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모터쇼 보러 가는데 14개국 384개 업체가 참여했다는 정보는 그리 솔깃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떤 차가 나왔느냐’고, 더 중요한 건 ‘그 중 어떤 차가 볼만한가’다. 2013 서울모터쇼에서 꼭 봐야할 차를 10대만 뽑았다. 무순이다.
기아자동차 캅
모터쇼에는 응당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콘셉트 카가 있다. 이런 걸 '월드 프리미어'라고 하는데, 서울모터쇼 측은 이 '월드 프리미어'가 9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월드 프리미어'는 현대자동차의 HND-9과 기아자동차 '캅' 정도다. 나머지 7대는 약간 바꾼 모델이거나, 트럭이거나, 다소 기이하게 만든 전기차다. 서울모터쇼의 진정한 '월드 프리미어' 2대 중 하나다. 꼭 보자.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에 커다란 세단만 있는 건 아니다. 벤츠에서도 엉덩이가 뚝 잘린 소형 해치백이 나왔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큰 차만 만들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작은 차를 속속 만들고 있다. 이른바 '영역확장'인 셈. 작은 소형차이지만 만듦새는 벤츠다. 그래서 가격도 꽤 된다. 4천만원에 가까운 3천만원 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올 하반기에 한국에서도 살 수 있다.
쉐보레 스파크 BEV
이 차에는 엔진이 없다. 엔진이 없으니 연료통도 없다. 대신 전기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달려 있고, 전기콘센트를 꼽아 충전한다. 220볼트 콘센트로 7시간 충전하면 200km 정도를 달린다고 한다. 올해 안에 인증을 마치고 팔기 시작한다고 하니, 미리 봐두는 게 좋겠다. 향후 몇 년 내에 이런 전기차를 타게 될 지도 모르니 꼼꼼히 봐 두자.
재규어 F-타입
영국 디자인은 괜한 멋을 부리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한 조형과 정성스런 마무리로 뿌듯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 재규어 F-타입은 영국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입은 듯 정중한 스포츠 카다. 스피디한 라인이 하나도 없지만 그 어느 스포츠카보다 역동적인 내공이 돋보인다. 영국 디자인의 기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할 차다.
현대 에쿠스by에르메스
현대자동차는 이번 모터쇼에 늘씬한 콘셉트 카, HND-9을 무대에 올렸다. 앞에서 말했던 ‘월드 프리미어’다. 이 차는 아주 멋져서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구석구석 보게될 거다. 현대 에쿠스by에르메스는 3천만원 짜리 핸드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와 현대가 협업한 차다. 하이라이트는 속이다. 귀한 에르메스 가죽으로 도배한 실내는 그늘진 곳까지 눈부시다. 아내와 함께 모터쇼를 찾는다면 이 차를 꼭 봐야 한다.
만도 풋루스
이건 전기 자전거다. 그냥 전기 자전가거 아니고 예쁜 전기 자전거다. 접는 자전거의 대명사 격인 '스트라이다'를 디자인한 마크 샌더스가 디자인했다. 전기콘센트에 꽂거나 패달을 저으면 충전되고, 뒷바퀴에 달린 전기모터로 시속 25km까지 달릴 수 있다. 가격은 좀 비싸다. 자그마치 447만7천원인나 한다. 중고차 한 대 가격이다.
볼보 V40
세계에서 가장 유별나게 안전을 챙기는 볼보가 새로운 해치백을 한국에 들여왔다. 안전하고 튼튼한 V40엔 세계 최초로 보닛 에어백이 달려 있다. 보행자와 충돌하면 보닛 밑에 있는 에어백이 부풀어 올라 보행자의 머리와 신체를 보호한다. 그 외에도 '세계에게 가장 안전한 차'라 불릴 만한 특수 장치들이 들어 있으니 꼭 확인하자.
BMW 3시리즈 GT
쿠페처럼 날렵한 라인을 가진 이 차는 왠만한 왜건보다 활용도가 높다. 매월 500대 가량 팔리는 320d와 같은 엔진에 같은 변속기, 같은 골격을 기본으로 더 매끈하고 쓸모 있게 만들었다. 보통 여러 개념을 비벼 놓으면 다소 난삽할 수 있는데, 3시리즈 GT는 아주 단정하다. 올 상반기에 한국에서도 판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듯하다.
링컨 MKZ
한 동안 방치됐던 링컨 브랜드를 바짝 일으켜 세울 핵심 모델이다. 한국인 디자이너가 안팎을 디자인한 이 차엔 다른 차에 없는 몇 가지 장치가 반짝거린다. 일단 지붕이 뒷유리창을 덮을 정도로 활짝 열린다. 테일램프는 우주선처럼 길게 둘러져 있다. 실내엔 변속 노브가 없다. 톡톡 눌러 변속하는 '시프트 버튼'이 나란히 달려 있다.
어울림모터스 크레지티
대한민국 수제 스포츠카인 스피라의 파생 모델이다. 골격만 그대로 가져왔을 뿐, 눈에 보이는 외관은 80% 이상 새롭다. 매끈했던 기존 스피라와 달리 보다 공격적인 얼굴이 눈에 띈다. 엔진은 기아 오피러스 등에 달렸던 3.8리터 가솔린 엔진을 다듬어 넣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신차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어울림모터스에게 박수를 쳐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