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왔.소’ 두 번째 이야기, ‘삼식이를 찾습니다’편 잘 보셨는지요. 오늘은 두 개의 방송 후일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비문서의 비밀.
덕형의 귀뜸에 따라 집에서 찾아낸 고문서를 들고 ‘이것이 진품이다 아주 특별한 명품 그 진짜 가격이 알고 싶다’ (이 가상의 쇼는 세 개 프로그램의 제목을 짬뽕한 짝퉁이지요)에 출연한 안대용. 알고보니 그 고문서는 안박사네 집안이 조상 대대로 머슴살이하던 기록이 담긴 노비문서네요. 일그러지는 안박사의 표정. “윤덕형, 어머나 이걸 그냥...”
망상 안씨라는 가상의 성씨가 나오는데 원래 저는 이 성을 몽봉 안씨라고 지으려고 했지요. 왜냐구요? 이 소재는 ‘논스톱 4’에 출연중이던 MC 몽과 봉태규가 논스톱 작가 회의실에 와서 제안했던 이야기거든요. 몽의 하숙집에서 봉태규가 찾아낸 고문서를 들고 진품명품쇼에 나갔더니, 알고보니 노비문서더라는 이야기. 논스톱에서 소재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논스톱 4에서 일하던 홍보희 작가가 조.왔.소 시놉으로 추천한 이야기랍니다. (홍보희 작가는 제가 뉴논스톱 연출할 때 발굴한 신인작가인데 지금은 조.왔.소의 주축 작가진이랍니다. 역시 연기자든 작가이든, 사람을 발굴하는 것은 연출가의 큰 보람...) 몽과 봉이 추천한 소재, 조선 양반 방송국 가는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이 되었지요.
두 번째는 준의 비밀.
후반부에 나오는 두 명의 남자는 네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찌질이 혹은 도련님으로 불리우는 조선 선비, 윤덕형. 지리산 골골이 황학동에서 온 윤도령, 하지만 한솔이는 그를 ‘지리산에서 온 지지리 궁상’이라 하여 ‘찌질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이 남자가 한때는 별명이 도련님이었다구요?
이름을 묻는 한솔에게, 머뭇거리던 조선 노비 삼식이, 곧 “제 이름은 준... 준이라 합니다.” 한솔, 아, 예. 고개 끄덕끄덕. ‘멋있는 남자는 역시 이름도 멋있어.’ 그런데 곧 나타난 윤도령, “삼식이니? 삼식아!”하고 부릅니다. 도대체 준이라는 거야, 삼식이라는 거야? 준이라는 이름은 도대체가?
현대로 넘어온 우리의 삼식이, 낯선 이곳에서 산삼 판 돈으로 지내면서 여기가 양반 상놈의 구별 없는 지상낙원임을 깨닫게 됩니다. 평생 종살이하며 누군가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살 팔자라 생각했는데, 느닷없는 시간여행으로 이런 세상을 다 만나는군요. 원래 조선시대 노비에게는 성이나 특별한 이름이 없었지요. 그냥 마당쇠, 개똥이, 행랑아범...이라고 불렸을 뿐. 삼식이라는 이름도 윤참판댁 세 번째 종놈이라는 뜻입니다. (두식이, 칠복이, 삼순이, 끝순이, 말자 등등... 낳은 순서대로 지은 성의 없는 이름 참 많지요.)
이제 새 세상을 만나 노비의 신분을 벗게 된 삼식이, 종놈으로서의 이름 삼식이를 버리겠노라 결심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은 이름, ‘이제 그 누구의 종놈도 아니다. 나는 이 순간부터 내 스스로의 주인이다.’ 스스로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 주인을 줄인 ‘쥰’ 곧 ‘준’입니다.
삼식이라는 이름을 벗고, 준으로 태어나려는 삼식이.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자신의 주인 윤덕형. 30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어지는 노비와 양반이라는 신분의 굴레. 그 둘을 이어주는 현대의 인연, 이 한솔. 조선에서 두 남자를 불러온 안박사. 네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제 세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아직 초반부 이지만 내용이 흥미로워요 그리구요 그 조여정씨 요리선생님으로 나오시는 그분!! 처음 뵙는분인데 누구신가요?? 아 보고 징짜 웃겼어요 그런 캐릭터를 너무 좋아라해서요 ㅋㅋㅋ
반상의 법도를 어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덕형과 삼식의 우정이 간간하네요.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아님 정적으로 대치될 건지 무지 궁금합니다. 근데 드라마의 흡입력이 조금 부족하네요. 약간 긴박함이 묻어났으면 하는 성질 급한 팬의 희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