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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산행기 겸 강릉회상기
산 그곳에 가고 싶다,
산 그곳에 왜 가고 싶을까,
산 그곳에 가면 무엇을 얻을까.
산가다산악회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첫 정기산행겸 시산제 나들이에 참가 하였다 새벽 지하철2호선 용산역에 내리니 성서홈프러스앞은 마치 번개시장처럼 배낭을 메고 붐 빈다 잠시 기다려 버스에 오르니 객을 반기는 님들의 시선이 따뜻하다 서대구 톨게이트를 통과 중앙고속도로를 향 하는 것을 보고 눈에 잠을 잠시 붙이는 사이 훌쩍 단양휴게소에 도착하였다 휴게소 주차장코너에 내리자마자 따끈한 씨레기국밥으로 조찬을 하였는데 간편하면서도 맛이 담백하다 차안에서 총무님의 안내와 회장님의 인사 멘트가 있었는데 서로 눈인사를 하며 분위기를 느끼는 동안 카페출석부에 눈팅을 한 주인공의 얼굴이 궁금하여 혹시 젬마, 짱아, 확실한곰, 밍키, 왕공주, 캔디, 용다발, 큰공주, 깜부기, 부시맨, 문득행복, 정운, 신데렐라, 푸른나무님은 누구일까 하고 찾아 보았는데 첫 상견이라 누가누군지 분간이 안 간다
멀리 원주 치악산을 관망하며 영동고속도로 강릉 조인트첸지로 들어서니 눈 익은 강원도 산야가 시원스레 보인다 차창 밖 은빛 설경을 바라보니 잠시 머리가 시원하고 마음이 맑아 진다 황량한 들판에는 하아얀 잔설이 남아 겨울풍경을 즐기려는 나그네의 시선을 끌어 당긴다 질주하는 버스에서 바라보니 횡성, 새말, 평창, 진부, 횡계, 용평 등 옛친구 이름 같은 친근감을 주는 표지판이 정답게 눈에 들어 온다 마침내 횡계IC 톨게이트를 빠져 구 영동고속도로 서울상행선 대관령휴게소에 도달하자 대관령칼바람이 정중하게 우리 산악회를 맞이한다 누군가가 중심에 서서 외쳤다 오늘은 대관령에 대구관광버스를 갔다 부었다고ㅅㅅㅅ
나는 대관령폭설에 대비해 가지고 온 스팻치며 아이젠을 착용하고 아내가 깜박 잊은 김밥을 휴게소에서 구입한 후 선자령 이정표를 따라 등산길에 올랐다
그대는 선자령을 무척 좋아 하나요 오대산 선자령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슬어 담은 오케스트라다 이름만 불러도 나에겐 아련한 추억의 한켠을 차지하는데 선자령에 주홍빛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면 경포호수는 그 빛을 담아 선홍빛으로 로맨틱하게 담는다 가버린 님 생각, 고향에 두고온 앞집 순이, 어머님의 젖가슴과 모성애, 격정에 밀려 낭만과 열애를 불태우던 강릉의 밤들이 은하수 저 멀리 떠오른다, 허난설헌의 강릉초당에는 이맘때면 설중매가 피는데 그건 선자령 눈바람의 작품이다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헤라크레스의 골격같은 선자령은 불굴의 투지를 가르친다 강릉을 제일강산으로, 강릉을 강릉답게 만드는 것도 대관령선자령의 눈바람 일게다 신사임당과 율곡선생의 애닲은 삶이 녹아 있는 오죽헌의 오죽도, 6.25때 심금을 울린 강릉여고생과 빨간마후라의 순정도, 또한 그러하다 나는 아침마다 경포호에 나가 선자령을 바라보며 살아왔기에 10년이 지난 오늘 선자령의 재회는 나에게 남다른 감회가 서릴 수 밖에 없다
선자령은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는 지점이다 동해를 따라 흘러내린 백두대간은 울진 백암의 응봉산, 삼척 환선굴의 덕항산, 동해 무릉도원의 두타청옥산, 강릉 오대산의 대관령선자령, 양양 남대천의 구룡령, 속초 설악산 대청봉으로 흘러가며 애환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신경준의 산경표에 의하면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라 일컫는 민족의 버팀목인데 비, 바람, 눈, 수목,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혜택을 주니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백두대간 대관령구간은 능경봉, 대관령, 선자령, 매봉, 황병, 백학봉, 청학소금강, 노인봉, 진고개 까지 무려 13시간의 대장정을 요하는 긴 구간으로 금강소나무와 산약초, 놉새바람과 해안풍광이 그 백미다
우린 산악인으로 산을 연모하는 사람이니 다시 산 이야기를 나누자 나는 무장공비의 강릉잠수함침투사건 당시 강릉에 살았는데 그때 대서특필로 보도된 북상도주로를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그들의 삶의 흔적을 산악인으로서 돌아 보기위해 칠성산과 오대산을 1년 걸려 종주한바 있었다 그때 칠성산 종주후 성산 보현사로 올라 삼양목장을 치고 오대산 선자령에서 야영을 하였는데 그날 밤 야경의 아름다운 강릉을 바라보며 느낀 벅찬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에는 제왕산, 능경봉으로 내려와 바로 우리 산악회가 올라간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으로 올라 매봉, 황병, 백학, 청학, 노인봉을 지나 진고개를 종주하였다 나는 산가다카페에서 두타산.청옥산을 다녀온 회원들의 사진과 글을 보았는데 아마 그 때처럼 고난의 힘든 코스로 보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선자령을 거시적으로 말했으니 이제 미시적으로 파고들어 보자 강풍으로 우리는 초입에서 시산제를 지냈는데 항상 애쓰시는 분들이 늘 그러하듯이 정성을 다하여 준비해 오신 삶은 돼지고기, 시루떡, 건포, 과일은 정갈 지고 풍성하였다 여기에 대구에서 올라온 명품 불로막걸리가 뛰어드니 제물구색은 완전 멋짐이다 집사제관이 유세차 단기 사천삼백오십이년 이월 십오일 (음1월21일) 산그곳에가고싶다 산악회원들은 강원도의 진산 선자령에 모여 선자령 산신께 고 하나이다 라는 축문을 낭독하며 정밀한 치성을 드릴제, 시산제의 열기는 점입가경의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첫 참가이지만 시산제의 참뜻을 함께 나눔이 좋을듯 하여 고사머리에 금원을 물리고 기원을 드렸다 그리고 나서 둘러 앉아 음복주를 마시니 이 어찌 천지신명과 산왕대신의 감응이 없으리오
선자령에는 대관령국사성황지신 제당과 산신각 건물이 2채 있고 범일국사(男神성황),초계정씨부인(女神성황),흥무대왕김유신장군(山神) 등 3신(三神)을 성황과 산신으로 모시고 숭앙하는데 여기 3신은 바로 강릉의 수호신이다 요즘은 백두대간 대관령산신제 축수도 공식적으로 이곳에서 올린다 범일국사, 초계정씨부인, 김유신은 역사상 실존인물로 유독 강릉에서만 신격화되어 있는데 범일이 누구인지, 초계정씨부인이 왜 신이 되었는지, 김유신이 왜 흥무대왕으로 추앙되는지 더 상세한 것은 문헌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지면상 생략한다 나는 이 기회에 여러분들이 만약 시간이 있다면 강릉단오제를 한번 참관하시기를 권유 드리고 싶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5월 5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강릉지방 마을축제인데 난장과 민간신앙이 결합되어 고유의 축제로 발전하여 왔고 동해안에서는 가장 큰 행사다 동의보감의 허준이 선조 36년 1603년에 강릉단오제를 구경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400년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옛사람들은 5일간 완전히 일손을 놓고,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자며 휴식, 사교, 화합, 단결, 협동을 중시하였고 또 평안, 번영, 태평을 기원했다 단오제는 대관령 3신에게 드릴 술을 칠사당에서 담그는 것으로 시작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남대천에서 제를 올리며 마지막날 대관령으로 다시 3신을 모시는 것으로 끝 난다 강릉 남대천 백사장에는 5일 동안 매일 난장이 열리는데 굿, 관노가면극, 그네, 씨름, 가요페스티발, 국제써커스, 농악행사가 매일같이 이어진다 난장에는 전국의 난장꾼과 품바가 총집합하고 전국의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남녀노소 인파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상인들도 전국적으로 남대천에 모여 대목을 보는데 그 규모가 전국최대라 어마아마함에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그 동안 강릉시내는 장사가 안 되어 아예 점포 문을 닫아둔다 강릉인은 강릉단오제를 지내지 않으면 큰 재앙이 온다고 믿고 있는데 이와 같이 강릉단오제는 볼수록 재매있는 행사요, 강릉은 참 멋있는 고장이다 끝으로 단오장을 즐기는 요령이 있으니 쇼핑은 꾹 참았다가 구경하고 국밥 먹고나서 제일나중에 마지막 파장에 가서 보라는 속설이 있다 이 정보는 실전에서 얻은 고급정보이므로 참고로 하시면 한다.
다시 산행기로 들어가자ㅅㅅㅅ
주말인데다 경제가 어렵고 힘든 탓인지 산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 인산인해다 주차장, 휴게소는 말 할것도 없고 산행길에 어깨를 부딪히며 교행할 정도니 전국 산악인이 다 모인 것 같고 등산복의 패션, 휘장, 명찰, 모두가 활기차다 젊음은 눈부신 것이다 얼굴표정을 보니 하나 같이 맑은 선남자.선여인이라 볼그레한 혈색에 젊고 예쁘기만 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는 연인과 애인이라 부르는 사람도 섞여 있을 것이니 내가 만일 젊다면 산에서 만나 산을 아는 사람과 사랑을 속사였으리라 아! 젊음이여 연부역강함이여 부러워라
저 멀리 풍차가 강풍에 빙빙 돌아간다 바람은 엄청 새 차다 워낙 센 바람과 많은 인파로 겨울풍경을 느낄 사이도 없이 앞만 보고 오르지만 부는 바람에 몸이 휘청한다 쓰릴이 만점이다 중국의 서시 같은 가냘픈 몸매라면 금방이라도 날아 갔으리라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을 모진 설한풍이라 하지만 선자령 9부능선에서 등을 떠 밀어 주는 저 놉새바람(팬풍) 앞에는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아마도 오대산 산신령이 대구에서 올라온 팔공인들에게 기억에 남을 선물을 주는 것이리라 우리가 언제 어디서 대관령 놉새바람을 맛볼 수 있으랴 선자령 정상을 눈앞에 둘 무렵 양볼이 빨갛게 얼 듯이 무척 힘들어 보이는 여성이 보여 내가 착용한 스키마스크를 성큼 벗어 주었는데 나중에 버스 안에서 상냥한 미소로 되돌려 준다 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르지ㅅㅅㅅ
마침내 선자령에 도착하여 기념찰영을 했다 나도 한땐 카메라를 메고 이리저리 뛴 기록맨 시절이 있어 그 노곤함을 가히 알겠더라 감사를 넘어 존경을 보낸다
오 강릉! 놀램의 탄성과 함께 산해만리 저 아래 바다, 호수, 백사장이 보이고 눈, 구름, 바람속에 도시가 보인다 그대는 선자령에 올라 무슨 생각 하나요 나는 누군가에게 경포대를 가리키고 경포호를 노래했다 저기 동해바다와 경포해수욕장 그리고 사임당 신씨가 자친학발재임영 사친시를 쓰며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경포호수와 관동팔경의 경포대가 있지요, 참 아름답지요 눈을 돌려 북녘을 바라보니 오대산 매봉이 그윽이 보이고 고독한 배낭을 메고 대간을 성큼 걷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다시 남녁을 향하니 강릉에서 외롭고 울적할 때 배낭을 메고 사랑을 다짐하던 대관령 옛길, 제왕산, 능경봉이 완연하다 아! 추억은 아름다워라, 그 속에 야간산행 함이 무릇 기하 이더뇨, 산중에서 고독과 악수하던 그날의 일들이 떠올라 불현 듯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의 강렬한 메시지가 내 심장 안에서 용솟음 친다
잠시후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니 아늑하고 오붓한 자리가 있어 산중오찬을 하였는데 희한하게 바람이 쉬어가는 명당이더라 회장님, 총무님, 다정다감한 회원님들이 모두 합류하였고 가지고 온 음식으로 인정을 나누었다 난 김밥과 곶감과 부식을 꺼냈는데 어느 이름 모를 친절한 여성님 덕분에 따뜻한 밥이며, 김치며, 커피며, 맛있게 먹었다 내가 늘 애호하는 정상에서 마시는 정상폭탄주는 배낭에 가지고 간 캔막걸리 2캔으로 대신하였으나 조금 약한듯하여 전 회장님이 고맙게 주시는 양주와 소주로 한잔씩 더 보충해 두었다 이 정상폭탄주는 나중에 보듯이 그 위력을 발휘하는데 추울 땐 사실 독주만큼 고마운 것도 드물다 그 거센 강풍을 뒤로하고 회원들이 둘러 앉아 정답게 음식과 덕담을 나눈다 저 멀리 대구에서 불원천리 올라와 더 더욱 정감스럽고 산악인으로서 긍지와 멤버십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준비해 온 음식은 부족함이 없었고 따끈한 라면과 숭늉물 한 모금까지 주시는 여성님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나는 모르지ㅎㅎㅎ
천리길이 아득하니 서둘러야 할 시간이다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 땀이 금방 식어 한기가 오는듯하나 뜨뜻하게 먹고 마시고 나니 다시금 힘이 솟는다
대간종주시 쓰던 양손스틱을 가지고 왔으나 오늘 따라 고정이 되지 않아 배낭에 접어 넣고 눈속에 나무 두개를 줏어 스틱대신 지팡이로 짚고 내려오니 내 행색이 터프한 수염에 마치 도를 닦는 도사 같이 보였으리라 그대는 왜 수염을 기르나요, 특별한 사연은 없지만 멋과 호기심 이랄까ㅅㅅㅅ 설한풍에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눈길을 타고 7부 능선쯤 내려오니 여성회원 한분이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다 산행대장을 위시한 4명의 회원이 구조도우미로 남고 나보고 먼저 가서 전하라 해 슬슬 조심하며 내려왔다 눈속의 산행길을 옛사로이 보지 마라, 대관령은 깊고 험악하여 과연 만만치 않구나, 내리막 하산길은 급경사에 꽁꽁 얼어 빙판이 된 눈과 바위로 울퉁불퉁하다 역시 대관령이야! 얕보면 안되! 겨울산행은 순간순간 복병을 만나지만 그때마다 순간의 위기만 잘 벗어나면 금방 괜찮아진다 이 역시 겨울산행이 주는 묘미이다 그러나 맘속으로 조심과 신중을 기하며 한 발짝 씩 내려 온다 누군가가 인생살이가 조심성 깊은것 그 이상은 없다고 하지않던가 선자령은 오늘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인고일까? 인욕일까? 나무지팡이와 아이젠 도움으로 무리는 없었지만 무릎관절에는 난코스다 아! 아이젠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깜깜하다
정상폭탄주는 가끔씩 낭만에 젖게 하는데 그 감흥으로 바라보니 솔바람에 쌓인 눈이 유난히 순백의 빛으로 홍진에 썩은 명리를 덮어버리고 겨울나무사이 울어주는 선자령 바람소리가 온통 겨울을 겨울답게 말 한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함이 없는 그 빛, 나는 소나무 예찬론자 중의 한 사람이다 소나무는 그 뿌리가 곧고, 길고, 커서, 토심이 깊은 곳에서 잘 성장하는데 대관령금강송이야 말로 바로 그러한 생육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통직하게 쭉 뻗어 시원스럽게 하늘을 찌르는 저 울창한 적송은 이곳 대관령 아니면 볼 수없는 풍경의 하나다 오늘도 바라보니 붉은빛의 줄기에 우람하게 자라난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이휘이 운동하며 노래하는 그 모습은 가히 목중왕(木中王)이요, 장관이로다 경복궁 문화재중창에 쓰인 목재(강릉신흥목재 인간문화재신응수)가 바로 여기서 가져간 대관령 금강송이요, 이번 남대문(숭례문) 화재로 복원될 목재가 바로 여기 대관령금강송으로 보도된 바 있다 소나무라면 나도 할 말이 조금은 있는데 바로 대관령금강송을 몇차 구입하여 고향에 운반해 두고 고향에 관동팔경 의상대를 본뜬 정자를 지었고 다시 제실을 건축하기 위하여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음이다
대관령 삼막골 삼막교로 향하는 내 발길은 한발짝 두발짝 뽀드득 뽀드득 하얗게 소리나고 은빛 설산의 눈길에 온통 음악으로 가득차 몸 전체가 즐겁다 나는 하산 길에 늘 즐겁고 흥겹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한번씩 시원하게 뿜어 보는 가곡 부르기에 익숙한 버릇이 있다 그건 정상폭탄주가 주는 보너스요, 마력이다 내 노래는 애틋한 소리를 내며 계곡의 얼음이 녹아 흘러가듯 쉼 없이 흐른다 이를테면 애니로리에서 오솔래미오, 그리운금강산, 너의빈자리,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당신은나의운명, 그댄봄비를무척좋아하나요, 메기의 추억, 님의향기, 비와외로움, 카로미오밴, 서른살즈음에, 돈텔파파,,, 그러니까 가요, 가곡, 팝송, 샹송, 세미크래식을 퓨전으로 아우른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허이허이 하산을 하는데 어느듯 4부능선 쯤 도달하였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소리가 들린다 만물이 얼어붙은 이 깊은 산중에 어디서 이렇게 청아한 물소리가 들릴까, 찌든마음 씻어주는 세심천 같아, 살펴보니 계곡은 하얀눈으로 덮여 있고 눈얼음이 방울방울 녹아 물방울소리를 내며 굴러 간다 엄동설한을 아랑곳 하지 않고 흐르는 눈 녹은 계곡수를 보자 서슴치 않고 패트병에 2개 담았다 손이 엄청시려 금새 얼것 같이 차다 나는 계곡수를 담아 팔순노모에게 바치는 취미가 있는데 맘속으론 대관령 청정 계곡수에 녹은 불로초, 신선초의 양분이 노모의 몸속에서 저항하는 악성세균을 쓸어 가소서,,, 염원 하며ㅅㅅㅅ
마침내 터벅터벅 걸어가는 산길 저 머얼리 강릉고속도로가 보이고 초막교도 보인다 그리고 기다리는 일행과 내사랑 순이도 그리고 버스도 보인다. 뿌듯하다 이제 거의 다 내려 왔나보다 도착해서 보니 이곳은 구 영동고속도로 초막교 다리가 있는 곳으로 예전에 와 본 일이 있었는데 외지 관광버스가 잠시 머물렀다 출발하는 바로 그 곳 이더라. 거기서 강릉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대관령박물관이 나온다 그러니까 강릉을 다 왔다는 뜻이다
여기서 잠깐ㅅㅅㅅ
드러낼 일은 못되지만 기차여행이라면 나도 즐기는 방법을 조금 알고 있길래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동대구역에서 강릉역으로 눈꽂산행 겸 기차여행을 맛베기로 짧게 안내해 보자 눈꽂산행 이라면 소백산. 태백산은 빼놓고 오대산 비로봉,상왕봉코스, 제왕산과 능경봉코스, 오대산 진고개 코스, 여기 대관령 선자령 옛길코스가 단연최고다, 기차가 영주를 떠나면 소백산, 태백산, 추억의 스위치백구간, 삼척환선굴, 오십천을 굽이굽이 돌아가는데 강릉 기차여행은 백두대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므로 겨울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환상적인 코스다 모래알시계의 정동진역에서 백사장과 파도의 운치를 보고 강릉역에 내려 강릉중앙시장에서 삼숙이탕, 아구탕을 맛보고 오죽헌, 경포호, 경포대, 경포백사장을 돌아 주문진항,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초장하면 이보다 더 값싸고 즐겁고 낭만적인 여행은 찾아 보기 힘 들것이다 오시는 길에 기차간에 도시락 까먹고 차창에 기대어 꿈꾸는 피앙새에게 사랑하는 그대 이름 부르노라 속삭여 주면 행복은 어디 쯤 가고 있을까ㅎㅎㅎ
마침내 보고 싶은 얼굴을 향하여 다가서니 하산주가 반가이 기다린다 불로막걸리와 오뎅탕의 멋진 하머니다 뜻끈뜻끈한 오뎅탕으로 속을 땃끈히 덮히고 좋아하는 막걸리 두서너 사발 꿀꺽 꿀꺽 마시고 나니 피로는 삭 가시고 몸속의 열기는 다시 뜨거워진다 어둠이 대관령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깔리기 시작할 무렵, 부상자가 깜깜한 산속에서 내려오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잘 내려와 주었다 무사하산을 축하하고 부상자의 투혼에 찬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횡계에 와서 잠시 쉬었다가 신 영동고속도로를 탔는데 아쉽다면 대관령황태를 쇼핑하지 못한 점이나 다음 챤스가 또 있을게다
영동고속도로에 오르자 카페운영진과 산악회임원들이 즐거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 쓰신다 겨울나그네에게 연신 먹거리와 신선주를 주시니 산행의 여독은 사라지고 대관령산신이 된 듯 즐거운 여흥시간을 가졌는데 당신은 나의운명, 님의 향기를 부르고 나니 기쁨이 배가 한다 진행하는 여성회원님들을 자세히 보니 선녀 같고 천사 같아라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가득 담고 좋은 분들과 친교를 맺으니 참 행복한 하루였으며 오래 기억 될 것이다. 그래서 산 그곳에 가고 싶은 것 일까, 아니면 산 그곳에 가고 싶은 것이 그래서 일까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 2. 15 설송 박 종 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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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 글보다 더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