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의 즐거움 2
뉴올린스 주(州)에 있다는 해뜨는 집으로
지난 세기 칠십 년대에 갔어야 했어
에릭 버든*이 절규하며 우수 섞은 그 블르스 창법에
전율할 때에, 이미 오늘을 헤아려야 했지.
깡소주 뒷날, 쓰린 배보다 더 얄미운
썩은 토악질 입냄새가 일호선 전철 종점까지
날 절해고도에 있게 하네
그래서 경로석 구석에 처박히면
인자한 노인들도 옆자리를 비워주지.
그래, 에릭 버든이 그 아삼삼한 애드립으로 보컬을
때릴 때, 난 해뜨는 집으로 가야했어
마누라는 두 새끼들 어떻게 간수하고 있을까
하꼬방도 없는 요즘 정보화 시대에.
이젠 돌아가야 하나, 아직도 자신이 없어
보따리처럼 웅크린 흐릿한 시야에 쿵하니 또 다른
보따리가 통로에 놓인다.
이 시계로 말할 것 같으면, 단돈 오천 원에 모시는데,
새파란 떠꺼머리 총각의 힘찬 삶이 보였다.
문득 서울역 일각에 있는 구세주, 무료급식소에서
시원한 라면국물이라도 훌훌 마시고 싶어졌다.
노숙의 즐거움은 이렇게 내 승냥이 눈알을
빛나게 한다. 떠꺼머리가 보따리를 들었을 때,
아들녀석 얼굴이 미치도록 아삼삼해져 왔다.
예의 해뜨는 집 애드립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2003 . 1 . 17)
* 에릭 버든 ∼ 영국의 록그룹 Animals의 리드싱어. 대표곡 '해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