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이코드라는 독일제 카메라를 아주 아꼈다. 주로 등산을 갈 때 사용 하였는데 집 꾸리기도 좋고 바닥이 평평하여 삼각대 없이도 풍경사진을 찍기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 카메라를 분실하고 말았다. 사진 찍어러 가서 뭔 일로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을때 누가 가져간 것이었다. 앞이 캄캄한 일이었다.
그 카메라는 렌즈 셔터 방식이었는데 한번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한다고 카메라를 뜯은 적이 있었다. 내가 자주가는 카메라점의 기사가 그제서야 수리를 하다가 셔터 뒷면에 긁힌 흔적을 내었다고 했다. 보통 카메라 수리는 드라이브를 천으로 감아 돌리기 때문에 기스(흔적)이 안 나도록 수리를 한다. 그런데 기사가 잘 못하면 긁히는 수가 있을수도 있었다.
누가 중고카메라를 사는데 같이 가지고 하면 맨 먼저 보는 것이 렌즈를 풀어서 뒤집어 첫번째 나사를 보는 것이다. 확대하여 봐도 흔적이 없으면 일단 수리한 적은 없는것 으로 보곤 하였다. 그리고 느린 셔터를 끊어서 소리를 들어보면 얼마 쓰지 아니한 카메라는 우렁찬 소리가 나고 오래된 카메라는 힘이 좀 빠진것 같은 소리가 난다. 또 뒷편 필름 돌아가는 곳을 보면 흔적이 미세하게 보이곤 하였다. 그만큼 만 되어도 그 때는 전문가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카메라 번호는 수첩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쯤 지난 날 양정에 중고 롤라이코드가 진열되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가 보니 나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상점 주인은 한사코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유는 그 카메라가 나의 것이면 장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카메라 분실을 경찰에 신고해 놓았고 그 카메라가 나의 것 이라면 그 주인은 장물취득으로 경찰서로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인도 모르고 나도 그 카메라를 여기서 바로 보았으니 경찰과 증인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그 카메라의 특징을 이야기 하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주인은 좀 수그러 지더니 특징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조용히 그 카메라를 수리한 기사를 전화로 바꾸어 주곤 아무일 없이 해 줄테니 잘 생각하라고 이야기 하였다. 주인은 수리기사와 전화 통화를 하더니 카메라의 흔적을 발견하곤 순순히 카메라를 내 주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서 한사코 사양하는 주인에게 당초 장물 구입가격을 치러 주었다.
카메라를 분실하고 다시 그 카메라를 찾은 예는 거의 없다. 나는 워낙 드문 독일제 기계에 수리한 기사의 실수가 보태어져서 찾게 되었다.
부산일요사진회에서 광복동 고전 다방에서 전시회를 가졌는데 나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설화를 출품하였다. 그런데 당시 현대 칼라 부산현상소에서 필름을 분실하였다. 나의 사진은 그 전시회를 소개한 라디오 방송에서 ?I찮은 사진으로 소개되어 호평이었는데 난감하였고 더구나 현대칼라 현상소에선 분실시 관례는 필름1통인데 이건 작품이니 하고 난감해 하였지 성의가 없었다. 그래서 분노한 일요사진회 회원들이 방송국 방송부분을 녹음하여 보내 주곤 전국의 사진인들에게 현대칼라현상소를 악선전 하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소장이 와서 사과를 하고 당시 카메라 1대 값 정도를 변상해 주고 갔다. 요즈음도 필름을 잃어 버리면 무성의 하지만 당시는 결혼사진도 필름을 분실하여 법원 판례가 나 올 시절이었으므로 나의 경우는 좀 드문 경우였다.
1974년 부산일요사진회 전시회에서 나는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진 채 웃고있는 산악회 선배의 사진을 출품하였다. 그런데 사진 제목이 [초심자]였다. 그 전시회에 다녀온 선배는 자기가 부산에서 스키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인데 초심자로 제목을 붙였다고 화가 잔뜩 났다. 그러나 전시중인 사진의 제목을 바꿀 수는 없었다. 참 미안한 일이었다.
당시 하단에 가면 낙동강을 건너가는 돗단배나 재첩등을 채취하는 배들이 있었다. 저녁 석양 무렵 그배를 타고 작업을 마친 사람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사진을 찍으면 불같이 화를 내곤 하였다. 바로 초상권 문제인데 그분들 말씀은 당신들은 좋아라 취미로 사진을 찍지만 그 사진을 보는 자기 아들이나 친구들은 어려운 생활한다고 동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먼저 찍겠다고 하면 승낙 할 사람도 없으니 혼이 나도 찍고 볼 일이었다. 그리고 사과하고 소주를 사 주던지 담배를 준비해 두었다가 주던지 해야 했다.
오래 전 니콘 FE카메라를 수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받아와 그냥 두었는데 뒤에 자세히 보니 그 당시 고장난 부문만 고치고 다른 부속을 바꿔치기 하여 조금 지나니 거의 못 쓰게 되어 버렸다. 부산 시내에는 카메라 수리의 명인들이 몇 사람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은 그런짓을 절대 하지 않고 명예를 지키고 사는데 하필 내가 수리를 맏긴 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 졌다. 참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소정영/소정영
수필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2005-11-03 19:36:39
송원영
카메라 수집하신다고 투자 좀 많이 하셨겠습니다 흥미있게 잘보고갑니다
2005-11-03 20:16:38
푸르른소년/송민철
정말...흥미진진한 history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2005-11-03 21:24:55
lazybear/백영국
대단하십니다...
2005-11-03 22:26:02
까만소 /배영식
정말 대단하신 선생님이시군요
2005-11-03 23:27:15
옛날사람/권욱
이야... 저도 부산에 살고 있는 초보입니다 ^^ 사진이야기에 부산이야기까지 등장을 하니 곱배기로 반갑군요 ^^ 3편, 4편 계속 이어질 걸로 기대합니다 건필하세요~☆
2005-11-04 03:14:55
Fatboy/이준호
사진역사의 산 증인이시군요. 잘봤습니다.
2005-11-04 11:46:14
이상호
대단하시군요..후속편도 기대하겠습니다.
2005-11-04 18:28:52
심재명
카메라 수리하면서 부품을 바꿔치기 하다니.. 정말 상식없는 사람들도 있었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5-11-04 18:39:24
주루주/유종덕
좋은글 잘 읽었스니다.
2005-11-04 19:19:06
바람*김종필
다큐를 보는듯 합니다.. 정성어린글 잘 읽었읍니다..
2005-11-04 21:44:59
BornANDBurn/박기태
멋지시네요. 요즘 기변을 준비중인데. 글을 읽어보니 필카가 사고 싶다는...쩝.
2005-11-05 00:47:55
동방의빛/정무영
재미있습니다. 후속편 기대합니다.
2005-11-05 14:10:57
까만토끼☆김지현
정말 제밌네요. 다음 편도 기다려집니다. ^^
2005-11-05 23:39:17
김진형
사진을 찍는 마음가짐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2005-11-06 12:58:02
동해바다/박종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05-11-10 16:13:09
숲속의공터/정필현
저두 잃어버린 카메라를 찾아야 하는뎅....ㅠ.ㅠ
2005-11-11 23:03:42
야차/김동일
잘 보고 갑니다~
2005-11-12 18:03:10
느슨한k군/k군김정성
다음편 기대 됩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네요.
2005-11-14 02:14:37
나/구영탄이요/설후찬
읽으면서 상상을 하게 되는군요.
2005-11-16 18:05:40
배워보자^^/김지철
3 편 읽겠습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2005-11-23 04:51:29
지리산/한세희
저 역시 그 옛날 카메라를 빌려 사진 찍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처음에 사진을 찍고 어떻게 됐나 하고 덮게를 열어 봤던 일 ........ 필름이 풀리지 않아 빈셔터만 눌렀던일 들......... 그밖에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갑니다. 구름사랑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지난 세월을 사진으로 보듯이 짧은 글속에 세월이 찍힌 사진을 본 느낌이라면 ?? 오래토록 기억의 한 페이지를 수 놓기에 충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