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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가장 맑은 물이 흐른다는 이천시 덕평리의 얼음밤골. 그 지역에서도 흙과 물과 바람의 기운이 가장 잘 통한다는 낮은 산자락에 여주대 인테리어 디자인과 교수 서명림씨의 집과 작업실, 그리고 문화 공간으로 오픈한 카페가 있다.
‘집’에 대한 서명림씨의 애정을 아는 이들은 그녀를‘밥 짓듯 집 짓는 여자’라고 부른다. 그녀가 이곳에 손수 지은 집은 모두 합쳐 네 채. 5년 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경량 목조 주택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세 채의 아담한 집을 더 지어 집짓기 문화 공간인 ‘집이야기’를 꾸몄다.
결혼 후 서울에서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하던 그녀가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아이들 때문. 첫아이 완이가 아장아장 예쁜 걸음을 걷기 시작하고부터 부실한 아파트 구조 탓인지 아래층 사람들의 항의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온 가족이 까치발로 걸어다니는 설움을 겪어야 했던 것. 내 집에서도 마음 편히 살지 못한다는 게 억울했다는 그녀. 둘째 린이가 생기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진짜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전원행을 결심, 집을 짓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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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야기’라고 쓰인 간판 아래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세 채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안채격이 되는 한옥과 별채쯤 되는 7평짜리 미니 목조 주택 두 채가 그것.
지금은 버젓한 한옥이지만 원래 이 자리에는 불에 타 다 쓰러져가던 헛간이 있었다. 철거를 한 후 새로 건축할 수도 있었지만 ‘ㄷ자’ 형태를 없애기가 아까워 골격을 살리고 서까래, 보 방식의 한옥으로 재건축한 것. 터를 다지는 일만 하지 않았을 뿐 벽체 쌓기부터 문, 창, 지붕까지 하나하나 다시 만들어 새로 지은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살림집을 따로 지었지만 온 가족이 이곳에서 밥 먹고, 책 읽고, 컴퓨터도 하는 등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처음 집을 짓고 나서는 주말마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내려오는 바람에 별장과 다름없었단다. ‘부럽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 전원생활을 즐길 요량으로 새롭게 지은 곳이 바로 ‘집이야기’인 셈. 지금은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집짓기 강좌도 열고, 어른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집짓기 교실과 자연 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해, 가족 단위로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꾸준히 집짓기 강좌를 하면서 그녀가 늘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 집을 짓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그 집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만 듣고 무작정 땅부터 파는 사람은 집을 지으면서도 고생하고, 그 집에서 살면서도 화병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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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에 타 다 쓰러져가던 헛간이 멋진 한옥으로 재탄생했다. 건물 자체를 완전히 부순 것은 아니어서 벽체 마감재만 해도 기존의 흙, 벽돌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가 있다. 2 서까래를 올린 천장까지 하얗게 칠해 독특한 분위기가 나는 주방. 창은 격자를 내 전원풍으로 꾸몄다. 동그란 한지 조명은 인사동에서 개당 2만원대에 구입한 것. 3 하루 종일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식 창문. 살림집 거실창과 같은 디자인이다. 4 미송 합판으로 마감한 미니 주택 내부. 미송 루바, 적삼목, 소나무 등 재료상에 가면 다양한 내부 마감재가 있다. 색상, 향기, 나뭇결 등이 다르므로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한다. 5 통창으로 마감한 벽면.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살랑이는 바람까지 내다볼 수 있다. 6 살던 집터를 선뜻 내주신 부모님의 덕으로 지금의‘집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7 황토로 만든 아궁이. 임시로 사용하는 곳인데, 제대로 만들려면 나무 기둥 없이 불에 타지 않는 흙과 돌로 아궁이 주변을 마감해야 한다. 8 장독대를 만드는 일,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는 일까지가 모두 집짓기에 포함된다. 봄이 되면 더욱 푸르러지는 마당 전경.
DATA 평형 한옥 25평, 미니 목조 주택 각각 7평씩 시공 기간 한옥 3개월, 미니 목조 주택 2개월 공사 비용 한옥 평당 400만원, 미니 목조 주택 각각 1000만원 전기·수도 설치 방식 심야 전기·자가개발 지하수 난방 방식 전기 온풍기, 이중 시스템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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