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태우면 속 탄다
숯불에서 구운 고기의 검게 그을린 부위는절대 먹지 말자. 탄 부위는 건강에 유해한 ' 벤조피렌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벤조피렌은 탄 고기나 훈연한 육제품, 가열 처리한 튀김 유지 등에서 검출되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중 하나. PAH 중에서 가장 악명(독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암연구소는 벤조피렌을 1그룹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그룹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발암물질이다. 따라서 음식의 탄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먹어 벤조피렌을 수십 년간 일정 농도 이상으로 섭취한다면 암(특히 위암)에 걸릴 수 있다. 단기간에 다량 섭취하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이 생기거나 면역력이 떨어진다. 또 임신부가 과다 섭취하면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현대인은 벤조피렌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것이다. 벤조피렌은 식품을 조리(가열)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특히 숯불 구이처럼 직화할 때 많이 생성된다. 튀김·볶음 요리 시에도 잘 생긴다. 정제 올리브유, 훈연 소시지 등 일부 가공식품에도 들어 있다.
탄 부위를 철저히 떼내고 먹더라도 벤조피렌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 담배연기, 자동차(특히 디젤차)의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장 주변에서 배출되는 벤조피렌이 그주변의 식품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열을 일절 가하지 않은 신선한 채소에서도 벤조피렌이 검출되는 것은 이래서다. 고속도로변에서 자란 콩으로 만든 기름의 경우 차량 통행이 적은 곳에서 재배한 콩으로 짠 기름보다 벤조피렌 검출량이 2~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벤조피렌을 식탁에서 완전 추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화식(火食)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또 대기 오염이 없는 청정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적게 먹는 데 목표를 두는 것이 더 현명하다.
벤조피렌을 덜 먹기 위한 첫 번째 행동지침은 삼겹살, 숯불 구이, 바비큐 등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 먹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굳이 구이 요리를 먹을 작정이라면 두꺼운 불판이나 프라이팬에 굽는 것이 좋다. 숯불 대신 프라이팬에 구우면 벤조피렌 생성량이 100분의 1로 감소한다. 가열·조리 시간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벤조피렌의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다. 둘째,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의 섭취를 최대한 줄여보자. 고온으로 튀기거나 볶을 때 벤조피렌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셋째, 훈연한 식품(소시지, 칠면조 등)도 벤조피렌 요주의 식품임을 기억하자. 넷째, 콩기름, 엑스트라 버진(최고급 올리브유) 등 열을 가하지 않고 제조하는 식용유엔 벤조피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참고하자. 반면 참기름, 들기름은 참깨나 들깨를 볶을 때 벤조피렌이 생성된다. 정제 올리브유인 '포마스'와 옥수수 기름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은 제조 시 가열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섯째, 삶기와 찌기를 적극 활용하자. 전문가들이 "구이는 동, 수육은 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되새기면서. 여섯째, 담배를 끊자.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나오는 벤조피렌의 양은 콩기름으로 5분간 튀김을 했을 때의 벤조피렌량과 거의 같다. 음식 태우면 몸 속(우리 몸)이 타게 마련이다.
박 태 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07년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