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7. 비오는 날의 스케치
오늘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고
다음 주는 호남국제마라톤대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마라톤을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건강코스인 10킬로는 대충해도 되지만
하프코스인 21킬로는 대충해선 무리이다.
하물며
풀코스인 42.195킬로미터는 연습 없이는 절대 완주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30킬로까지는 그런대로 달리지만
나머지 12.195킬로미터는 연습으로 좌우 된다.
우리 몸은 매우 정직하다.
노력한 만큼의 근육들이 생겨나고
연습한 만큼의 심혈관이 작동을 하게 된다.
장거리 마라톤은 누구든 힘이 든다.
준비없이 참가하는 대회는 실패로 끝나기 마련인데
그래서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우리네 삶도 대충 살아서는 안 되고, 그렇게 살 수도 없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노력해야만 만족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가 있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노력 없이 완주는 불가능에 가깝다.
장시간 달리는 데 버텨야 할 근육은
에너지가 고갈되고 수분이 부족하면 이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흔히 쥐라는 경련도 누적된 피로에서 생겨난다.
자세한 원인이야 많겠지만
대부분은 수분 부족과 에너지의 고갈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장거리 선수들은 그래서 온 신경을 본인의 몸에 집중한다.
물론 마라톤 경기도 경쟁이긴 하지만
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나처럼 아마추어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목표를 예정치에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도전하는 경기가 마라톤이다.
가장 신사적이고, 가장 모범적인 경기라고 본다.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다 함께 출발을 하지만
각자의 속도는 다 다르다.
처음부터 빨리 달리는 선수와
초반에는 천천히 달리는 선수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 출발 그룹의 전면에는 고수들이 자리잡고
중간 쯤은 중수들이
후미에는 하수들이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거기에 가끔 욕심이 앞선 선수들을 보게 된다.
고수들의 그룹에 중수나 하수들이 끼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대부분 하프지점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자기 몸 속에 비축된 에너지가 고갈되는 즉시
우리의 몸은 멈추게 되어있다.
오늘은 오후 부터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옛 마라톤 동호회 회원 몇 분을 만났다.
스포츠 매장도 구경할 겸,
달리기 연습이란 목적으로 해운대를 찾았다.
막상 해운대에 도착하니
빗방울도 굵어지고 몸도 마음도 어설펐다.
결국 달리기를 포기하고 걷자는 데 공감 했다.
해운대 백사장과 동백섬을 돌아
영화의 거리를 지나오며 건강한 몸에 행복감을 느꼈다.
수영강을 건너서 수영구로 넘어왔다.
비오는 날씨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장금이 국수집을 찾아갔다.
다시물로 끓여낸 구수한 잔치국수에 비 젖은 속을 데웠다.
그곳을 나와 수변공원을 지나는 데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조용한 공원에서 광안대교와 잔잔한 파도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근처의 찻집으로 들어갔다.
생각지도 않은 빵과 커피를 시켜놓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혀끝을 달궜다.
돌아서 나왔더니 비도 멈칫멈칫 사그라 들었다.
광안리로 들어와서 만남의 광장까지 걸었다.
같이 걷던 동행이 막걸리나 한 잔 하자며 꼬드겼다.
북면막걸리 가게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큼직한 빈대떡과 찌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가 나왔다.
신발이 젖은 채 누런 유무 대접에 막걸리를 부었다.
예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대회를 앞두고는 혼신을 다해 연습에 열중했다.
한 달 연습주로 달렸던 거리는 어림잡아 200킬로도 넘는다.
그 정도는 달려줘야 목표한 기록이 가능하다.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오늘 처럼 먹다보니 기록은 둘 째 치고 완주도 힘에 버겹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자리가 싫지 않다.
사는 것도 먹기 위한 일이고 먹는 것 또한 살기 위해 즐기는 시간이다.
어짜피 즐기자는 운동이니
시간 안에 완주하면 목표치는 충분하다.
이 또한 문학이란 평행선에 나이 탓이기도 하다.
오늘은 달리기로 시작해서
세 곳의 맛집 투어를 다녔다고 생각된다.
산다는 게 즐거움의 연속이면 이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
몇 장의 사진으로
<비오는 날 스케치>란 명제를 붙인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눈과 마음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 변상구
첫댓글 보통 사람같으면 사실 10키료 완주하기도 힘든데, 42키로 풀코스를 뛸 수 있다는 체력에 우선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건강관리 차원에서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5~8키로 정도 조깅을 했습니다. 그래서 적정 체중 65키로그램을 유지했지요.그리고 변 국장님 하고는 비교할 순 없지만, 동구청장 배 산복도로 단축마라톤대회(10키로)에 출전하여 상위 그룹으로 완주했던 기억도 있답니다.
그랬던 것이 요즘은 게으름으로 걷기운동
만 하니 과체중(71kg). 고민이 여간
아닙니다. 어디 국장님 연습할 때 뒤라도
좀 따라다녀야 할 판입니다.
같은 마라토너 시군요.
다시 천천히 시작해 보시죠?
꼭 달리기가 목적이 아니라도 체중 관리로는 꽤 괜찮은 운동이니까요.
언제 대회장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