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다녀오셨나요?"라는 물음에 "네,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고 여러 사람들과 그 읽은 내용을 나누며 휴가를 보내었습니다. 옛날 책이지만 이 시대의 정치인,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윤리적인 가르침이 잘 들어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송광택 교수. 그에게는 책과 함께 보내는 휴가가 일상이 된 듯하다. 총신대학교 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로 있는 송광택 교수는 극동방송 '신앙서적 길라잡이' 진행자이며 <좋은 독서가족 길라잡이>등의 저서를 낸 기독교 독서 운동의 선구자이다. 그의 독서는 비단 기독교 서적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양서(良書)를 찾아서 읽는데 보통 기독교 서적과 일반 서적을 5:5비율로 읽는다고 한다.
먼저 그의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작은 출판사중에서 정성스럽게 책을 출판하는 곳이 있습니다. 복있는 사람, 좋은 씨앗, 토기장이 등의 출판사가 그렇습니다. 일부 기독교 서적에는 오자(誤字)가 많은데 이들 출판사는 오랜 기간을 두고 세심하게 교정을 보고 정성스럽게 책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출판사들은 경제 논리로 출판을 하다보니 오래 남을 수 있는 책을 못 만들어 냅니다. 한철 장사처럼 책을 만드니 그렇습니다. 물론 시대의 요구에 맞게 기획하고 책을 펴내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또한 외국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데 번역이 잘 안되어 안타깝습니다. 시장이 좁으니까 그런거죠."
송광택 교수는 현재 총신대학교 사회교육원 '설교자전문학교'에서 '세계교회설교사', '한국교회설교사' 강의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방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독서 동기부여 및 독서 지도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금년에는 전남 광주의 동명고등학교, 경기도 군포 옥천초등학교 등에서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지방을 다니면서 청소년들을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겉만 화려한 영상매체에 물들어 내면적인 성장과 깊이 있는 사색이 미흡한 이 시대의 청소년들을 독서를 통해 올바르게 지도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각 지방의 책 좋아하시는 목사님들이 모여 네트워크화된 교육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러한 활동이나 강의가 한번 듣고 마는 일회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서 마침내 독서가 삶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송광택 교수의 바람이다. 그래서 그는 작은 도서관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록수역에서 좀 떨어진 곳에 '용신교회'라는 교회가 있습니다. <상록수>라는 문학 작품속에 나오는 주인공 '영신'의 원래 이름이 '용신'인데 그 이름을 따서 이름 붙인 교회입니다. 그 교회에는 50평 남짓한 교회식당이 있는데 주일에만 쓰고 평일에는 비게 되니까 그곳에 서가(書架)를 두고 누구든지 와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사립문고 운동을 알게 되어 시작한 일이라고 하는데 저도 이러한 사업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또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는 '늘빛교회'에서 약 10주간 정도에 걸쳐 '어머니 독서 교실'을 열었다. "동화작가이기도 한 강정훈 목사가 있는 늘빛교회에서는 '하늘꿈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교인들이 도서관을 지키고 바코드로 도서를 관리합니다. 교인들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이 다 오고 자연스럽게 전도가 이뤄집니다. 도서관에는 기독교 신앙 서적도 있지만 일반도서를 많이 갖다놓았습니다. 사실 일반도서를 90% 두어야 하고 최근 베스트셀러를 잘 갖다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거죠. 이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서 '어머니 독서 교실'을 열었는데 참석하신 어머니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독후감도 쓰고 2주에 1번씩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중 한 어머니는 이번 행사를 통해 20년동안 덮어둔 시(詩) 적은 노트를 다시 꺼내어 보게 되었다고 해서 직접 낭송하는 기회도 드렸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 하나 하나들이 자신에게 큰 힘과 보람이 된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풀타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힘듭니다. 그저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문화 운동이라는 게 다 그렇죠. 교단안에서도 전체적인 후원이 없습니다. 개교회에서 도서관 운영한다 해도 책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경제적인 지원도 없구요. 문화운동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후원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교회내에 도서관 세워서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립문고협회 같은 곳에서 무료로 교육을 해주는 것도 있고 하니 배우게 해서 사람을 둘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알아주는 이도 별로 없고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좋은 책을 고르는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책은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볼 때 누가 썼는냐를 중요하게 살펴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중요한 저자 중에 오스 기니스, C. S. 루이스가 있습니다. 이들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요즘에 거의 인용되지 않는 책이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저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훌륭한 책에서 각주를 유심히 보고 누가 어느 책에서 이것을 인용했는지 봅니다. 좋은 저자를 통해서 또 다른 훌륭한 책과 저자를 만나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또한 "유진 피터슨이 쓴 <Take and Read>라는 책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책인데 주제별로 탁월한 책을 골라서 그에 대해서 짤막한 소개를 해놓았습니다. 100자서평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작은 책인데 한국에서는 번역이 잘 안되었어요. 또 외국에는 그런 책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엔 거의 없습니다. 독서 문화를 위해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상업적으로 흐르면 안되고 객관적으로 좋은 책을 잘 선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송광택 교수는 두란노 독서지도자대학에 강사로 참여하여, 오는 9월 15일 독서기술'이라는 과목을 강의한다. '독서지도자대학은 지난 봄에 1기를 마쳤고 이번에 2기를 개강합니다. 독서지도자대학 강의는 독서에 대한 기본 바탕이 있는 사람들이 기독교적인 마인드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신뢰할만한 기관에서 하는 것이기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그는 또한 가능하면 금년 안으로 도서지도자를 위한 핸드북을 만들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독교는 거룩한 책의 종교요, 성경은 문자로 된 말씀'이라며 기독교 독서운동을 힘주어 강조하는 송광택 교수,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책을 권하는 그를 통해 아름답게 꽃피는 기독교 독서 문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