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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부터 먼저 보시는 분이라면 이 밑에 밑에 글 첫 편과 둘째 편을 순서대로 읽은 다음 셋째 편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미 상당수가 읽은 첫 편을 23일 아침 7시53분 수정했습니다. 조금,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주목해 읽어도 재미밌을 겁니다.
그렇게 도로공사 직원이 다녀간 뒤 정확히 8분 정도 지나자 렉카가 득달처럼 도착했다. 타이밍 벨트가 끊어졌는데 견적 좀 나오겠다고 했다. 견인을 위해 지지대를 밑에 넣고 어쩌구 하는데 옆에서 거들던 재로가 일을 끝내고 갓길 위로 올라오려다 길에 걸려 와르르 넘어진다. 아니다. 재로야 너 아까 방파제 위에 올라가 물 뺄 때 옆엣 사람 보지도 않고 담배에 온 신경을 쏟은 채 비를 내릴 때 너 이미 취해있었어
어떻게 하다보니 재로와 멍게, 내가 그냥 그 차에 남고 똥파리가 형과 렉카를 탔다. 렉카 처음 타봤다. 뱅글뱅글 요란벅적 돌아가는 경광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끌려가는 그 심정 정말 선배들은 모를 거다. 두 사람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정말 지랄 같았다. 누가 먼저 꺼냈다고는 말못하겠고-절대로 비밀이다-우리는 그렇게 끌려가면서 의논했다.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거였다. 그리고 내 머리는-그날 어차피 가장 이성적일 수밖에 없는-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그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횡성의 정비공장에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 형이 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서 "세가지 방안이 있지요. 첫째는 다섯 명 모두 남아 차를 고치고 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형하고 누구 한 사람만 남고 세사람은 택시로 여주휴게소까지 간 다음 서울로 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다섯 명 모두 택시타고 여주 휴게소로 가고 이 차는 폐차시키는 겁니다" 당장 지적이 돌아왔다. 세번째 폐차를 하더라도 여기는 한번은 와야 된다고
여러분 모두 생각하는 결론대로 움직였다. 택시 기사가 6만 5000원 달라는 것을 멍게가 일언지하에 협상해 택시가 도착했고 우리는 빠이빠이했고 여주휴게소 밑으로 난 땅굴-희한했다. 땅굴 사이로 물이 흐른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을 통해 내 차를 타고 여주나들목으로 나갔다 들어와 정말 엑셀레이터를 그렇게 신나게 밟으며 중부고속도로를 오르고 올라 4시 40분 우리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재로, 그렇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데는 많고 시간은 많았던 재로는 오늘 동생 식당 일 도와주러 올라와야 한다고 했고 나는 마라톤에 출근이 겹쳤으니 꼭 올라와야 했고 멍게는 가족과 친하니까 올라와야 했고 다 그렇게 꼭 올라와야 할 이유가 있었네요. 형님. 미안하고 고맙다. 저녁 8시쯤 통화했는데 30분 전 쯤 수리가 끝나 횡성을 출발, 문막에 이르렀다고 했다. 내가 형 대신 전화를 받은 똥파리투에게 말했다. 형 보고 중부고속도로 상일 나들목까지만 태워달라고 하라고, 그러면 내가 나가 거기서 만나 집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여주휴게소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아마 그때가 새벽 3시쯤 됐을 거다-피엘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멍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횡성을 지났다고 했다. 나도 옆에서 숨죽이며 듣고 있었고 재로도 아마 깨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사기치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멍게의 판단이 옳았기 때문이다. 그 시각 이런 사고 내용을 다 알려준들 서로에 무슨 도움이 되겠으며 선배들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까 그런 생각을 다 했던 것이다.
오늘 하루 너무 힘든 하루였고 그 새벽 그 막막함은 정말 몸서리쳐지는 것이었지만 낸중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결코 쉽게 맛볼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히려 산행보다 이런 후일담이 재밌으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산 얘기로 즐거워야 할 카페가 이런 사고 만행담으로 즐비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모두들 고생 많았고,얘기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산행이었다. 노인봉의 장관이 있었는가 하면 목장 초입의 심드렁한 분위기, 좋았던 횟집에서의 한 바탕, 그리고 고속도로 갓길에서의 지긋지긋한 상황 등이 뒤범벅된 정기 산행이었다. 이번 기회에 정말 우리 팀 캐치 프레이즈 하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뭉치면 멋진 산행, 흩어지면 사고!
아울러 떡 본 김에 28일 번개 산행을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28일 오전 6시 30분 |
첫댓글 내 글하고 어슷비슷하게 올라왔네. 정말 전화할 때 이미 사단이 났었구나. 하긴 내 생각으로는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잠시 이상하긴 했는데, 왜냐면 그렇게 쉽게 철수할 것 같지가 않아서리...정말 뒤집어 지겠다. 알 말대로 다음엔 산행을 더욱 재미있게 해서 사고가 나더라도 덮어버리자...
결국---그리되고야 말았구먼.알차보단 나아보여 사니사라차를 타고온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했더니ㅉㅉ.허긴 타이밍벨트 문제만이라면 앞으로 10만키로는 더 타도 되겠지만 일주일에 한번 지정 카센터의 점검을 꼭 받도록. 알자지라야.니 차가 더 문제일 수 있으니 공업사에서 차 건강검진 받아라.같이 사고없이 살아보자
내일 아침 정비공장 들어갑니다.튼튼하게 고쳐서 황매산 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