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18 - 가위바위보 1
S#1. 캠퍼스 전경
푸름이 더한 캠퍼스 전경.
반소매 차림으로 다니는 학생들..
잠시 음악이 가다가... 그 위로.
채영 : (E) 가자아.. 이민재. 가자구우.. 야 이민재애!!
S#2. 석학의 집
민재를 따라 들어오는 채영.
채영 : 어? 하루 날잡아서 후딱 갔다오자니까아. (미순에게) 안녕하세요. (민재에게) 야 이 곰단지야. 봄날이 다 지나가는데
넌 분하지두 않냐? 어?
민재 : (미순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냉커피요.
미순 : 채영이는?
채영 : 냉커피 곱빼기요. 얼음 잔뜩 넣어가지구요.
민재, 채영 기다리는 정태와 지원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으며.
채영 : 야아 이민재 봄이 다 끝나간다구우..
민재 : 내년엔 봄이 안 온대냐?
채영 : 당연히 안오지. 올해 봄은 올해밖엔 안온다구. 학부생의 마지막 봄인데. 너 평생을 기다려봐라. 이 봄이 다시 오나.
정태 : (신문 뒤적이다가) 뭐야. 뭔데 또 들들 볶구 있냐?
채영 : 엠티 한번 갔다오재니까 이러구 재구 있단다. 정태야 너두 엠티 가는 거 찬성이지?
정태 : 여행이라면 언제나 찬성이지.
채영 : 거봐거봐. 지원아 너두 가자. 엠티 가자. 어?
지원 : 엠티 가서 뭐할건데?
채영 : 어이구참. 그 뭔가를 안하려구 가는 게 엠티잖어. 나무도 보고.. 숨이나 쉬구.. 하늘 한번 보구.. 술도 한잔 먹구.. 그리구..
지원 : 초등학생들 하는 게임이나 하구.. 그게 재밌니 넌?
채영 : 아우 야아..
민재 : 채영아.
채영 : 왜.
민재 : 너 엠티 갈 돈 있냐?
채영 : (희망이 생겨서) 있어있어. 회비 얼마씩 걷으면 될까.
민재 : 그 돈 있으면 좀 기부해라. 난 지금 한푼이라두 모아서 아시아 대회 경비로 쓰고 싶은 마음 뿐이다.
채영 : 그러니까 민재야. 우리 엠티 가서 그 작전을 짜보자구. 어때.
정태 : (신문을 접으며) 이왕 갈거면 이박삼일쯤 가지뭐. 석가탄신일 껴서.. 텐트는 내가 준비할 수 있어.
채영 : 난 정태가 제일 좋아. 진짜야.
지원 : 그 얘긴 스터디 끝내구 계속하면 안되겠니?
채영 : 지원아 너두 가자. 가서 스터디 하면 좋잖아.
민재 : 엠티 가서 로봇대회 작전도 짜고. 스터디도 하고?
채영 : 어. 그러니까 가자.
정태 : 근데 니들 레드존 애들 소식 들었어?
채영 : 하지마. 하지마. 그것들 얘기라면 꺼내지두 마. 난 레드존의 악몽을 씻어내야 돼. 그것들만 없었으면 우린 지금 느긋하게
지원금 받아서 로봇 고치고 있을거잖아. 그러니까아.. 엠티 가서 레드존의 악몽을 씻어내자 어?
S#3. 합기도장 (학교 근처의)
합기도생들의 대련이 벌어지고 있다.
기합소리와 이곳저곳에서 대련하는 이들의 모습..땀방울도 번뜩이게... 접근전 등을 멋지게..
그 중의 대욱이 상대와 접전을 벌이다가 상대를 장쾌하게 집어던진다.
대욱 넘어진 상대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다가 돌아보는 곳.
입구 쯤에 진수가 서서 보고 있다가 미소 짓는다.
S#4. 합기도장 밖
옷을 갈아입은 대욱과 진수가 나오고 있다.
대욱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대욱 : 마 너도 가끔 운동을 좀 해라. 맨날 머리통만 굴리고 있으면 화성인같이 된다. 머리통만 커다란 거.. 알지?
진수 : 화성에는 지적 생물체가 없어.
대욱 : 아 자식. 재미없게.. 근데 여기까지 왜 찾아왔냐?
진수 : (걸음을 멈추더니) 오늘 저녁에 레드존팀 소집했잖아.
대욱 : 알어. 근데.
진수 : 미리 부탁할 게 있어서.
대욱 : 뭐?
진수 : 이따 회의 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너.. 날 지지해줘.
대욱 : ... (의심스레 보다가) 무슨 말을 할건데?
진수 : 그때 상황 봐서 할거야. 넌 지지해준다고 약속만 해.
대욱 : 그 자식. 사람 머리 굴리게 만드네. 무슨 꿍꿍이 속이야?
진수 : 해줄거야 말거야?
대욱 : 뭔지 알아야..
진수 : 좋아 가위바위보로 정해.
대욱 : 뭐?
진수 : 넌 가위 내. 알았지?
대욱 : (당황하는데)
진수 : (벌써 한 손 들고) 가위..
대욱 : 야야..
진수 : 바위..
대욱 : (재빨리 머리 굴리는)
진수 : 보.
둘이 손을 내는데 진수는 바위고 대욱은 가위다. 대욱 어라..해서 내밀어진 두 손을 본다.
진수 : 내가 이겼지? 그럼 너 지지하는거다.
대욱 : 잠깐만.. 다시 해. 삼판양승.
진수 : (할수없다는 듯) 좋아. 그럼 너 가위 내. 가위.. 바위.. 보!
대욱, 딴에는 머리를 굴리다가 이번엔 자신있게 다시 가위를 낸다. 진수 바위를 내서 다시 이긴다.
대욱 : 아니 잠깐.. 이게 아닌데...
진수 : 왜 불만 있어?
대욱 : 오판삼승. 다시.
진수 : 알았어.
대욱 : 가위.. 바위..
진수 : 너 가위 내.
대욱 : 좋아. 가위바위보!
대욱은 보를 자신있게 낸다. 진수는 가위.
진수 : 오판삼승. 됐지?
대욱 : 어어.. 너 어떻게 한거야.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거지?
진수 : (웃지도 않고) 머리를 굴리려면 제대로 굴려야지. 어설프게 굴리니까 그런거야. 그럼 이제 너 약속한거다.
진수 먼저 걸어간다.
남은 대욱, 아직도 납득이 안가서 자기의 양손을 내놓고 아까의 시합, 복기를 해보고 있다.
S#5. 박교수 연구실
문이 비죽이 열리더니 만수가 들여다본다.
남희가 혼자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만수 : 남희씨.
남희 : (보더니) 뭐? 남희씨?
만수 : (신나서 들어오며) 이 좋은 날에 아릿따운 우리 아가씨 뭐하시나..
남희 : 점점..
만수 : 아이 선배.. 우리 영화나 한판 때리러 가자. 응?
남희 : 나 지금 바뻐. 너 상대해 줄 시간 없으니까 가서 공부해. 응?
만수 : 뭐가 그렇게 바빠요? 내가 도와줘요?
남희 : 다음달에 학회 있잖아. 주소록 좀 정리 해줄래?
만수 : 영화 같이 봐주면..
남희 : 가라. 가.
만수 : (옆에 와 붙으며 모니터를 같이 보는 척하며) 야아 참 신기하네.
남희 : 뭐가? (자기도 모니터 들여다보는)
만수 : 어떻게 선배한테선 언제나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지?
남희 : 너 정말 맞구 싶니?
만수 : 너무 그러지 마요. 나두 우리 집에선 귀한 아들이야. 나중에 우리 집에 들어와 살 때 생각을 해보라구요.
그렇게 남편 우습게 알면 시어머니가 미워한다아.
남희 : 이게 정말..
남희, 서류 뭉치 하나를 들고 패고, 만수 도망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치느라 노크 소리를 못 듣다가 문이 열리며 진수가 들어선다.
진수 : 어.. 저..
남희 : (진수를 발견하고 당황해서 멈춘다) 어 웬일이야?
진수 : 리포트 내러 왔는데요.
남희 : 그래. 줘. (리포트를 받아들며 만수를 흘기며 자리로 가는)
만수 : (남희 모르게 진수에게 나가라고 손짓) 가. 얼릉 나가 임마.
진수 : 정만수선배님이죠? 시합 때 사회보셨던.
만수 : 넌 눈치가 그렇게 없냐? 지금 분위기 좋은 거 안보여?
남희 : (만수에게) 너 나가. (진짜 화났다) 안 나가?
만수 : (실실 문으로 가며) 봐 임마. 너 땜에 김새서 화났잖어. 짜식이 한참 즐거운 순간에..
순간 날아드는 서류, 만수 재빨리 피하고 기분좋은데, 이탄으로 날아든 책이 정통으로 만수를 맞춘다.
S#6. 복도
아까 맞은 자리를 매만지며 진수와 나란히 걸어오는 만수.
만수 : 뭐? 미스터팀?
진수 : 예. 거기 아시아 대회 준비하고 있대요?
만수 : 글쎄에.. 대회참가경비는 둘째치고.. 로봇 수리할 돈이나 있을랑가 모르겠다. 니들하구 붙어서 로봇들이 다 박살났잖냐.
차암 니들 시합 끝내줬어. 이건 완전히 무림고수들이 혈투를 벌이는거 같드라고. 있잖어. 왜. 소림사 고수와 혈맹파의 대결.
정파와 사파의 목숨을 건 앤딩씬.
진수 : 어느 쪽이 정파고 어느 쪽이 사파인데요?
만수 : 아...그야 니들이... (진수를 틱틱 치며) 아이 알면서..
S#7. 처장실
이교수, 박교수가 서류를 뒤적이고 있다. 지켜보는 처장.
이교수 : (서류 덮으며) 이걸 레드존팀 정진수가 제출했다구요?
처장 : 네. 아까 오전에 그걸 들고 찾아왔더군요. 한번 내용을 검토해 주십사..하면서요.
박교수 : (긁적이며) 그러니까 이게 뭣이냐, 자기는 이미 스폰서를 구했다. 그래서 아시아대회 출전 경비를 직접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아시아대회에는 자기 팀이 나가겠다.. 이런 내용같은데...
처장 : 맞습니다. 거기 스폰서가 되겠다는 회사 이름까지 나와있지요? 거기 액수도 보입니까?
그 정도면 아시아대회가 아니라 세계대회까지 나가고도 남을 거 같은데..
이교수 : 아니 잠깐만요. 전 잘 이해가 안됩니다. 아시아 대회는 이번 교내 대회 1,2위팀인 베스트하고 미스터, 두 팀만 출전자격이
있어요. 레드존팀이 스폰서를 구해와도 아시아 대회에는 못나간다구요.
처장 : 아시다시피... 학교 형편상 우승팀만 출전경비를 부담해 줍니다.
이교수 : 그래서요?
처장 : 준우승한 학생들은 아직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다면서요?
이교수 : 이 학생이 그런 말까지 하든가요?
처장 : 이 학생들은 자기팀이 경비를 구해오면 참가할 자격을 달라는 겁니다.
이교수 : 아니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린 두 개팀밖에는 못 내보냅니다.
처장 : 나도 그렇게 얘길 했지요. 그랬더니 준우승팀과 재시합을 시켜달라더군요. 대회는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냐.
그럼 이길 수 있는 팀을 내보내야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요.
박교수 : 재시합이요? 오호 그거 볼만하겠네요.
이교수 : 하지만 미스터팀은 로봇 파손이 심각해서 결승전도 기권했어요. 갑자기 재시합을 할 상태가 아니라구요.
박교수 : 아하... 정리가 된다. 출전자격이 있는 팀은 돈도 없고, 재시합도 불가능한데 자격이 없는 팀은 돈이 있다.
재시합도 불사하겠다. 그러니 자기들에게 출전권을 양보해달라... 이거로군요.
이교수 : ......
처장 : 두분 교수님이 로봇 축구를 주관하고 계시니까 두분이 검토를 해보세요. 이왕이면 긍정적인 검토면 좋겠군요.
하고자하는 열의가 있는 학생들을 믿고 기회를 주는 게 우리 학교 교육방침 아닙니까.
난처한 이교수, 서류를 다시 펼쳐본다.
S#8. 이교수 랩
민재, 계산기 두드리며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 지웠다 한다.
명환이 들어오며.
명환 : 민재야.
민재 : (계산에 열중하느라 못듣고)
명환 : 이민재!
민재 : (벌떡 일어나며) 예? 선배님.
명환 : 저번에 입력시키라구 준 맵 데이터 어디 있어?
민재 : 아, 그거요. 만수형이 가져갔는데요.
명환 : 만수 이 녀석은 하여튼 블랙홀이야. 한번 가져가면 소식이 없다니까.
(민재가 메모하던거 보고) 아시아 대회, 경비 뽑구 있었냐?
민재 : 예. 예산을 적게 잡으려구 하는데....
명환 : 그래도 액수가 만만치 않지? 항공료에, 장비 운송요금, 숙박비... 스폰서 없이는 힘들걸.
민재 : (쓰게 웃으며) 그러네요.
명환 : 이교수님도 따로 알아보시는 눈치던데 요즘 스폰서 구하기가 쉬워야 말이지.
민재 : (답답한) 예. 압니다.
명환 : 웬만하면 포기해버려.
민재 : 포기..요?
명환 : 후배들한테 맡겨버리고 너두 대학원 시험 공부해야지. 세계 대회 우승도 좋지만 니 앞날도 슬슬 생각하라구..
만수 : (즐겁게 들어서며) 에브리바디 굿 애프터눈~
명환 : 어디 갔다 이제 오는거야?
만수 : 인간 정만수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요.
명환 : 너 맵데이터 엇다 뒀어?
만수 : 잠깐만! 하나씩 처리하겠습니다. 이민재.
민재 : 어?
만수 : 이교수님이 부르신다.
민재 : 날? 왜..
만수 : 으흐흐. 눈치를 보아하니 스폰서 구하신거 같든데. 뭔가 서류를 한뭉치 들고 계시더라고.
민재 : 고마워 형. (반색을 하며 뛰어나간다)
만수 : 자아식.. 좋아서.. (명환의 눈치를 보며) 누구넨 부럽겠네에. 준결승에도 못 가본 누구한텐 그림의 떡이네.
명환 : (노기를 참고) 정만수 맵데이터!
만수 : 맵데이터야 어디있니? (여기저기 뒤지는) 어디 숨었니이..
S#9. 이교수 연구실
민재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류(아까 처장실에서 보던)를 뒤져보고 있다.
그 앞에서 민재를 살펴보던 이교수.
이교수 : 이해가 되니?
민재 : ... 아니요. 이해가 안됩니다.
이교수 : ...그렇겠지.
민재 : 그러니까.. 어차피 우린 돈이 없어서 아시아대회에 나갈 수가 없을테니 양보하라는 겁니까?
이교수 : 양보하기 싫으니?
민재 : 양보하기 싫으면 재시합을 해서 결정하자..이런 얘기구요? 이건 우리 로봇들이 다 망가졌다는 걸 알고 하는 말이겠군요.
이교수 : 그럴 수도 있지.
민재 :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이교수 : 아직까지 난 어떻게도 생각하지 않고 있어. 그리고 난 니가 누구보다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어.
그래서 일단 너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은데.
민재 : (말없이 이교수를 보는)
S#10. 캠퍼스 공중전화
민재 어딘가 전화를 걸고 있다. 버튼을 누르고 신호를 기다리며 우울하게 있다가....
민재 : 엄마. 민재에요. 건강은 어떠세요? 아직 가게나가면 안되는거 알죠?..어이구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저씨한테 좀 맡겨요.
엄마가 너무 그렇게 간섭하면 오히려 일할 맛이 안날거라구요. ...예...그럼요. 엄마 아들 합리적이잖아.
다 알아서 잘 하고 있어요. ...아니 그냥 어떠신가하구 전화한 거에요. 별 일 없대니까. ....엄마. 아프지 마. 어?
S#11. 캠퍼스 다른 곳.
민재, 걸어오다가 후우 큰 숨을 쉬고 가슴운동을 해본다. 그래도 뭔가 답답하다.
S#12. 동아리방
들어서는 민재. 안에는 재명 채영 옥주, 마이클 등이 모여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중이다.
민재가 들어와도 아는 척도 안한다.
옥주 : 그런데 가면 원래 남자들이 밥하는거야. 그러니까 재명이하고 마이클이 요리당번.
재명 : 야야 그거야 언제나 집에서 밥하는 여자들이랑 갔을 때고, 너는 맨날 식당 밥 먹으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마이클 : 우리 바비큐 해먹자. 소시지하구 옥수수하고 바비큐 해먹으면 으음.. (침을 삼키며..)
채영 : (뭔가 열심히 적으며) 조용히들 해봐. 차비하고, 이박삼일이면 밥을 일곱끼는 먹어야지? 그럼 그 재료 살 돈.. 쌀도 사야지.
민재 : 뭐하는거야?
옥주 : 엠티 계획 짜는거야. 오빠 산이 좋아. 강이 좋아?
채영 : 민재야. 우리 회비 남은 거 좀 없냐?
민재 : (슬슬 끓고 있다) 최재명.
재명 : 어?
민재 : 너 로봇 수리 다 했어?
재명 : 에이.. 그걸 어떻게 다 해. 부속도 새로 사야되고.
마이클 : 재명이 커리롸이스 할 줄 알어? 나 그거 좋아해.
재명 : 커리롸이스가 뭐냐. 그 영어 좀 한국식으로 할 수 없어? 카레라이스.
마이클 : (어설프게) 카레라이스..
채영 : 에헤이 그런 데 나가면 역시 섞어찌게가 최고지이..
옥주 : 언니 만들 줄 알어?
채영 : 그게 뭐 어렵냐. 김치에다가 있는 재료 다 쓸어넣어가지구 기냥 끓이면 되는거야. 보골보골보골...
아이들 떠드는 동안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컴퓨터를 켜던 민재, 느닷없이 옆의 책을 들어 책상을 콰앙 친다.
애들 깜짝 놀라서 돌아본다.
민재 : (조용히) 여기 로봇 축구 동아리 방이야. 여기서 떠들거면 조금은 로봇 축구에 대해서 생각해줘야 되는 거 아냐?
채영 : 으으으.. 너 아무래도 전생에 로봇에 밟혀 죽었거나 아니면 축구하다 공 맞아 죽었을거야. 맞지?
민재 : (웃지도 않고) 나 혼자만 이러는거냐? 나 혼자만 로봇 축구에 목매달고 있고. 니들은 나땜에 할 수 없이 따라주는 거야?
그런거야?
재명 : (눈치보며) 그런 거 아냐. 그냥 시합 끝나고 좀 군기가 빠졌나 봐. 화내지 마.
민재 : 화내는 거 아니야. 정말로 궁금해서 그래.
채영 : 나야말로 정말 궁금하다. 우리가 엠티 하루 갔다오면 로봇들이 다 목매달고 죽냐? 대체 왜 그래?
민재 : ... 아시아대회 출전권. 양보해달래.
옥주 : 누가?
민재 : 레드존이.
채영 : 뭐야?
민재 : 양보해줄까?
아이들 그제야 심각성을 알고 조용해진다.
민재 : 그게 좋을지도 몰라. 재명인 아직 2학년이니까 내년에도 기회가 있잖아. 그리고..
채영 : (벌떡 일어나더니 문으로 가며) 이 걸레같은 자식들. 내가 반 죽여놓고 오겠어.
재명 : (얼른 잡으며) 우선 얘기 좀 들어보고 가. (민재에게) 형 뭐가 어떻게 된건데?
마이클 : (눈만 껌벅이며 보고 있다가) 양보 주는 게 뭐야? 뭘 주는 건데?
S#13. 경영학과 교수 연구실 앞 복도
지원, 리포트 수거함에 자신의 리포트를 넣다가 문득 그 옆에 놓여진 다른 이의 리포트를 본다.
멈칫하여 보다가 들어서 자세히 제목을 보는.
겉표지에는 [벤처경영론 리포트....축구로봇의 사업화 가능성...산경과 3학년 정진수] 라고 쓰여져 있다.
S#14. 오리 연못 가
지원, 걸어가다가 문득 보면 정태가 상체를 기울이고 연못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잠시 보다가 다가서서.
지원 : 뭐하는 거야?
정태 : (돌아보더니 피식 웃고) 오리세계를 탐구 중이야.
지원 : 오리?
정태 : 어. 저기 까만 오리 두 마리 보이냐? 저것들이 아마 부부인 모양 인데. 다른 하얀 오리들이 수놈을 계속 못살게 굴고 있거든.
며칠 내내 몇놈을 상대로 싸우는 걸 봤는데 오늘 또 공격을 받네.
지원 : (오리들을 살펴본다)
정태 : 아마 저 하얀 오리 암놈을 놓고 싸우는 거 같아.
지원 : 며칠동안 여기 와서 그 구경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정태 : 갈등하고 있는 중이야. 이걸 간섭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지원 : .... 나 같으면 모른 척 하겠어.
정태 : 저러다 수놈이 죽게 생겼는데.
지원 : 그게 자연법칙이잖아. (근처에 앉는다)
정태 : 자연법칙이라.. (옆으로 와서 앉는...조금은 떨어져서)
지원 : 그래. 자연이란 건 말이지. 사람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주 잘 살게 되있어. 문제는 사람이야.
정태 : 흐흥.. 그렇게 사람이 싫은데 어떻게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냐.
지원 : (대꾸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바람을 느끼고 있다가) 미스터 애들 잘하고 있지?
정태 : 뭐를 잘하고 있냐고 묻는거야?
지원 : ... 그냥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정태 : 뭐가?
지원 : ..아냐.. (떨치듯 일어나더니) 내일 스터디는 세미나실에서 하는 거지?
정태 : (잠시 지원을 보다가) 너 그거 아냐?
지원 : 뭐?
정태 : 좀 전에 니가 먼저 나한테 말 붙였다는 거.
지원 반응없이 보다가 돌아서 걸어간다. 가는 지원을 보다가 혼자 웃는 정태.
S#15. 레드존 동아리방
진수, 대욱, 지민이 그 외에 두명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모두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학생1 : 재시합이라고?
진수 : 그래. 다음 주 중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
지민 : 어.. 그렇지만 미스터의 로봇들은 다 망가졌을텐데.
진수 :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
학생1 : ..그거 너무 야비한 거 아냐?
진수 : ...야비하다고 했니?
학생1 : 그렇잖아. 우리야 후보 로봇이 많으니까 상관없지만..
진수 : 세계 대회에 나갔을 때 상대팀도 그렇게 말해줄까? 니들 로봇이 망가졌으니까 고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학생1 : 우린 같은 학교 학생들이야.
진수 : (학생1에게) 병호 넌 빠지는 게 낫겠다.
대욱 : (놀라서 진수를 보는)
진수 : 그런 마음으로는 승부에 전념할 수 없을 거 같은데..
학생1 : (어이없어 보다가) 뭐?
진수 : 너 어차피 이번 대회 준비할 때도 시험 공부한다고 거의 안 나왔었잖아. 솔직히 너 우리 로봇 프로그램 만질 수 있어?
학생1 : (허.. 웃고 보다가 일어나더니 가방을 들고 나가며) 그래 잘해봐. 건투를 빈다. 어?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대욱 못마땅해서 진수를 보다가.
대욱 : 어이 진수야.
진수 : (무시하고 학생2를 본다) 경석이 넌 어때.
학생2 : ..나야 뭐.. 재시합을 하는 건 좋은데.. 지난 번에 시합 준비 한다고 아르바이트 한달 쉬었잖아요.
그래서 이번 달에는 두배로 가주기로 했는데.
진수 : 한달에 얼마 받어?
학생2 : 예?
진수 : 아르바이트 받는 돈 내가 대줄게. 그럼 되지?
학생2 : ... (얼굴이 굳는다)
대욱 : 야 임마 정진수.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진수 : (흔들림없이 학생2에게) 얼마면 돼?
학생2 : (일어선다) 전 여기 동아리 회원으로 온거에요. 일당 받으러 온 게 아니고.
진수 : ...
학생2 : (대욱에게) 형 난 갈래. 미안해.
학생2도 나가버린다.
지민이 주눅이 들어서 보고 있다. 진수가 지민을 돌아본다.
진수 : 넌 어때.
지민 : ... 나까지 가버리면 재시합.. 어떻게 해요?
진수 : 할 수 있어. 한사람만 남아있으면. (대욱을 본다) 넌 남을거지?
대욱 : (화가 나서 보는데)
진수 : 약속했잖아. 날 지지한다고.
지민 양쪽의 눈치를 본다.
대욱 : (부글부글해서..) 너 지금 하자는거야 말자는거야. 애들 다 내보내고 뭐하자는거야.
진수 : (한숨을 쉬더니 답답하다는 듯) 너 아직도 날 못 믿냐?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일 저지르는 거 본 적 있어?
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야. 계획한대로 하나씩 하나씩.
S#16. 밤 캠퍼스
밤의 기숙사 앞 전경.
S#17. 채영/지원의 방
지원이 블라우스의 단추를 다는 정도의 바느질을 하고 있고,
채영은 침대에 엎드려 두 발을 건들거리고 있다가...
채영 : (침대를 가로질러 엎드리며 턱을 받치고) 지원아.
지원 : 왜.
채영 : 홈페이지 만들어주면 얼마나 받니?
지원 : 로봇 축구 경비 땜에?
채영 : 어. 그런 일 몇 개 하면 돈 좀 생기지?
지원 : 그런 일 몇 개 따기가 쉬운 줄 아니?
채영 : 없어?
지원 : 나두 몇 달 기다려서 겨우 하나 따낸거야.
채영 : (한숨을 쉬며 다시 엎드린다)
지원 : (실의 매듭을 지어 잇발로 끊고 정리하고..)
채영 : (다시 상체를 세우고) 지원아.
지원 : 왜애.
채영 : 넌 누가 무지하게 미워질 때 어떻게 하냐?
지원 : ..레드존 애들 얘기야?
채영 : 어. 그것들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일어나겠어. 아니 그것들은 자존심도없고 체면도없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가 있지.
(말하다보니 흥분해서 일어나앉으며) 한번 졌으면 그걸로 땡이지. 양보를 해달라고? 재시합? 하이구..
지원 : 그앤 느네들하구 생각하는 시스템이 다를걸.
채영 : 그애라니. 누구. 정진수?
지원 : (바느질함을 정리하여 치우며) 그 정진수란 애, 방학때마다 아예 자기네 회사 들어가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대더라.
채영 : 자기 회사? 후계자? 그게 뭐야?
지원 : 조원산업 알지?
채영 : 그.. 반도체 만드는 회사?
지원 : 반도체야 그 회사의 일부분이고.
채영 : 거기 사장 아들이란거야? 그 자식이?
지원 : 사장이 아니고 회장 아닐까. 거기 회장이라면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유명하잖아.
채영 : 몰라. 좌우간 그 집 아들이라고?
지원 :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어쨌든 그앤 느네들하고 머리 구조가 다를 거라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둘 다 틀려.
채영 : ...그 자식이 우리보다 머리가 좋단 얘기야?
지원 : 어떤면에서는. 그 애, 이번에 시합 준비한다고 수업에 거의 안 들어왔거든. 그런데도 리포트는 빠짐없이 다 내는 거 같던데.
채영 : ... (문득 지원을 보더니) 너 그애에 대해서 관심이 많나보다.
지원 : 작년에 경영학과 과목 하나 같이 들었는데. 번번이 깨졌어.
채영 : ...니가 깨졌다구?
지원 : 어. 이길 수가 없드라구.
지원은 이제 책을 챙기고 있고. 채영 믿기지 않아서 본다.
S#18. 낮 캠퍼스
박교수 : (E) 오늘은 바로 이거.. heap에 대해서 떠들어봅시다.
S#19. 박교수 강의실
박교수가 칠판에 heap이라고 쓰면서...
박교수 : 요게 뭐지? 아는 사람?
학생1 : 데이타를 binary tree(바이너리 트리)에 저장하는 구조입니다.
박교수 : 그렇게 해서 뭐하는데 쓸려고?
학생1 : 처음 저장할때부터 자료의 크기를 봐가며 저장하기 위해섭니다.
박교수 : 예를 들어보자면?
학생들 조용하다..
민재 채영 지원 정태의 모습이 보이고 뒤쪽에 진수의 모습도 보인다. 박교수 진수를 지적하며.
박교수 : 조기 뒤에 오랜만에 수업에 들어온 학생. 뭐 할말 없나?
진수 : 예를 들자면 max heap(맥스 힙)의 경우에는, 임의의 노드 값이 children(췰드런)의 값보다 크거나 같도록 저장합니다.
그러면 저장된 자료중에서 가장 큰 값은 root node(루트 노드)에 있게 됩니다.
민재 등, 진수를 돌아본다.
박교수 : 좋아요. 근데 그렇게 해서 어디다 써먹지?
진수 : 만약 자료중에서 가장 큰 값을 뽑아서 사용하고 싶으면, 루트의 값을 읽어내면 됩니다.
박교수 : 좋아좋아. 오늘의 진짜 주제는 "힙에서 자료를 삭제하는 방법"이에요. (힙 그림을 그리며) 먼저, max heap(맥스 힙)을
예로 듭시다. 여기서 가장 큰 값을 빼내면, 루트 자리가 비지요? (가장 위의 루트 자리를 가리키며) 그러면 어떻게 다시
이자리에 채워 넣으면 될까?
채영, 진수를 아직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박교수와 눈이 마주친다.
박교수 : (채영을 보며) 응? 어떻게 하지?
채영 : 바로 밑에 것을 올리면 됩니다.
진수 : 아뇨. 그렇게 하면 힙의 특성이 깨지는데요.
박교수 : 호오 그래? 그럼 어쩌지?
진수 : 제일 밑에 것을 올려야 됩니다.
채영 : 그냥 그렇게 올려버리면 안될걸요.
진수 : 끝에 있는 것을 한 단계씩 올릴때, 비교해 가면 되죠.
채영 : 그런 식으로 하면 계산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구요.
박교수 : (아주 흥미있다는 듯 팔짱까지 끼고 보고만 있다)
진수 : 그렇게 할 것 없어요. 조금전에 제가 말씀 드린 거처럼 가장 아래, 끝에 있는 것을 위로 올리고, 하나씩 내려 오면서
다시 정렬하면 됩니다.
박교수 : (채영을 본다) 어때?
채영 : ... (약이 오른 채 칠판을 노려보다가) 그런 거 같네요.
박교수 : 그런거 같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아 두 사람은 플러스 일 점씩. 다음.. (칠판을 향해 돌아서는)
박교수가 칠판에 뭔가를 적는 소리가 탁탁 나는 동안 채영, 진수를 돌아본다.
진수, 채영과 시선이 마주치더니 부드럽게 웃어보인다.
S#20. 강의실 앞 복도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학생들.
정태 지원 민재 채영과 같이 걸어온다. 정태, 채영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정태 : 인상 펴. 입 좀 집어넣고.
채영 : (기분 나빠서 정태의 손을 뿌리쳐버리는)
정태 : 4학년이 3학년한테 당할 수도 있지 뭘 그래. 그러게 평소 예습 좀 열심히 해놓지 그랬어.
채영 : 너 지금 위로해주는거야 약올리는거야?
옆에서 미소지으며 따라 걷던 민재, 앞을 보다가 멈칫 선다.
지원도 민재의 시선을 보고 같이 선다.
저만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수. 반가운 듯 다가오더니 넷에게 두루 시선을 보내며.
진수 : 안녕하세요.
채영 : 안녕 못하다. 왜. 왜냐고 물어봐.
진수 : (웃는) 왜요.
채영 : 레드존인지 뭔지 자존심 없는 애들 땜에 그렇다. 그것들이 왜 자존심이 없는 애들인지 물어봐.
민재 : (채영의 앞을 가로막고 서며) 나도 너 만나려고 했었어.
진수 : 저두 형한테 할 말이 있어요.
채영 : 나도 할말이 아주 많은데 나하고 먼저 할래?
진수 : 미안해요 누나. 민재형하고 먼저 얘기하고 싶은데요.
채영 : (다시 화가 나는데)
정태 : (채영을 감싸 가며) 가자 가. 넌 내가 놀아줄게. (민재에게) 우리 석학의 집에 있는다.
채영, 분이 안 풀려 정태에게 잡혀가고. 지원 뒤따라 가다가 진수를 다시 돌아본다. 뭔가 걸리는 얼굴.
지원 가버리고.
진수 : 형네 친구들 보면 전우같아요. 전우 알죠? 전쟁터에서 같이 싸우 는 친구들.. 총알이 날라오면 몸으로 막아줄 거 같은데요.
민재 : (머리를 긁적이다가) 어디로 갈까? 조용한 데가 좋겠지? 대낮이라 술은 좀 그렇고.
진수 : 형네 동아리방으로 가면 안될까요?
민재 : ...(의외라서 보는)
S#21. 동아리방
들어서는 민재와 뒤따라 들어오는 진수.
민재, 과자봉지 등으로 어지러진 테이블 위를 얼른 치우며.
민재 : 좁지? 적당히 앉어. ..아 이녀석들 정리하고 다니는 법이 없다니까.
진수 : (방안을 둘러보며) 정말 좁네요.
민재 : 뭐 마실 거 줄까?
진수 : 아뇨. 됐어요.
민재 : (앉고..) 그래 니 얘기 먼저 들을까.
진수 : ..이교수님께 얘기 들으셨죠?
민재 : ..재시합 얘기?
진수 : 예. 죄송해요.
민재 : 니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우린 사실 아시아 대회 나갈 경비가 없거든. 인제 한달 남았는데 돈 벌어서 메꾸기도 어렵고.
그렇지만 그냥 양보를 하자니 그것도 좀 억울하단 말이지. (웃는)
진수 : 솔직히 말해서 형네 팀, 당장 재시합 불가능하시죠?
민재 : 솔직히 말해서 그래.
진수 : 양보하기도 싫고.
민재 : 맞어.
진수 : 그래서 말인데요. 민재형. 빅딜해볼 생각없으세요?
민재 : 빅딜?
진수 : 우리한텐 돈이 있어요. 형네는 사람이 있고.
민재 : ... 느네 팀에도 사람은 있잖아.
진수 : 솔직히 쓸만한 친구는 한명뿐이에요.
민재 : (잠시 보다가) 우리 팀에 들어오겠다는 말이니?
진수 : 어.. 그건 좀 틀린데요. 저는 대등한 입장에서 둘이 합쳐지길 원하거든요.
민재 : ... 레드존의 이름을 쓰고 싶다는거냐?
진수 : (웃고)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 내가 원하는 건 회장자리에요.
민재 : (보는)
진수 : 미스터팀에 회장, 지금 재명이라는 2학년 애지요? 3학년인 내가 그 밑으로 들어올 순 없잖아요.
민재 : (보다가 웃더니) 넌 회장 하는 게 재밌냐? 이상하네. 내 주위엔 회장을 하라면 도망치는 애들만 있는데 말야.
진수 : 형네 팀에는 손해볼 게 하나도 없을 거에요. 미스터 이름 그냥 쓰고.. 우리가 가진 돈과 인력을 그대로 가져가는 거잖아요.
민재 : 어째 무슨 비지니스 회담을 하는 거 같다. 어?
진수 : 형네 팀으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텐데요. 현재로선 재시합도 못하고 대회 나갈 경비도 없구요.
민재 : ...니 얘기 다 좋아. 다 맞는 얘기야. 근데 어째 니 방법이 맘에 안든다.
진수 : 어떤 점이요?
민재 : 첫째, 이런 얘기라면 우리 팀 애들이 다 있는데서 하는 게 좋았을거야. 그리고 둘째, 나라면 돈이나 능력으로 딜을 하는 게
아니고. 먼저 여기 팀 애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을 했을거다. 먼저 애들하고 친해졌다면, 니가 빈손으로 온다해도
환영을 받았을 거란 얘기야.
진수 : (조금 웃더니)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거.
민재 :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보다가..) 필요할거야. 회장을 뽑는 건 내가 아니고 회원들이니까.
S#22. 구내식당 앞
재명과 옥주가 마악 식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둘은 나란히 걸어오며 남은 우유, 혹은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다.
옥주 다 마시고 입을 닦는데.
재명 : 이리 줘. 내가 버려줄게.
옥주 : 고마워. (빈 팩을 넘겨주고)
재명이 버리러 가고.. 옥주 남아서 기다리는데.
대욱 : (E) 어이 오옥주.
옥주 : (돌아본다)
대욱 : (씩씩하게 걸어오더니 다짜고짜) 너 나하구 가위바위보 할래?
옥주 : 뭘해요?
대욱 : 가위바위보.
옥주 : (의심스러워서) 왜요?
대욱 : 왜는 임마. 자 가위바위..
옥주 : (얼결에 손을 드는)
대욱 : 아 참. 너 가위 내라.
옥주 : 왜요?
대욱 : 글세 해봐. 자아 가위바위보.
옥주 내라는대로 가위를 내고 대욱은 주먹을 낸다.
대욱 : 아하하 내가 이겼지?
옥주 : 가위 내라고 했잖아요.
대욱 : 야. 내란다구 그대로 내냐? (옥주의 어깨를 친근하게 감싸며) 머리를 써. 어? 머리를 쓰라고.
의기양양해서 간다. 옥주 기분이 나빠서 보는데 재명이 다가선다.
재명 : 저거 레드존 아냐?
옥주 : 맞어. 우리 산디과 선배구. 으유.. 정말 보기만 해도 기분나쁜 인간 중에 하나야.
재명 : 근데 저 인간은 아무 여자한테나 어깨에 손 올리고 그러냐?
옥주 : 글세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미치지.
재명 : 그럼 넌 그러라구 그냥 놔두고?
옥주 : 뭐?
재명 : 저기서 보니까 너 가만 있든데.
옥주 분해서 재명을 쏘아보는데.
소리 : (두개의 호출기 소리)
재명과 옥주 동시에 호출기를 확인한다.
S#23. 석학의 집
백곰이 바 앞에 근엄하게 앉아있다. 미순 못마땅한대로 그 앞으로 가서..
미순 : 손님으로 오신거요. 아님 또 뭘 조사하러 오셨수?
백곰 : 녹차 있습니까?
미순 : 커피 홍차 유자차 레몬차 대추차 인삼차 꿀차는 다 있는데 녹차는 없네에. 이를 어쩌나.
백곰 : 내가 학교내에서 찻집을 경영한다면 절대로 커피같은 것은 팔지 않겠습니다.
미순 : 맞구만. 맞어. 시비 걸러 온게 맞어.
백곰 : 커피란 첫째, 국가적으로 손해인 식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커피 알갱이 하나 생산되지 않습니다.
전량 수입품이란 얘깁니다. 둘째,
미순 : (진영에게) 너 여기 서서 나 대신 좀 들어줄래?
진영 : (얼른 다른 쪽으로 가며) 콜라 주문 받았어요. 천천이 말씀 나누세요.
백곰 : 커피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성질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미순 : 나에 대해서 뭔가 불만이 많은거에요? 아니면 너무나 심심해서 이러는 거에요?
백곰 : 저는 지금 노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순 : 글세 무슨 노력을 하고 계시는 거냐고요.
백곰 : (답지 않게 버벅거리며) 지금 관심을 끌려고 하는 중인데요.
미순 : ..뭐하는 중이라고요?
백곰 : 미순씨라고 하셨죠. 저는 이두일이라고 합니다. 남들은 백곰이라고 부르지요. 아가씨라고 하셨죠. 저는 총각입니다.
더 설명을 드려야 되겠습니까?
미순 : 어메. 이게 무슨 소리여.
백곰 : 제가 이제까지 맞선을 마흔여덟번 반 봤습니다. 여기서 반은 인사만 하고 헤어진 경웁니다.
(심각하게) 그런데 그때마다 실패를 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미순 : (완전히 할말을 잃었다)
다른 일각.
정태, 지원, 채영, 마이클이 모여앉아있다.
진영이 콜라를 내오자 마이클이 부지런이 일어나서 자기가 받아들고 나누고..
채영 : 마이클. 너 아무래도 여기 취직해야겠다.
마이클 : 벌써 내가 그랬어. 나 여기 알바이트 하겠다고 그랬어. 그런데 사장누나가 돈 없대.
진영 : 내가 할게요.
마이클 : 내가 해요. 진영씨는 팔 아파요.
정태 : (보고 웃고 시계를 보는) 뭐야. 이민재. 금방 오겠다더니.
지원 : 얘기가 길어지는 모양인데.
채영 : 뭐지? 무슨 얘기할 게 있다는거지?
재명과 옥주가 들어서며 미순에게 인사를 하며 아이들 쪽으로 온다.
재명 : 어 벌써 다 모였네.
채영 : 니들은 웬일이야?
옥주 : 민재오빠가 일루 모이라고 하든데?
채영 : 민재가?
지원 : 동아리 모임이야? 그럼 난 빠지고.. (보던 책을 챙기는데)
채영 : 야 구지원 너 정말 그렇게 냉정하게 굴래?
정태 : (문쪽을 보며) 이거 재밌을거 같은데. 구경하고 가지 그래.
모두 돌아보면 민재가 진수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채영 : 뭐야 이건.
민재, 일부러 즐거운 표정으로 오더니.
민재 : 여어 이거 의자가 모자라겠는데. 마이클 저기 의자 좀 가져와.
마이클 : 어.. (가면서도 진수를 돌아보는) 레드존이다. 우리하고 싸운 레드존이야.
진수 : (미소지으며..)
민재 : (아직 선 채 진수의 어깨를 툭툭 쳐서) 에에.. 진수는 여러분 모두 다 알테고.. 오늘은 진수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
(진수에게) 해봐. (자기는 앉아버리는)
진수 : (웃더니) 그냥 이렇게 혼자 시작해요?
민재 : 빅딜을 하고 싶다며.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해.
채영 : 빅딜?
S#24. 미스터 동아리방 앞 복도
대욱이 휘적이며 걸어오다 보면.. 지민이 동아리방문 앞에서 안의 기색을 살피고 있다.
대욱 : 어이.
지민 : (깜짝 놀라 돌아보더니 당황해서 벽에 고개를 박고 숨었다가 다시 할 수 없이 돌아선다)
대욱 : (동아리방 문을 살피고) 여기 미스터잖아. 여기서 뭐해.
지민 : 안에 아무도 없어요.
대욱 : (웃고) 아무도 없는 방 앞에 서서 뭐하고 있냐고.
지민 : ... 대욱이 오빠. 나 레드존에서 쫓겨난 거 맞죠.
대욱 : 쫓아내구 말고 레드존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뭐.
지민 : 그래서요. 난 로봇 축구가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우물쭈물)
대욱 : 미스터에 받아달라고 온거야?
지민 :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구 그냥.. 마음이 착잡해서 오락가락하다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다가 그러다보니까 여기네요..
대욱 : 걱정 마. 진수가 하는 일이잖아. (지민의 등을 밀어 걸어가기 시작하며) 그 녀석은 이 머리 속에 부속품이 우리보다 몇 개 더
많거든. 처음엔 뭐하는 짓인지 몰라도 따라가다 보면 아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될거야.
지민 : 그럼 우리 레드존 어떻게 되는건데요?
대욱 : 글세 두고 보라니까. 어떻게든 진수가 레드존의 이름으로 아시아 대회에 참가할거니까.
지민 : 어떻게요?
대욱 : 모르지. 그걸 알면 내가 진수를 하지 대욱이를 하겠냐.
S#25. 석학의 집
모두 믿기지 않아서 진수를 보고 있다. 민재는 팔짱을 끼고 앉아 방관하는 자세.
채영 : 그러니까 레드존을 해체하겠다는 말이야? 그리고 우리 팀으로 들어오겠다구?
진수 : 간단히 말하면 그래요.
채영 : 왜애?
진수 : (웃더니) 미스터팀은 출전권을 갖고 있잖아요.
정태 : 어..잠깐만.. 그 얘긴 어떻게 된거야. 재시합을 해달라.. 출전권을 양보해달라.. 그런 얘기도 있었다며.
지원 : 유리한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겠지. 그렇게 되면 미스터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니까. 반대할 수가 없게 되는 거잖아.
진수 : (쓰게 웃는) 지원이 누나가 미스터팀의 자문인줄은 몰랐어요.
지원 : 자문은 아니지만 끼어들게 되서 미안하다. 그런데 이거 빅딜이라고 했다며. 그렇다면 뭔가 조건이 있을텐데.
채영 : 잠깐. 빅딜이라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야?
정태 : 대규모 사업교환이라고 하지. 아마.
채영 : 사업을 교환해?
지원 : 과잉설비나 과잉 투자가 문제가 될 때. 기업 효율을 높혀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채영 : 으아 됐어. 뭐가 설명할수록 더 어려워지냐.
재명 : 그럼 레드존팀이 다 들어오는 겁니까?
진수 : 방금 지원이 누나가 설명했잖아. 과잉 설비는 없앤다. 우리 쪽에서는 두명만 올거야. 구조조정을 했다구 해야되나.
재명 : (민재를 보며) 우리로선 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진수형이면 실력도 좋고. 대회경비도 갖고 온다는데.
옥주 : 난 반대야.
재명 : 왜.
옥주 : 몰라. 그냥 기분 나뻐.
민재 : 정진수.
진수 : 예.
민재 : 할 얘기 있으면 다 해. 우린 비밀 협상같은 거 몰라. 완전공개주의니까.
진수 : (좀 망설이더니) 조건은 하나뿐입니다. (재명을 보며) 내가 회장을 했으면 해.
모두 어이가 없어서 진수를 본다.
진수 : (계속 재명에게) 다른 뜻은 없어. 나란 인간이 원래 남의 밑에서는 잘 견디지 못해. 앞장 세워놓으면 아주 열심히 할거야.
난 열심히 하고 싶거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재명 : (진수를 보다가 민재를 본다)
민재 : (으쓱해보인다. 너의 일이라는 듯)
S#26. 기숙사 앞 밤
4학년들 오고 있다. 지원과 채영이 앞서 오고.. 정태와 민재가 오고..남사 여사 갈림길 정도에서.
정태 : 잘 자라.
민재 : 내일 보자.
채영 : (아무래도 안되겠다. 뒤돌아서 민재의 앞으로 가더니) 난 반대야.
민재 : 왜 그래. 다 끝난 얘기 가지고.
채영 : 뭐가 다 끝나.
민재 : 재명이도 찬성했잖아. 마이클도 찬성이고.
채영 : 난 반대라고 했잖아. 옥주도 반대고.
민재 : 그럼 3대 2네. 난 찬성이니까.
채영 : 정태 너도 반대지?
정태 : 난 회원이 아닙니다. 투표권이 없어요.
채영 : 어쨌든 난 반대야. 죽어도 반대하고 죽을거야.
민재 : (골치 아프다는 듯) 글세 반대할거면 합리적인 이유를 대봐. 무조건 반대라는 게 어딨어. 어린애처럼.
채영 : 넌 찬성하는 이유가 뭔데. 합리적으로 대봐.
민재 : 나아참. 말꼬리 잡지 말고 그냥 얘기해.
채영 : 좋아. 난 원래 말을 잘 못하지만 해보겠어. 민재 너 맨 처음에 미스터 왜 시작했어?
민재 : (어이없어 웃는)
지원 : (채영의 뒤로 와 서고)
채영 : 나도 초창기 멤버야. 미스터 처음 시작할 때, 너 분명히 말했어. 이거면 정말 멋진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 같다구.
처음 우리 시합 나갔을 때 예선 1차전에서 10대 0으로 깨졌어. 그 때두 너 말했어. 이기고 지는 건 두 번째야.
느이들같이 멋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서 기분 최고라구. 정태 너도 들었지?
정태 : (끄덕이는) 들었지.
채영 : 근데 지금 뭐야. 넌 지금 시합에 나가고 이기는 데 눈이 뒤집어 졌다구.
민재 : 내가?
채영 : 그래. 니가. 재명이 물론 회장하기엔 애가 너무 물러. 우리 다 알어. 그리고 돈도 없어. 안다구.
그래도 우리 최고의 팀웍이잖아. 그깐 돈 몇푼 때문에 우리 우정을 팔고 있는거야. 넌. 지금.
민재 : (한숨을 쉬더니) 팀웍은 만들면 되는거잖아.
채영 : 정진수. 그 왕재수하고?
민재 : 안그래도 진수가 별장을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채영 : ....별장?
민재 : 팀웍을 다지는 의미에서 모두 같이 엠티를 가재.
채영 : ...별장으로?
민재 : 아는 별장이 있나봐. 거기 바비큐 만드는 데도 있다던데?
채영 : ...그래?
민재 : 이번 주말.. 어때?
채영 : ... 이박삼일?
민재 : 일박이일. 그럼 잘 자라.
채영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정태를 밀고 가버린다. 정태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채영 : (지원을 돌아본다) 얘기가 어떻게 된거지?
지원 : 항상 느끼는건데 말이야.
채영 : 뭘.
지원 : 난 너같이 단순한 애는 본 적이 없어. 정말 신기해.
지원 먼저 가고.. 채영 우물거리며 서있다가 쫓아간다.
S#27. 도서관 혹은 학생들 휴게실 낮
공부하거나 쉬고 있는 학생들 모습 위로.
만수 : (소리) 지난 교내대회 준결승에서 명승부를 펼친 미스터와 레드존이 대망의 빅딜에 합의한 결과,
교내 최강의 학부생팀으로 탄생했습니다.
S#28. 이교수 랩
자판 두드리는 만수.
만수 : 두팀의 통합으로 확보된 막강전력은 다가올 아시아 대회의 파란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팀웍을 구축하느냐! 요 부분은 앞으로 계속 생중계를 통해 전달해올리겠습니다.
이상 BBS의 정론직필! 정만수였습니다.
만수, 흐뭇한 표정으로 엔터키 치며.
만수 : 올라가거라아..
순간, 뒤에서 명환이 복사물로 머리통 한 대 친다.
명환 : 뭐가 올라가. 너 데이터 다 올려놨어?
S#29. 교수식당
이교수가 혼자 앉아 밥을 먹는데, 식판을 들고 지나가던 박교수와 서교수.
박교수 : 어라. 혼자 드시네. (다짜고짜 앉으며 서교수에게) 여기 자리 비었다. 일루 와요.
서교수 : 실례합니다.
이교수 : (내키지 않지만) 앉으세요.
박교수 : 근데 그거 빅딜 말이에요.
이교수 : 무슨 딜이요?
박교수 : 아이참 미스터하구 레드존. 걔들 통합시켰대매요?
이교수 : 내가요?
박교수 : 이교수님이 시킨 거 아니에요? 나 그 소식 듣고 무릎을 딱 쳤습니다. 역시 이교수님은 저하구 생각하는 차원이 다르셔.
이교수 : (대꾸하기도 싫은데)
서교수 : 레드존 팀장이 정진수란 학생이죠?
이교수 : 네. 아세요?
서교수 : 그 학생은 잘 모르는데 그 아버님은 좀 알아요.
이교수 : 진수 아버님이요?
서교수 : 우리 인공위성센터에 연구비를 대주는 기업 중에 하나에요. 그 아버님 회사가.
이교수 : (밥 먹다가 멈췄다) 진수 아버님이 부자에요?
서교수 : 모르셨어요? 조원기업 회장님이시죠. 그 분이.
박교수 : 그럼 부자가 아니고 재벌이잖아.
서교수 : 스폰서를 구했다는 것도 아마 그 회사가 아닌가 싶은데. 그렇죠?
이교수 : ....아니 처음 듣는 얘긴데...
박교수 : 우리 아버진 뭐하셨나. 진작에 돈 좀 벌어서 아들 연구비 좀 대주시지.
이교수 :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거죠?
서교수 : 뭐가요?
이교수 : 아버지가 돈을 대주는 거라면 지원금이 아니라 기부금이 아닌가요? 그럼 이렇게 받아도 되는건가?
박교수 : 그게 달라요? (서교수에게) 달러?
서교수 : 다른가?
이교수 : (밥 먹는 거 잊었다. 생각을 굴리는..)
S#30. 교내 체력단련실
대욱이 땀을 흘리며 근력운동 중이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노려보며 운동에 열중한다.
대욱의 뒤로 다가와 서는 진수.
진수 : (기구에 달린 쇠추 보며) 전보다 5킬로그램 늘렸네. (거울속의 대욱과 눈맞춘다) 안 무겁니?
탕~ 소리나게 손잡이를 놓는 대욱. 다른 기구로 자리를 옮겨 운동을 시작한다.
진수 : 언제 끝나. 얘기 좀 하자.
대욱 : (기구를 잡아당긴 상태서 멈추고) 누구슈? 나 알어? 난 댁같은 사람 몰라.
S#31. 근처
대욱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나서는데 따라오던 진수, 그 앞을 막는다.
진수 : 미리 얘기 안해줘서 미안하다. 나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가 없어서..
대욱 : 길 좀 비켜주시겠수. 나 저리로 가야하는데.
진수 : 니가 필요해.
대욱 : 내가 어디에 필요해. 니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어딨어. 넌 원래 혼자 사는 애잖어.
진수 : 나하고 같이 미스터에 들어가자.
대욱 : 내가 끼워파는 물건인 줄 알어? 왜. 레드존 팔 때 나까지 덤으로 주겠다구 했어?
진수 : 넌 지금 고작 레드존 이름에 매달려 있는거야?
대욱 : 고작 레드존? 아이구 미안하네. 고작 레드존땜에 목숨 걸고 있어서.
진수 : 그리고 내가 고작 세계대회에 우승할려구 이러는 거 같아?
대욱 : ... (찌푸려 보다가) 도대체 너 그 머리통 속에서 무슨 생각을 굴리고 있는거야?
진수 : (답답한 듯) 97년 세계대회 우승팀 알지?
대욱 : MIT 뉴튼팀 말이야?
진수 : 그 팀이 거기 우승한 다음에 얼마나 떼돈을 벌었는지 아니?
대욱 : ?
진수 : 거기가 원래 뉴튼랩이라는 회사잖아. 우승한 다음에 그 홍보효과로 비전보드를 엄청나게 판 거 알어?
대욱 : ... 그래서.
진수 : 뭐가 그래서야. 앞으로 할 일이 많단 얘기야. 레드존 이름 같은 거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난.
S#32. 캠퍼스 일각 (아침)
여행쌕을 어깨에 맨 마이클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온다.
S#33. 학교 안 정문 근처
민재와 정태가 가방을 바닥에 놓고 앉아있다.
마이클이 다가와 인사한다.
다른 쪽에서 나타나는 재명이와 옥주.
아이들 모여서 들뜬 표정으로 수런거리는데 대욱이 나타난다. 길 건너편으로 가서 혼자 서 있는 대욱.
잠시 후 부리나케 뛰어오는 채영과 그 뒤를 슬렁슬렁 따라오는 지원. 캐쥬얼한 복장의 옷을 입고 있다.
채영 : 미안 미안! 지원이 끌고 오느라고 늦었어. 잘했지.
민재 : 잘했어.
정태 : (지원에게) 웬일이야. 시간낭비 싫어하잖아.
지원 : 잘하면 공부가 될 거 같아서.
정태 : 공부?
지원 : 경영학 공부.
채영 : 내가 억지로 끌고 온거야. 그대신 내가 대청소 다하기로 했다구.
재명, 길 건너의 대욱을 보고 내키지 않지만 길을 건너간다.
재명 : 저리로 가서 같이 기다리죠.
대욱 : 됐어. 난 누구처럼 대인관계가 좋지 못해.
재명 : ...(기분 안 좋다) 누구처럼요?
대욱 : 나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아. 길게 말 시키지 마. (길의 한 곳을 보며) 아직 저놈하고 말이 다 안 끝났다고.
재명이 돌아보면, 중형차가 한 대 들어오고 뒤이어 고급승용차도 따라온다.
길 이쪽에서는..관심도 없이 학교 안쪽만 보며 진수 기다리는 아이들.
채영 : 뭐야 정진수란 놈. 지가 먼저 가자고 해놓고 지가 제일 늦으면 어떻게 해.
민재 : 제일 먼저 가자고 설친 애는 혹시 너 아니었냐.
채영 : 내가? 그럴 리가.. 난 로봇 수리를 어떻게 하나.. 그 생각만 하고 사는데?
아이들을 지나쳐 갔다 유턴을 하는 두 대의 차. 아이들 앞에 와 선다.
아이들 모두 어리둥절하여 보는데. 중형차 운전석에서 내리는 진수.
진수 : 미안해요. 조금 늦었죠?
아이들, 두 대의 차를 번갈아보며 놀란 표정.
대욱은 아무렇지도 않게 진수 차의 조수석으로 들어가 앉는다.
진수 : 차 한 대로는 모자라겠어서 어머니 차도 빌려왔어요. 여자분들을 뒤에 태울까요. 아무래도 대형차가 편할텐데.
벌써 신이 나서 큰 차에 짐을 싣고 있는 마이클.
민재, 얼른 납득이 안가며 보고 있다.
S#34. 도로
교외를 달리는 두 대의 차.
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외침.
만수 : (E) 즈이 놈들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S#35. 박교수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남희.
만수가 그 앞에 서서 씩씩대고 있다.
만수 : 어떻게 나만 쏙 빼놓구 지들끼리 놀러가?
남희 : 글쎄 동아리 엠티에 니가 낄 이유가 없잖아.
만수 : 비록 내가 비회원이지만 걔네들의 정신적 지주이면서 현장중계위원이면서 분위기 메이커이면서..
남희 : 정만수.
만수 : 남희선배. 이거 이대로 놔둬야 되는거야? 어디야? 그놈 별장인지 뒷간인지 어딘지 몰라?
남희 : 따라갈려구?
만수 : 가서 선배의 맛이 뭔지 보여줘야지. 얘들이 좀 풀어놨더니 완전히 개판이네 이거. 선배 알기를 오뉴월 파리새끼로 봐?
남희 : 너 정말 언제까지 거기서 떠들고 있을거야?
만수 : ... 선배가 우리끼리 영화 보자.. 그럴 때까지.
남희 : 뭐야?
만수 : (더 큰소리) 아아니 이 자식들이. 나만 빼놓고 갔단 말이지. 도대체가 말이야.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아는 이런 놈들은 말이지.
남희 : (골이 아프다)
S#36. 진수의 차안
조수석의 대욱. 뒷자리에 정태, 재명, 민재가 앉아있다.
아무도 말이 없이 어쩐지 썰렁한 분위기이다.
S#37. 뒷 차
기사가 모는 차.
조수석에 마이클이 탔고 지원, 채영, 옥주가 나란히 앉아있다.
채영, 차안을 둘레둘레 보다가.
채영 : 이렇게 가는 것도 엠티 맞나? 원래 엠티는 버스 타고 기차 타고 가는 거 아닌가?
옥주 : 이거 분명히 어머니 차라고 했지? 그럼 자기 차 엄마 차 아버지 차 세대나 있나봐.
마이클 : 오우 이 차에 오디오 시스템 환타스틱해. 아저씨 뮤직 플레이 해도 되요?
기사가 손을 뻗어 오디오를 켜준다.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며...
마이클 금새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고..뒷 자리의 아이들은 썰렁하고..
S#38. 별장 앞
산기슭 진입로를 접어든 진수네 차가 별장 정원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경치에 감탄하는 아이들.
관리인이 나와 진수에게 인사한다.
저 앞에서 관리인과 얘기를 나누는 진수를 보며 이만치에서 짐을 들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옥주 : (괜히 소리를 낮춰서) 이 별장 진수오빠네 껀가봐. 저봐. 아주 친하게 인사하잖아.
재명 : 그렇겠지 뭐.
대욱 : (다가오며) 뭣들 하고 있어. 빨랑빨랑 들어가 짐 풀고 점심 먹어야지.
(옥주의 어깨에 손을 턱 얹으며) 어이 요리는 니가 하는 거냐? 할 줄 알어?
옥주 : 이 손 좀 치우고 얘기할래요?
대욱 : 무슨 손? 아아 이 손?
재명 : 손 치워달래잖아요.
대욱 : 넌 또 왜 도끼 눈을 뜨고 그래? 아아 니들 씨씨냐? 씨씨. 캠퍼스 커플.
재명 : (성이 나서 아직 옥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던 대욱을 거칠게 밀어낸다)
대욱 : 어쭈.
재명 : 당신 양아치야?
대욱 : 당신?
아이들의 소리가 커지자 저만치 떨어져 있던 모두 돌아본다.
정태 천천이 다가오고..
재명 : 그럼 너라구 그럴까? 너 매너 좀 지킬 수 없어?
대욱 : 야.. (아직은 웃음기가 남아서 재명의 가슴을 퍽 밀며) 임마 사내자식이 여자땜에 선배한테 대들고 그럼 되냐.
재명 : 선배면 선배답게 굴어.
대욱 : 뭐가 어째?
순간 가운데로 끼어들며 양쪽을 밀어잡는 정태.
정태 : 니들 배 안고프냐? 난 배고파 죽겠다. 어?
마이클 : 재명이 싸워?
진수 : (다가오며) 점심 준비해놨대요. 들어가죠.
여전히 노려보고 있는 재명과 대욱.
대욱 정태의 손을 거칠게 쳐낸다.
보고 있던 민재, 후우..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문지른다. 앞날이 막막하다.
모두 어정쩡한 거리로 떨어져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들...
그들 사이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