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하면 추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 쌓이는 눈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매서운 동장군도 살랑거리는 봄바람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그 세를 누그려 트릴 수밖에 없다.
겨울동안 움츠려 있던 대지가 꿈틀대면서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식물들은 새싹을 내민다.
사람들은 봄기운과 함께 신진대사가 활발해 지면서 근육이 이완되어 나른함을 느끼고 입맛도 떨어져 ‘춘곤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농사는 자연환경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에 각각 6개의 절기 즉 24절기를 바탕으로 계절의 변화를 확인하였다.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이 오는 것을 알리기도 하지만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고 복을 바라는 ‘입춘대길’과 같은 입춘축문을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기도 한다.
19세기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열량세시기》의 기록에 보면 이즈음 보리 뿌리를 캐어보고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작, 한 가닥이면 흉년이라는 보리뿌리점(맥근점)을 보기도 하였다.
지금의 농사기술로 보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절기에 맞추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즐겨했는데 입춘절기에 먹던 것이 오신반이다.
오신반은 왕을 중심으로 당쟁을 뛰어 넘으라는 뜻으로 다섯 가지 색깔의 맵고 자극성 있는 나물로 차린 밥상을 말한다.
오신반에 들어가는 나물의 종류는 시대와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궁중에서는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주위에 청, 백, 적, 흑색의 나물을 담았다.
일반 서민들은 입춘에 오신반을 먹으면 사람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도리인 인, 의, 예, 지, 신의 덕목을 갖추게 되고 몸이 건강해진다고 믿었고의 다섯 가지 고통을 참아 낼 것이라는 교훈도 담겨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입춘에 경기도에서 움파, 산갓, 당귀 싹을 진상하였다.’는 기록과 《음식디미방》에는 ‘마굿간 앞에 움을 묻고 당귀, 산갓, 파, 마늘을 심고 겨울에 꺼내 쓰면 좋다.’는 기록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긴 음식으로 보인다.
또한 《농가월령가》1월령에 ‘움파와 미나리를 무 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신반은 왕실이나 양반계급의 음식이고 일반 가정에서는 쓴맛이나 매운 맛이 나는 채소나 산나물을 채취하여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파나 당귀의 어린 싹을 이웃과 나눠먹기도 하였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곡류중심의 음식으로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였던 의미이고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미나리과 여러 해 살이 풀로 산스크리트어 이름인 ‘힝구’를 음차한 말 / 위키백과에서 인용)를 일컬어 오신채라 하는데 불교에서는 승려들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멀리 하는 채소이기도 하다.
일반 가정의 밭이나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알싸한 독특한 맛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채소이다.
오신채의 영양적 특성을 보면 부추속 백합과 식물로 공통적으로 황화알릴 성분이 들어 있다. 이는 황과 알리신으로 이루어진 성분으로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물질이지만 항균 작용은 물론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무렵의 오신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즐겨 이용하는 채소이기도 하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하여 그 어느 때 보다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고 활동제한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신체는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반드시 오신채가 아니더라도 이 무렵에는 냉이, 유채, 봄동, 씀바귀 등등 다양한 봄나물을 이용할 수 있다. 비타민과 칼슘, 칼륨과 같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영양 또한 풍부하므로 가깝게 대하는 습관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유독 겨울이 길게 느껴진다. 길고 지루한 겨울의 느낌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신선한 봄나물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