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철이 돌아오기 전에 집 안팎 대청소를 한다. 비 올 때는 집안을
치우고, 날이 좋을 때는 집 뒤란부터 시작하여 하수도를 치고, 마당과 광
을 치운다. 사람 사는 데 무어 필요한 게 그리 많은지. 살림살이가 지천
이니 쓰레기도 많다. 도시에서 살 때는 분리수거를 하면 되었다. 똥 누고
물 내리면 끝이듯, 쓰레기를 버리면 누군가가 치워주었지. 여기서는 똥
누면 그걸 받아 모아 거름으로 쓰고, 거기서 난 것을 다시 먹는다. 쓰레
기도 재활용이 가능할 수 있을까?
도시에서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겠지만, 나는 시골에 살면서 쓰레
기로 골치가 아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쓰레기를 걷는 방법은 어디든
똑같다. 그러니 거기에 따라 버리면 되긴 한다. 다만 쓰레기를 걷으러
동네까지 와주지 않으니, 쓰레기를 싣고 면사무소 옆 분리수거장까지 날
라야 한다. 한데 이렇게 쓰레기를 돈 내고 어딘가로 보내는 일이 자꾸 망
설여지는 거다.
마을 어른들은 어떻게 하나? 쓰레기가 나오면 '쳐낸다.' 한데 모아
태워버리는 거다. 아니면 강이나 계곡에 던져버린다. 오래 전. 그러니까
비닐이나 깡통이 나오기 전부터 이어오는 습관이리라. 그러나 이제는
농약병, 밭에서 나오는 비닐, 깡통, 소주병, 버린 냉장고.... 쓰레기가
이렇듯 바뀌었다. 그래서 이런 게 계곡에 처박혀 있고, 비가 많이 올 때
는 냇물로 떠내려온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돈 주고 사오는 건 모두 쓰레기를 남긴
다. 자연에서 내가 몸을 움직여 얻은 것에는 쓰레기가 없다. 논밭에서 나
는 것 중 사람이 먹지 못하는 것은 짐승먹이가 되거나 거름이 된다. 나
무, 흙, 돌로 만든 물건은 다시 돌려놓으면 된다. 한데 밖에서 들어오는
건 하다못해 포장지라도 남긴다.
쓰레기를 보면 내가 살아가는 꼴이 낱낱이 보인다. 과자봉지, 술병,
형광등, 욕심으로 챙겼다가 입지도 않고 버리는 옷까지......, 가게
에서 비닐봉지 하나라도 안 받아오려 하지만, 우리 집 곳곳에 비닐이 넘
쳐나고, 플라스틱 그릇은 또 얼마나 나뒹구는지. 하나하나 줄여나가자
고, 빗자루 하나라도 사지 않으려 댑싸리를 키워 쓴다. 이러면서도 다음
장에 가면 뭔가를 사서 비닐봉지에 주렁주렁 담아 올지 모른다.
종이는 아궁이에 불쏘시개 겸 태우지만, 다른 쓰레기는 태우지 않
는다. 굴뚝물(목초액)을 받아 써야 하는데다 자칫 이상한 걸 태우다가는
독가스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터 한쪽에 묻기도 했다. 그것도 감당
하기 어렵다. 또 햇볕에 자연 분해되라고 그냥 놔둬 보았다.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몇 년 하다가 결국 쓰레기 봉지를 사서 거기 담아,
싣고 나가버린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래 생태니 환경이
니 하며 취재하자는 소리가 나오면 손사래를 젓는다. 쓰레기를 치우면
서 쓰레기 안 나오는 삶이 무엇인가를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