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우리는 언젠가 지구의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자원의 유한함은 인류에게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숙명과도 같았고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오랜 숙제를 풀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장치’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이 에너지 혁명의 중심에 자랑스럽게 서있는 이가 바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연구소 초전도 그룹장인 성태현(무기재료 82년 졸) 동문이다.
초전도 플라이휠의 상용화는 곧 ‘에너지 혁명’
“초전도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장치란 에너지를 저장 시켜 놓았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에요. 양수 발전은 위치에너지를 이용하는 거라면 플라이휠은 회전에너지를 이용하는 거죠. 잉여 전력을 이용해 진공상태에서 마찰이 없이 물체를 회전시켜놓고 필요할 때 그것을 발전기 삼아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사실 존재하지 않던 것이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지난해 좀 더 안정성 있게 베어링을 개발해서 세계 최초로 적용 시킨 거죠. 이제 이 기술은 우리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입니다.”
플라이휠은 풍력, 태양열 등 환경의 영향을 받는 다른 대체에너지에 비해 전기로 저장했다가 전기로 빼내기 때문에 언제나 사용하기 좋다는 절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성 동문은 이 기술을 위해 20년 동안 초전도 연구에만 매달렸다. 이 장치를 시연할 때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에선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끼기 충분했다. 이런 열정을 무기로 저장이 되지 않아 활용이 어려웠던 전기를 언제 어느 때고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는 세계 최고의 신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세계 100대 과학자로 선정되기 까지 했다.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줄 ‘에너지 혁명’으로 평가되는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전에는 한국 과학계가 크게 인정받고 있는지 못했는데, 한국 과학자들이 많이 자리매김 하고 있구나하는걸 느꼈어요. 세계 100대 과학자라는 것은 물론 큰 영광이지만 아직 멀었어요. 여기까지만 10년이 걸렸는걸요. 상용화를 위해서는 또 10년 정도가 더 걸릴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간다는 사명감에 그 십년을 달게 감내할 것입니다.”
시련은 변화와 선택을 위한 통과의례
그렇게 연구에만 몰두 하던 성 동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연구에 대한 고민으로 밤낮을 지새 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몸에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다행히도 병원에서의 치료와 휴식으로 다시 건강을 회복했지만 그는 어쩌면 인생을 변화 시킬 만 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몸이 회복되니까 과연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내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때 문득 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떠올렸어요. 2년 전에 사주셨는데 읽지도 않고 있다가 꺼내 든 거죠. 그때부터 리더십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리더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거죠.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니라 변화와 선택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지위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직은 리더에 의해 이끌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성 동문은 개인은 물론 가정, 직장, 사회 등 모든 삶 자체에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리더십의 발현을 위해 시간 관리를 하게 된다. 마치 하드 디스크의 조각모음처럼 엉성하게 보내는 시간들을 재조직해 가치 있는 시간으로 바꿔나가다 보니 전보다 삶이 윤택해졌다 말하는 그다. 성 동문이 보여준 다이어리에는 그의 5년 치 계획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자기계발, 가족, 연구 분야로 나뉘어 세세히 기록된 그의 기록에는 달성 목표일까지 정확하게 명시되어있었다. 늘 꼼꼼히 계획을 세운다는 성 동문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을 이끄는 것은 목표와 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결혼할 배우자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서 기도했어요. 지금 내가 결혼한 사람은 그때의 10개의 항목에서 하나도 빠지는 게 없죠. 살면서 제일 자랑스러운 것이 3가지가 바로 인생관과 직장,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자에 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신혼처럼 사랑하며 지내고 있어요. 사실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들 배우자에 대한 리스트도 작성했어요. 아들이 좋아할지 안할지는 모르지만 결국 목표 없이 사는 사람은 목표가 있는 사람을 위해 살게 됩니다. 지금은 내가 내 배우자를 얻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동생이 형의 배우자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죠.”
성 동문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미국 MIT에 다녀오신 아버님께 목재 연필꽂이를 선물 받았다. 그때부터 그의 목표는 MIT가 되었고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꿈에 그리던 MIT 교정에 도착한 성 동문은 가장 먼저 기념품 가게를 찾았다. 세월이 많이 지나 같은 것은 없었지만 MIT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사기 연필꽂이를 구입했다. 그리고 아버님께 드리며 “예전에 아버님께서 제게 주셨던 꿈을 돌려드립니다”라 말했다. 세계 100대 과학자로 선정 되었을 때 가장먼저 꿈을 만들어 주신 아버님을 생각했다는 성 동문은 우리에게 사람을 이끌어 가는 것은 꿈과 목표라고 말한다.
“꿈이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원동력입니다. 무엇보다 꿈이 있으면 우선순위가 생기죠.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 시간을 잘 정리해서 쓸 수 있게 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줄 수 있어요. 10년, 20년 후의 혹은 30년 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여러분들이 각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할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목표라는 것이 참 중요하죠. 목표를 세워 놓으면, 마음가운데 소망의 자석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자석의 세기는 간절함에 비례해요. 간전할게 바라면 그 자석의 힘이 목표로 하는 것들을 내 앞으로 끌어다 놓죠.”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박사학위를 따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처음 책을 접했죠. 지나고 보니,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책을 많이 읽고 싶어요. 독서는 선택이 아닙니다. 책 속에서 역할 모델을 찾을 수 있어요. 많은 시간을 통해 경험해야 할 것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고, 책 속에서 잠재 능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걸 통해 리더십을 기를 수도 있고 목표도 생겨나는 거죠. 자신의 가치는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겁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지만 후배님들은 더 많은 것을 읽고,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성 동문은 학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공식을 믿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15%의 능력과 85%의 인간관계를 비롯한 다른 요소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 동문은 많은 사람들이 15%의 지식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팀워크와 인간관계의 원만함이 성공한 리더의 성품이라 말하는 성 동문은 최고이기보다 최고가 아니기에 겸손할 수 있고 최고가 될 기회를 갖은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요즘은 블루오션이라는 개념이 유행해서 인지 너도 나도 시류에 편승해 편한 것을 찾으려고만 해요.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하려는 것이 블루오션이냐 레드오션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도 지금은 블루오션 소리를 듣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누구도 성패를 알 수 없는 미개척지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했구요. 지금 당장 블루오션인가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묵묵히 노력한다면 결국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가 될 거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후배들도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에 맞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꿈을 갖은 사람의 마음에는 소망의 자석이 생겨나니까요.”
성 동문은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에 쫓기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할 말들을 질서 정연하게 풀어나갔다. 마치 탁월한 웅변가처럼 상대의 가슴을 울리는 진실 된 말들이었다. 굉장한 달변이라는 생각을 하자 성 동문이 본교에서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강연 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 가까운 시일 안에 또 한 번 교정을 찾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또 그는 머지않아 리더십 관련 저서를 출판할 요량으로 집필 중에 있기도 하다. 남다른 목표의식과 노력으로 모든 부분에서 하나둘 성과를 얻어가는 성 동문을 보며 ‘에너지 혁명’의 꿈과 함께 세계 제일의 과학자로 칭송 받을 날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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