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말, 페루 남부지역 아레키파(Arequipa)에서 4시간 떨어진 콜카계곡(Colca Canyon)을 사흘 동안 탐방했다.
리마에서 버스로 4시간 이동하여 파라카스(Paracas)에서 첫날을, 와카치나 (Huacachina)에서 둘째 날을, 신비 문양이 있는 나스카(Nazca)에서 저녁 7시부터 10시간을 밤새 달려 새벽 5시에 아레키파에 도착했다. 참으로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다.
페루 제2의 도시인 아레키파 시내 관광과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날부터 콜카계곡을 3일 동안 돌아다녔다. 미국 그랜드캐년보다도 더 깊어 절경을 자랑하며, 탐방코스가 잘 닦여있어 트레킹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The First Day: 첫날
도착 예정지는 2,100미터의 산후안데추초(San Juan de Chucco)이다.
새벽 4시에 아레키파를 20인승 밴으로 출발하여 4시간 걸려 정차한 치바이(Chivay)에서 아침 식사 겸 용무를 마치다. 다시 콘도르를 볼 수 있다는 콘도르 전망대(Mirador del Condor)로 이동한다.
탐방객들이 환호성을 쳐서 돌아보니 처음에 없던 콘도르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행속도가 빨라서 나는 모습을 쉽게 사진기에 포착하기가 힘들다.
이곳에 십자가가 꽂혀 있는 것이 신기하다.
첫날 트레킹 일정은 3,300미터 산미겔 전망대(Mirador San Miguel)에서 시작하여 2,100미터 산후안데추초(San Juan de Chuccho)까지 약 3시간 하강 산행이다. 이곳에도 십자가가 있어 무사 산행을 바라는 기도를 바친다.
3일간 같이 움직일 7명이 출발 전 기념사진을 찍자는 나의 제의에 모두 흔쾌히 포즈를 취한다.
모두가 26세부터 29세이며, 국적은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등이다.
가파른 암석투성이 길과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다리에 자꾸 힘을 주게 되다. 초반부터 지치어 일행들보다 훨씬 뒤로 처진다. 그런데도 23세 가이드가 같이 있어 주어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중간중간 쉬면서 3시간 남짓 트레킹하여, 2,100미터 산후안데추초에 마침내 도달한다.
도중에, 길거리 조그만 움막에서 과일 등을 사서 목을 축인다. 선인장(Cactus) 열매인 투나(tuna, 백년초)가 하나에 1솔(약350원)이다.
주인 노파는 매일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팔고 있는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많이 팔아주지 않아서 그런가?
점심 후, 모두는 가이드가 권유하는 주변 탐방 권유에 시큰둥하고, 그냥 한담하며 쉰다. 다들 힘은 들었나 보다.
영국인 해리는 요크 출신인데, 호주,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다 남미 여행을 한 달 이상을 하고 있다. 바텐더 자리가 생겨 캐나다 밴쿠버에 간다. 영연방 국가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이 신기하다.
프랑스인 루카는 보르도 출신인데 통역사 준비 중이다. 영어와 스페인어가 유창하고 2달을 여행 중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온 부부가 있다. 남편 캘럼(Callum)은 배관공이고 아내 루시아는 간호사이며 보름 이상을 휴가 중이다.
미국인은 남매지간이라고 하는데, 거의 말이 없다.
점심 식사와 샤워하고 나니 다들 무료한 모양이다.
축구를 하자고 졸라 대는 숙소 집 아들과 젊은 친구 해리와 루카가 같이 놀아 주니 다 같이 나와서 구경한다.
계속되는 맑은 가을 날씨에 밤이 되니 창공에 가득 채운 남반부의 무수한 별들이 반짝인다. 성운도 보인다. 이 별들을 한국의 가족들도 볼 수 있을까?
침대 4개 허름한 방이 오늘의 숙소이다. 계곡 밤의 찬 공기가 지붕과 벽 사이로 들어와 두툼한 담요로 간신히 추위를 면해 본다. 남매 중 미국인 남자가 여동생과 떨어져 나를 포함한 다른 세 명과 함께 곤한 잠을 잔다.
다음 날, 간밤에 동침한 4명의 솔리테리들이 숙소 식당 앞에서, 그리고 전원이 기념 촬영한다. 나는 호주인 루시아 어깨에 팔을 얹으며 다정한 척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