착한 얘기,
가볍게 비유하자면 [좋은 생각]이란 월간 발행물에 실린 글들을 문학으로 얘기할 수는 없듯이.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영화든 뭐든 예술은 무조건 무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아무튼,
그때 천만 가까이 관객이 들었었나요?
[왕의 남자]에 많이 실망해서, 안보려 하다가
영화일에 몸담고 있는 여친의 "그래도 보긴 해야 한다" 라는 얘기에
같이 봤다가, 둘 다 너무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냥 착한 사람들의 그냥 착한 이야기, 그래서 그냥 보기엔 좋을 지 모르겠지만
저한텐 그런 것들이 너무나 불편한 그런 이야기...
밑에 편의점.swf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요.
댓글 세개가 다 재밌게 봤다는 얘기길래, 선입견을 갖고 안 볼 생각했던
[내 깡패같은 애인]이란 영화를 방금 봤는데,
그냥 [라디오스타] 같네요.
그냥 착한 사람들의 그냥 얘기들.
정유미 씨의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그것 뿐이고 (이런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입니다)
박중훈 씨는 - 솔직히 왜 이렇게 유명하고, 속된 말로 먹어주는 지 모르겠습니다.
할리우드 진출까지 노렸던 사람인 것도, 80년대부터 아이콘 역할을 했던 것도 알고는 있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박중훈 씨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 그 후속작들을 보면서
[백야행]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는 너무 다르다는 걸 몇번째 확인하게 되네요.
한석규 씨의 티켓파워가 없어졌네, 어쩌네 얘기는 계속 나오지만
한석규 씨의 연기는 항상 레벨 이상이었습니다.
[백야행]을 따로 보고 나서 여자친구와 했던 얘기도 거의 그 내용이었고,
그 전작이었던 [주홍글씨]도 그랬구요.
[내 깡패같은 연인]을 보면서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나, 전체적으로 맘에 드는 부분도 없고
입봉작인 감독에게 말할 만한 "그래도 이 부분은 괜찮다. 후기작을 기대할 만 하다" 하는 부분도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홍상수 감독에게 열광하고 - 특히 [해변의 여인]부터 스스로 힘을 빼고 변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열광하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때문에 여자친구와 설왕설래가 많았습니다만, 저는 약간의 과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이전 작품까지에 대해 열광하는 취향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잘 생긴 사람은 누가 봐도 좋듯이 (물론 모두 100% 가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맛있는 음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듯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녀는 괴로워]도 상업영화로서는 굉장한 웰메이드라고 생각하고,
봉준호 감독은 영화하는 사람들도 만족시키면서도 <그냥 보는 일반 대중(폄하의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역시 만족시킬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내 깡패같은 연인]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좀 안좋긴 합니다.
입봉작이라 이래저래 많이 흔들렸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합니다만...
그렇게 흥행해던 [왕의 남자]가 많이 아쉬웠었고, [라디오스타]가 그렇게 흥행을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던 저로서는
같은 맥락으로, [내 깡패같은 연인]이란 영화가 너무 싫고, 박중훈 씨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에 한번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p.s.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혹시나 처음에 겨냥했던 캐스팅이
설경구 / 박진희 는 아닐까,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별 생각은 크게 들지는 않더군요.
p.s.
[하모니]를 보면서도 많이 울긴 했습니다만,
[하모니]가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좋은 영화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습니다.
십여년 전에 봤던 [편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최근에 본 진짜 좋은 한국영화를 꼽자면
[멋진 하루]와 [사과]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 계시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마냥 착한 영화라고 보기도 힘든게 영화속에서 이런 저런 현실들도 여실히 나오잖아요. 취직 면접에서 노래부르는거 시켜서 열심히 하다가 울면서 뛰쳐나가거나 박중훈이 나중에 퇴직 경찰한테 칼맞는 장면. 그리고 정유미 아버지 만나러 가서 조폭인거 들켰을때의 박중훈의 표정등.. 어찌보면 상투적인 스토리와 상황들을 박중훈이라서 오글거리지 않게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들의 착한 내용이라 좋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기때문에, 다양한 현상들이 생겨나죠. 자기는 이해가 안되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고, 공감할수 있는 그런것도 당연히 생기는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