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충북교육청 ‘성평등 교육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를 철회하라!
지난 5월 14일, 교육부가 지난 달 충북도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충청북도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이하 성평등 교육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 공문을 보냈다. 조례에 담긴 ‘성평등’이라는 문구를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의 명칭과 통일해 양성평등으로 표현을 바꿔 대국민 혼선을 방지한다는 이유였다.
이 조례는 도내 모든 교육현장에서 성평등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교육 당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모든 교육 현장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조례제정 과정에서 ‘성평등’으로 표현한 문구가 동성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일부 혐오세력들의 주장이 있었지만, 근거가 없고 시대착오적이었기에 충북도의회에서도 조례는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그런데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청한 교육부의 입장이 문제있는 혐오세력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해 매우 실망스럽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내용으로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교육청에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어 더 기만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교육부가 상위법으로 언급한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누어서 젠더이분법을 강화하고 성적 다양성을 배제하는 문제뿐 아니라, 젠더관점에 입각해 성별권력관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양성평등기본법’은 남성역차별 주장, 여성·성소수자혐오와 만나면서 기계적으로 양적 균형을 맞추고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등 성차별을 조장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성평등기본법’으로의 개정요구가 끊이지 않아왔다.
최근 스쿨미투, N번방 사건 등 잇따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면서 교육현장에 꼭 필요한 성평등 교육조례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일 뿐이다. 교육부가 지금 해야 할 역할은 충북도교육청이 이 조례에 기반해 교육현장에서 성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를 겪지 않고 자유롭게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는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었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포괄적 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두의 평등을 위해서는 모든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그 첫걸음이 성평등 교육이다. 학교는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갖고 평등하다는 원칙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부가 재의 요청을 철회할 때까지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이며, 더 나아가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20년 5월 18일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 충북교육연대 · 충북여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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