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으로서 '논스톱'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요즘은 한동안 뜸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가져다 베끼는 '패러디'가 논스톱의 칼라 중 하나 아닐까요?
특히 한동안 영화 패러디, CF패러디, 드라마 패러디를 많이 했었죠.
어제 조희진 PD님이 연출하신 방송분, '잊을수 없는 하루'에서 마지막 민용의 마음이 드러나는 반전에 대해 많은 글이 올라와있군요.
기말고사 족보를 찾기위해 소개팅나간 다빈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 민용. 기어이 다빈을 찾아내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소개팅을 쫑내는 민용.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반색했으나 족보때문이라는 말에 마음상해 눈물짓는 다빈. 하지만 알고보니, 이미 민용은 족보가 필요없다는걸 알고도 거길 찾아갔군요.
사실 그 기법은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에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마지막 에피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스파이크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줄리아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하지만 대사는 들리지않고 가물거리는 입술만 보입니다. 그 대사의 뜻이 밝혀지는건 에피의 마지막, 죽어가는 스파이크의 회상을 통해서입니다. 원작에서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어제 에피의 반전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얼마전 '사람을 본다는 것'에서 인용한 만화, '엔젤 전설' 기억하시는지... 천사같은 마음씨지만 험악한 외모를 가진 한 사나이의 슬픈 이야기. 그 '엔젤 전설'의 테마를 차용한 이야기도 한 편 준비중입니다. 기숙사를 찾아온 한선의 친구 '싸이'-특별 출연-, 그 험한 외모(?) 때문에 오해받지만 마음은 순둥이... 기숙사 친구들의 오해가 좀 있겠죠? (역시 조희진 선배님의 연출로 다음주 방송예정입니다. 조희진 선배님이 연출한 어제 에피는 올해 논스톱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군요. 19.1%... 저도 분발해야겠습니다.)
역시 논스톱을 연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일년에 남들 24편 만드는 동안 200편넘게 만들어야한다는 겁니다. 작가들이 가장 고생하는 점도 소재빈곤이구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또 방송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는건 그나마 행운입니다.
추신: 카우보이 비밥에서 줄리아가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 '이건 꿈이군요.' 그리고 스파이크의 답. '나쁜 꿈이야.'
벌써 2년 넘게 만들어가고 있는 논스톱 이야기, 먼훗날 돌이켜보면 '그건 꿈이었군요.' 하지만 '좋은 꿈이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