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까페가 생겨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 데리고 바깥으로 많이 다니자, 사람 구경도 시켜주고 사귀게도 해주자
그런 얘길 많이 해오고 있었어요. 말씀하신 거처럼, 사회성 좋다 그럼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거 좋아하고
뭐 그렇게 생각되기 쉬운 거 같아요. 하루 걸러 술자리 찾는 아바지들 사회성 겁나 좋은 거겠죠.^^
얘기 잘 꺼내주셨어요. 저도 언제 함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딸이 지금 중2인데 그놈 자라는 거랑, 다른 엄마들, 애들 보면서 갈등되는 게 있었어요.
하나는 엄마들이 지레 겁을 먹고 애들 교제를 막을 때가 많다는 거, 그래서 저도
겁먹지 말라고, 애들이 부닥쳐보지 않곤 자라지 못한다는 얘길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하나는 애들 노는 거, 딴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애 기질마다 엄청 다른데, 엄마들이 자기 성격은 몬고친단 거 잘 알면서,
애들한테는 모든 영역에서 표준에 다다라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면 있는 거예요.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애한테도 나타나는 거 같음 더 예민해지구요.
그걸 애가 채우지 않으면 애 인격에 큰 결함이 생길 거처럼 겁나하는 거요.
이 두 개가 서로 충돌할 때가 있어요. 애들 경험을 자꾸 열어주긴 해야는데 모든 애가 똑같이 반응할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되거든요. 저한텐 애들 크는 데 필요한 경험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거도 중요하고
또 애들이 저 생긴 대로 자라나게 해야 한단 거도 중요해요.
내향적인 애들도 달라요. 어떤 애들은 사람들이 뭐하나 하는 거보다 다른 거에 관심이 더 많아요.
애들하고 어울려 노는 시간이 적어도 아쉬움을 크게 안 느끼는. 책에 빠지기 쉬운 아이들도 이애들일 거 같구요.
겁이 아주 많은 애들도 있는 거 같구, 사람들하고 있을 때 뭔지 모를 긴장에 예민한 거 같기도 하구요.
잠깐 같이 있어도 오래 같이 있었던 거 같고 그렇겠죠.
또 내향적이지만 사람들 하는 거에 관심 많은 애들 있어요. 딴청부리는 거 같지만 어른들 얘기 하나도 안 놓치고,
애 같지 않게 사람들 돌아가는 거에 눈치 빠른 애들 있어요.이 애들은 스트레스는 받지만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 같이 보내야
충족이 되는 타입이에요. 관계에 끼여들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커서 그거 땜에 스트레스도 더 받는.
그런데 이 두 타입의 아이들 모두에게 사회생활은 필요해요.
앞에 애들은 어린이집 친구들보다 교사들과 더 잘 지낼지도 몰라요.
애들은 예측불가능으로 굴지만 어른들 움직임은 안정돼 있고요.
애들 사이에서 터지는 자잘한 사건사고들에 관심보다 피곤함을 더 먼저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또 요놈들이 교양이 장난 아닌 수가 많거든요.
어릴 때는 사람 구경하는 게 절반이란 말도 했는데 구경하는 거도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이애들도 사람과 교제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거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걸 확신하는 거는 이애들이 외롬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에요. 어린 애들이 외롬을 잘 모르는데
이애들은 다른 사람과 자기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외롭다고 느끼는 듯한..
그러니 심하게 내향적이라고 마주치는 걸 피해다니기만 하면 사람 사귀는 기쁨을 맛보지 못한 채,
사람들과 외떨어져 있는 상태에 그냥 익숙해져버리겠죠.
긴장이 있어도 자기가 거기서 얻을 기쁨을 알면 스스로 참을 수 있는데, 그런 동기가 자라지 못하게 되는.
그애들 안에 있는 외롬이 오랫동안 충족되지 못하면 성을 내고,
깊이 겪어보지도 못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맘이 생겨버리기도 해요.
저것들 뭐 좋다고 어울려 다니나, 이렇게요. 또 이놈들이 교양이 좀 있다 보니, 그런 상태를 즐기기도 해요.
유치한 것들, 이러고 내려다보면서. 저는 이렇게 되는 게 그 아이한테 불행이라고 생각하지요. 요기도 외론 분 있지요.^^
이애들이 아무나 하고 만나서 히히덕 잘 지낼 거라 생각하면 곤란해요. 많은 사람과 교제하는 거보단
잘 맞는 몇놈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쪽이 더 맞는 거 같아요. 대여섯 살 때까지도 믿을 만한 어른들이 몇 가까이 있는 게
좋을 거구요. 부모가 신경을 써줘야지요. 잠깐의 교제에도 피곤함을 느낄 수 있으니, 대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줘야 하구요.
어린이집에서도 전체 활동 할 때 억지로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혼자 놀이해도 좀 놔 두고,
저가 들오고 싶어하는 눈치일 때 이끌어들이고 그럼 좋은데...쉽진 않겠죠.
얘네들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거 하나 없어도 독립심 하나만은 만땅이라 쉽게 어른들 꼬임에도 잘 안 넘어가요.
얘네들의 교양이 필요할 때 끌어들이면 좋아요. 야, 이건 **이 잘 알 거 같은데 하면서..
야튼 저는 이 아이들도 어린이집 다니고 딴 사람들 뭐하나 구경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규칙 엄청 강조하고 대규모인 데는 안 좋겠지요.
아 그래도 너무 작은 데도 곤란해요. 이건 모든 기질 애들이 다 그런데, 넘 작은 집단은 단짝이 안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그러면서도 내향적인 아이들. 보통 울보가 많은 듯...
상처는 받지만 좀 쉬면, 말려도 다시 애들 찾아 들오고 마는.
얘네들 한두 번 상처입고 째지게 울었다고 집에 끌어다 앉혀놓으면 교제욕구가 충족 안 돼요.
그렇게 울어놓고 기어이 가겠다구, 너 진짜야 넌 속도 없냐, 으구 속터져, 이러지 말고,
아 인제 갈때 됐구나 그려 가 놀아라 그래요.
야튼 어릴 때는 부모가 잘해야 하는데 애 기질 봐감서 해야 되겠죠.
애 기질을 아는 건 중요한데, 빨리 판단해서 좋을 건 없어요. 우리 애는 이래서요, 저래서요, 이러면서
오히려 애 경험에 금긋는 수도 많은 거 같아요.
글고 부모가 애를 어떤 틀에 넣어서 보면 애는 그걸 알거든요. 나는 이런 사람인가봐, 하고
아주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박힐 수 있어요.
그래서 애가 어떤 사람이다 함부로 생각해도, 표현해도 안 될 거 같아요. 참 어련 일이여 부모 노릇이...
엄마들이 애들 상처 입는 거 신경은 많이 쓰는데 엉뚱하게 해석할 때가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울 딸이 친구랑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입을 다무는데 저는 말을 해야 상처가 빨리 나을거라고만 생각하고
말을 하게 하려고 한 적 많아요. 근데 울 딸은 감정을 곧바로 토하는 애가 아니고 혼란이 좀 진정되면
그때 입을 여는 타입이었어요.
근데 저는 감정적인 타입이라 감정 반응이 격렬한 편이고, 그러니 머리로도 감정을 다른 뭣보다 중요하게 여겨요.
또 공감형이라 남한테 영향을 많이 받지요. 꼭 저처럼 애 상황을 상상하게 되는 거예요. 사실 울 딸은 제가 상상하는
만큼 감정의 혼란에 빠지지 않았는데도, 저는 당장 애의 감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러붙었던 거지요.
오히려 저의 행동 때문에 애가 혼란스런 감정을 느낀 적 많았던 거 같아요.
애 기질을 이해하고서도 편안하게 잘 지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죠. 부부사이도 그렇잖아요.^^
애들 기질이 보통 부모, 조부모 이 범위에서 나타나는 거 같아요.
애들하고 부닥치는 케이스들, 이걸 곰곰이 들여다보면 내 기질도, 애 기질도 좀 보이는 거 같아요.
요약 : 기질이 달라도 사람은 사람 좋은 맛을 알아야 된다능..
다만 그 맛을 알기까지 거쳐가는 길은 다를 거라는..
첫댓글 제가 며칠 전에 친정부모님 만났는데..저 어릴 때 얘기를...하도 울어대고 대책없는 쇠고집에..언니 학교 들어가니 언니 가방 붙들고 안 놔줘서 도저히 안돼서 시골에 내려보냈다고.. 네살땐가 그런데 다섯 달만에 엄마가 가니 엄마를 못 알아봤다능..근데 저도 기억나요. 국민학교 3학년 땐가 그런데 제가 제 머리를 벽에다 찧어대고 고릴라처럼 가슴을 주먹으로 치고..제가 사회성 생긴 게 몇년 안된다능..
밑에 하늘님 글 답변으로도 썼지만 님 말에 동의해요. 기질적으로 까다로운 아이들은 어려서는 소수의 몇몇 친한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차피 초등학교 들어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단위 교우관계는 경험하게 되니까요. 그 이전에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면 초등학교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스스로 잘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봐요. 따라서 큰 바다로 가기전에 물에 적응시키듯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게 도와주는거....그게 정답이지 싶어요. 그러면 나중에 건강하게 자기를 잘 이해하는 선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봐요.
제가 아침부터 애한테 지랄(?)을 떨고는 우울해하고 있는데, 님 글을 보게 되네요. 저랑 비슷한 점을 보이는 큰 애한테 엄마로서 도움 안되는 짓만 골라한다는, 또는 그 약점에 신나를 붓고 라이타로 위협하는 짓을 하고있다는 좌절감에 자주 빠져요. 공포스러워요. 애랑 같이 사는 거 너무 힘들어요, ㅠㅠ(신랑도요) 다들 저를 무서워해요... 저, 한 "칼있으마" 해요. 저는 사람 안만나도 잘 지내면서, 애가 친구 몇만 사귀는 거 보면 불안하고, 사회성이 없나 싶으고, 어려워요. 캠프니 뭐니, 행사참여는 열나게 해대면서, 학교친구는 두명만 사귀는, 그런 애들도 있나요?
울 애가 신랑(뭔 신랑..야튼) 그놈을 닮았다능^^ 그래도 신랑보담은 예쁘쥬..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잖아요....그러면 모르는 것보다는 더 아이에게 한번이라도 더 잘 할 수 있을거에요.
학교친구가 두명인지 어케 알았어요? 집에 델구와요? 말을 안 해요? 그래도 학교가면 다른 애들하고도 잘 지낼걸요. 물어보삼.
한명은 매일 아침 데리러 오고, 한명은 방과후나 주말에 걔 공부안해도 되는 날 같이 놀아요. 학교샘이, 친구를 편식한다고~. 나머지는 모범생과. 근데 기질이 약해요.
언니..갈수록 요약실력이 느십니다 그려..언니처럼 저도 좀 자라고 싶습니다.
음메 고마워...야튼 자라긴 우찌 자란단 말여. 꼬부라지는 중이거늘...자라는 거슨 애들이나 하는 거여...깨몽!
언닌줄 알았는데 울 친정엄뉘신가...깨몽은 울 엄니 말버릇중 하나인디...제 개그혼이 사그라들까 걱정입니다. 좀 더 자라야 하는데............
울 5살 작은애, 제가 뭘 열심히 먹고있으면 그럽니다. " 엄마, 어서 빨리 할머니 될라고 많이 먹나? " 지는 먹으면 키가 자라고, 엄마는 늙을 거니까 너무 열심히 지꺼 먹지말랍니다~.
뻐어끔..뻐어끔.. 하시더니 요즘은 뻐끔뻐끔뻐뻐끔하신다능 @_@)/ 인자 좀 있음 잠 다 깨서 테크노물고기로 변신하실 듯~
저 죽어요 ㅋㅋㅋ
그냐 어쩐지 요즘 몸이 찌뿌드드드드한 거시 옆두리루 뭐가 터져나오는거같구..변신조짐야..(엥..탈피라구라구ㅎㅎㅎ)
테크노 물고기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는물고기님~~ 정말 고마워용~~^^
저 이글 좀 제 아이 홈피에 퍼가도 되나요? (비공개 가족용) 제가 늘 생각하는 주제인데 글로 참 잘 써주셔서요. 모든 개인은 (아이들 포함) 다 다르다, 내 아이도 나랑은 다르다, 내경험을 투영시켜 아이를 기르지 말자,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주자, 아이가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도 폭력이다, 이런 것들이요.
예..담에 님 얘기도 들려주세용.^^
아~~우리 꼬맹이 안다고 생각하고 한발짝 나갔다가 후퇴한 적 몇 번 되지요. 요 녀석이 준비하고 있는 찰라에 엄마는 출발 땡 하는 게 요거 문젠거라요. 요런 거 안하려고 노력하는 데 애 키우는 거 진짜 힘들어요. 조는물고기님 말씀 이래서 약이 됩니다. 감사해요.
사람들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내향적인 울보!! 딱 우리 아들램이네요. 글찮아도 이래저래 이녀석 연구중임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와닿는 글임다..... 딸래미 기질..로 머리 터지게 고민한 게 몇 년인디..허허~ 어느 정도 자라면서부터는 다양한 상황을 통해 아이도 배우는 것이 많이 보이긴 하는데... 에잇.. 부모되기 증말 어렵슴다... 젤로 어려버...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