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의 소중한 가치를 가슴에 새기다
“용교야, 쌀이 제 구실을 허려면 얼매나 많은 손을 거치는지 아나?
한 톨의 벼가 쌀이 되려면 88번의 정성을 쏟고, 가을에 추수한 벼를 말리고,
벼 상태로 잘 보관했다가 도정허고, 저장허고, 포장까지 다 끝내야 뽀-얀 쌀로 태어나는 기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수북한 고봉밥도, 때깔 좋은 떡도,
다 땀과 정성에서 나오는 거 아잉가? 니는 그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데이.”
1970년, ‘성창기계’라는 도정기 전문업체를 설립한 아버지 (서정식 회장) 는 도정기를 볼 때마다 황금색 벼가 순백의 쌀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참으로 정성스럽게 기계를 만드셨다.
아버지의 말씀과 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자란 나는 대학 시절부터 회사 일을 도왔다. 하지만 다른 농기계와 달리 정부의 지원금이 없던 터라 자금은 늘 부족했고, 회사는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1983년, 경영 일선에 나섰다.
□ 끝없는 기술개발로 만든 성공의 토대
“안녕하십니까? 서용교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회사는 ‘대원산업주식회사(2001년 ‘대원GSI’로 상호변경)’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제가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10년 간 회사에서 늘 봐왔던 가족들이지만, 아직 서른도 안 된 제가 대표라는 이름으로 여러분 앞에 서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금 우리 회사는 백척간두에 놓여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입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기계 회사의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나는 직원들과 매일, 쌀의 표면을 깎는 방법,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했다. 노력의 결과는 임도정 공장용 현미기, 고속흡입 마찰식 정미기, 임도정 세트식 시스템 개발 등으로 이어졌고, 1990년에는 국내 최초로 청결미를 찧을 수 있는 도정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도약의 토대를 만든 우리 회사는 RPC (Rice Processing Complex·미곡종합처리장) 에 도전했다. RPC는 벼를 수확한 후 정선, 건조, 저장, 도정, 검사, 판매 등의 제반과정을 종합적으로 처리되는 편리한 시설로 정부에서 정책 사업으로 시범 도입하고 있었다. 1991년, 이 사업의 가공 분야를 맡으면서 RPC와 인연을 맺은 우리 회사는 1993년, 건조, 가공, 저장 3개 분야를 통합한 자체 모델을 개발했고 전국 농협 400여 곳에 보급했다.
같은 해, 우리 회사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색채선별기’ 시제품을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 색채선별기 개발, 실행이 곧 혁신이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골라냈던 곡물에 들어있는 이물질이나 불량품을 색에 의해 분류하는 ‘색채선별기’는 첨단기술의 산물이다.
쏟아지는 원료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별하기 위해서는 형상 인식 기술, Centertracing 기술, 원료분석 기술 등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이 기술을 구현시킬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한다.
경상북도 칠곡에 위치한 작은 회사가 선진국의 전유물인 ‘색채선별기’에 도전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실행이 곧 혁신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직을 대거 채용해서 개발팀을 꾸리고, IT기술을 농기계에 접목하는 3년간의 노력 끝에 1993년, 우리 회사는 국내 최초로 ‘색채선별기’를 개발했다.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CCD (고체촬상소자) 를 사용해 기존 방식보다 32배나 향상된 분해능력을 갖고 있는 ‘대원GSI’의 ‘색채선별기’는 쌀알 하나의 0.14mm 불량까지도 인식하는 최첨단 농기계로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 세계 최고의 색채선별기로 지구촌을 누비다
잡곡이나 종자 중에 잘못 혼입된 물량의 미세한 색상 차이부터 장기 보관돼서 빛이 바랜 경우까지 선별해내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1994년, 수출을 시작한 ‘색채선별기’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터키, 러시아, 페루, 콜롬비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나라에서도 우리 회사의 ‘색채선별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미곡뿐 아니라 커피, 녹차, 홍차, 담뱃잎, 소금, 톳 등 기호식품과 수산물, 내화벽돌, 대리석 분말, 각종 수지 재료 등 산업소재까지 선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녹차 원료 중 비닐, 흙, 플라스틱 등을 선별하는 고성능 근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이 탑재된 신개념 ‘색채선별기’로 녹차 색채선별기의 종주국인 일본 수출에도 성공했다.
쌀 수출국인 태국도 고품질의 쌀 생산을 위해서는 ‘대원GSI 의 채선별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인식할 정도로 신뢰받는 우리 회사는 2009년 이후 매년, 4000만 달러 넘게 수출하며 ‘색채선별기’의 선두 주자인 영국,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의 32.7%를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로 2004년 농민의 날 대통령 표창, 2005년 세계일류상품, 2008년 기업기술혁신대전 대통령 표창, 2009년 3,000만불 수출의 탑, 2010년 글로벌 강소기업 지정, 2012년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대상기업인증 등을 받은 ‘대원GSI’.
우리의 화려한 길에는 KOTRA 지사화사업이 든든한 힘이 됐다.
□ 길을 열 때는 두드려라, KOTRA 지사화사업
“대표님, 러시아에서 우리 회사가 도정라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CIS 지역에서도 통할까요? CIS 국가가 소련 연방의 일원이긴 했어도 러시아에
비하면 국가에서 산업을 관리하는 비율이 높아서 진입이 어렵다고 하던데요?”
“확실히 CIS의 관문이 높긴 하지. 그래도 우리에게는 KOTRA가 있지 않나?
지금까지 그랬듯 이번에도 지사화사업으로 길을 열자구.”
‘대원GSI’가 지사화사업의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2001년이었다.
지사화사업을 통해서 우리 회사는 해외 시장 진출 초기,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의 기반을 닦은 뒤에 해외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수출시장을 넓혀왔다.
어려운 시장일수록 지사화사업은 빛을 발했다.
수출을 향한 ‘대원GSI’의 열정에 KOTRA 해외 무역관은 더 열심히 바이어를 발굴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해당국의 시장 정보를 지원하고, ‘대원GSI’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수출길 개척에 도움을 줬다.
출장길에 나섰던 직원의 발이 항공사 파업에 묶였을 때도 KOTRA 무역관은 우리를 대신해서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했고, 지사화사업 진출국의 바이어로부터 문의가 왔을 때도 현지인 직원을 우선 파견해서 직접 만나도록 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지원했다.
터키, 케냐,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사화사업을 하며 많은 성과를 거둔 나는 CIS 지역의 농업 대국,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결심한 2011년, KOTRA 지사화사업을 신청했다.
□ KOTRA의 공신력이 우리의 힘
“서용교 대표님, 타슈켄트 무역관에서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될까요?”
“저희 뒤에 있어주십시오. 아시다시피 CIS 지역의 특성상 공공 기관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공공 기관과 연락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부 산하 기관인 KOTRA의 공신력이
더해지면 ‘대원GSI’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GDP의 17%를 농업이 차지하고, 정부에서 농업 개혁을 시행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국가가 주요 산업을 관리하고 있어서 민간 농업 종사자의 대부분은 구매력이 부족하다.
최선의 길은 정부 기관 납품인데 우즈베키스탄은 기계와 설비를 주로 유럽에서 수입하고, ‘대원GSI’같은 낯선 중소기업에게는 만남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타슈켄트 무역관은 ‘대원GSI’가 우즈베키스탄 정부기관, 국영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우리와 수시로 연락하며 우즈베키스탄의 시장 동향, 거래선 발굴, 수출상담지원은 물론이고, 우즈베키스탄 농림부 및 농림부 산하 협회, 단체들과 만날 수 있도록 미팅을 주선했다.
개인 기업의 연락에는 응하지 않는 정부 기관과 다년간 협력하며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대원GSI’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아쌀롬 말레이꿈(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타슈켄트 무역관이
자주 얘기해서 그런지 처음 만나는 기업인데도 익숙하네요.
듣자보니 ‘대원GSI’는 KOTRA 보증브랜드 업체라구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지사화사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까?”
“‘대원GSI’는 1600만 가지 색상을 구분할 수 있는 풀컬러(Full color) 선별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저희 회사는 기계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찾아가는 BS(Before Service),
문제 발생시 지구촌 어디든 72시간 안에 도착해서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AS(After Service)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과의 만남이 수출 계약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대원GSI’의 경쟁력을 소개할 기회가 늘었고, 2015년에는 우즈베키스탄 농림부 소속이자 주요 곡물인 밀을 관리하는 국영 기업, ‘우즈돈마슬롯 (O’ZDONMAHSULOT) ’과 자회사 담당자 100여 명을 초청해서 단독 홍보 세미나도 개최할 수 있었다.
홍보의 장을 수출로 잇기 위해서 타슈켄트 무역관은 ‘우즈돈마슬롯’ 구매 담당자를 2015년 11월 ‘대전국제농업기술전’에 초청해서 ‘대원GSI’를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우리 회사는 첨단 곡물가공 일관처리 시스템을 갖춘 6600㎡ 규모의 RPC, 원적외선 순환·연속식 건조기를 개발한 기업연구소와 같은 역량을 직접 보여주었다.
□ 농업 대국, 우즈베키스탄! 기다림의 정성에 응답하다
5년 간 지속적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문을 두드려온 ‘대원GSI’는 2016년, 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이 열린 5월, ‘우즈돈마슬롯’과 40만 달러 규모의 보리 가공생산라인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KOTRA가 외국 기업들을 초청해 진행한 ‘Good to Great Business Plaza 2016’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정업체, ‘굴리스탄 아그로 그룹 (GULISTAN AGRO GROUP) ’과 58만 달러 규모의 도정설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굴리스탄 아그로 그룹’의 도정 설비는 시간당 5톤의 백미를 가공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 최대 규모의 최신 공장으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수출이 가능해 국영채널인 O’ZBEKISTON 24에서 취재할 만큼 현지의 관심이 높다.
□ 농부의 기다림으로 또 다른 수출 시장의 씨앗을 뿌린다
지사화사업을 발판으로 현재 중국, 베트남 등 7개의 해외지사와 법인, 러시아, 인도 등 14개국에 현지 에이전트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대원GSI’는 농업이 발달한 곳이면 어디든, 진출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KOTRA 해외 무역관과 함께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 후 긴 안목으로 결실을 기다린다면 우리의 수출 시장은 더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미래를 보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