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孝誠極之者 可特萬福來 중학교때 성호운이 라는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키가 6척에다가 목소리는
징소리처럼 우렁찼는데 소설가이고 시인이신 선생님은 다방면에 해박하셔서
썰을 풀었다하면 듣는 사람들의 혼을 빼 놓을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꾼 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성대포 였다. 선생님은 그 별명을 무척 사랑하셨다.
한편 입만 벌렸다하면 구라(?)를 친다 라고 하여 '벌구'라 는 말도 있다.
대포든 벌구든 해박한 지식과 능숙한 말솜씨를 가져야 하지만
남을 무시하지않고 배려하는 가운데 인정과 웃음을 베푸는 것이
요즈음 자칭 ‘구라’라 떠벌리는 인간들과 격이 다르다 하겠다.
2월 27일 하해돈 사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던 대학친구들 일부가
김중해 K.B지주 사장 개인 사무실을 방문했다.
바둑도 두고 그림공부도 하자며 중회가 제안해서 간 것인데
은퇴한 뒤 쓰려고 준비해 둔 것으로 지금은 관리비만 낼뿐 비어있었다.
친구들 모임장소로 쓰라는 고마운 말도 했는데
좋은 위치에 잘 정돈되고 아늑한 분위기의 사무실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주변 얘기며 세상 얘기 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최진원사장이 경영하는 이태리안 음식점 보나세라(buona sera) 가 요즈음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촬영장이라는 사실도 흥미있게 이야기가 되어
새삼 관심을 불러 이르켰다. 현역으로 또는 사업체에서
열심히 뛰는 동기들이 자랑스럽다. 화이팅!
이태리안 음식점 보나세라 와 드라마 파스타 홍보사진
최기영이 불쑥 물었다.
“까페에 ‘죽림비현’이 누구냐? 한문 실력이 대단하더라”. 하니
홍인기가 불쑥 나서서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바이올린과 첼로도 구분 못하는데...”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모임에 가끔 나오는 지철호는 무슨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 해 한다.
(이대목은 배꼽잡을 사연이지만 까페에 들어가면 스토리가 다 있어 생략함)
석희태 교수가 종이와 펜을 찾더니 일필휘지로 문장하나를 제시했다.
孝誠極之者 可特萬福來
효성이 지극한자에게는 만복이 온다는 좋은 내용이다. 이야기인즉
옛날 삼국시대 때 무주구천동 깊은 골짜기에 40인의 여인천국이 있어
가히 지상천국을 이루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부터는 경제활동과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피부에 주름과 반점이 생기며
국민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했단다.
여인국 왕이 깊은 고민을 하던 중 계룡산에 용한 도사가 있다기에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목욕재개하고 철야기도한 후 계시를 받아
지필묵을 갖추라 명하여 점궤를 한자 한자 정성껏 적어 제시한 비법이
위의 주문이다. 여인국 왕이 “이것이 무었이요?” 하고 물으니
도사가 점궤에 0~9까지의 번호를 차례로 붙였다.
0,孝 1,誠 2,極 3,之 4,者
5,可 6,特 7,萬 8,福 9,來
그런 후 아무자나 세글자를 골르라고 했다.
여인국 왕이 이왕이면 만복이 오면 좋겠다 생각하고 7,萬 8,福 9,來
석자를 골랐다. 도사가 심각한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글자를 큰 번호 순서대로 정리하여 987을 만든후
987에서 거꾸로한 숫자789를 빼어보라고 한다.
987-789=198이 되었다.
거기에 다시 거꾸로 숫자인 891를 더해 보란다
198+891=1089가 되었다
거기에 여인국 인구 40명을 곱하라고 한다
1089*40=43560이되었다.
도사는 그 숫자에 맞는글자 4=者 3=之 5=可 6=特 0=孝자를 각각
점궤에서 찾아내어 마침내 비법을 제시했다
“者 之 可 特 孝 니~라!”
(위의 점괘는 석교수가 설명을 위해 쓴 자료를 김재훈 작가가 내게 넘겨주며 까페에 올리라고 한 것인데 점괘는 모두같다 젖외 다른처방은 없다.)
대포나 벌구는 능수능란한 말솜씨 외에 따뜻한 인간애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꽃을 희롱하는 나비처럼 유희를 통해 좌중과 어느 순간 일체가 되어
같이 즐길 줄 아는 배짱과 애정이 있어야지 떠벌렸던 말 때문에 혼자있을 때
허탈해하고 고민을 하는 나약함으로는 양민의 경지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69동기 중에는 출중한 대포나 벌구가 없는 것 같다.
학교 다닐때 조승원이 가히 떠벌이 여서 조대포라고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주위에서 별로 애용(?)하지 않는것 같다.
굳이 인재를 찾는다면
석대포, 하벌구 정도로 우리가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자속이 깊은 죽림비현이나 글을 쓰는 김재훈 작가도
노력 여하에 따라 반열에 오를 수 있겠다.
보다 더 높은 경지에는 삿갓이 있다.
김삿갓이 영남지방을 방랑하다가
추운 겨울날 하룻밤 신세지기위해 서당을 찾아갔더니
꾀죄죄한 몰골을 보고 훈장은 숨어버리고 생도들을 시켜
김삿갓을 문전박대했다.
괘씸하게 생각한 김삿갓이 즉석에서 시를 한수지어
서당에 남기고 떠났다.
훈장이 나중에 그 욕을 읽고
방방 뛰며 오두방정 지랄발광을 피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書堂乃早知 房中皆存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안에 모두 귀한 것들인데
생도는 모두 열명도 안되고
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네
지극히 평범하지만 제대로 말이될뿐아니라
기발한 발음과 뜻의 조화가 정말 오묘하지 않는가?
東家食 西家宿 하는 고닲은 삶 속에서도
가히 仙界에서나 가능할 온갖 유희와 희롱을
거침이 없이 구사할 수 있었던 삿갓의 자유와 해학은
바쁜 일상에 쫒겨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비해 얼마나 멋있고
여유로운가!!
2010. 3. 3. 김 정 태
|
첫댓글 쓴 글이 더 멋지다.......... 감사...........
햐 ! 홍인기답다. 그놈의 인기는 죽지도 않나? 김형 글속엔 항상 내가 있게. 암튼 알려줘서 고마워. 그 어눌한 말투에 재담이 가득하고 글은 맛갈나게 써서 날 즐겁게해주고 그나저나 그 홍가넘은 내 언제 손 좀 봐주지.
말씀들이 어찌 그렇게 시원시원 하신지! 손 봐 주더라도 살살 봐 주도록 하셔.
위 영상가운데 죽림비현의 웃는 사진은 정말 걸작인거 알지? 남한산성 산행때 석교수 작품이야.
우리들님! 몸살이라 하는데 빨리 쾌차하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