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공공교통 야간시간대 운행감축, 언제까지 이용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인가
감축운행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실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시는 ‘천만 시민 멈춤 주간’ 시행과 관련하여 야간시간대에 시민들의 조기귀가를 유도하고자 서울시내버스 노선 중 혼잡도가 심한 20개를 제외한 나머지 비수익 노선에 한하여 21:00분 이후 주말 수준의 배차 간격으로 감축 운행을 실시한 바가 있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논평을 통하여 시내버스 분야의 야간시간대 감축운행은 시민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으며, 서울시가 감수해야 할 재정적, 정책적 책임을 이용자인 시민과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임을 비판했다. 그 후 3개월이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2단계로 격상된 지금도 서울시는 여전히 사업주의 이해관계 및 행정적 편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야간시간대(22:00분 이후) 20% 감축운행은 연말까지 시행하므로 11월 24일 버스에 이어 11월 27일엔 지하철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경우 지하철 막차시간을 현재보다 1시간 단축한 23:00분에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교통은 내부에서의 혼잡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만이 이용자들 간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즉 버스, 지하철 모두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반복적인 ‘야간시간대 감축 운행’ 정책은 실제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정서와 상당히 떨어져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지난 8월과 비교할 때 보이는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처음 실시했을 당시엔 사전에 홍보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구체적으로 감축 운행 제외대상 노선, 감축 운행방법 등을 결정하여 서울시 사이트의 공문 및 버스 내부에 홍보물을 부착하여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혼란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반면 최근에 실시했을 땐 언론으로는 알려졌지만, 서울시 사이트에 공문으로 올라오거나 버스정류장 및 내부에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8월과 마찬가지로 감축 운행에서 제외되는 노선이 있는지, 아니면 전 노선 모두 해당하는지를 알 수가 없어 자칫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현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서울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때마다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감축 운행으로 이용 시민에게 협조를 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공교통 내부에서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아래와 같이 반복적인 감 축운행 결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서울시는 계속 시민들에게 야간시간대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조기 귀가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논평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효과적으로 실시하려면 밤 22:00분 이 후 도심 구간 내 공공주차장의 한시적 폐쇄(가로주차 포함)를 실시해야 줄어들 수 있다. 공공교통만 감축한다고 하여 의무적으로 이동해야 할 시민들의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발상은 큰 착각이다.
2. 2주간 시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감축 운행은 연말까지 이어지기에 서울시는 조속히 버스 분야 감축 운행 관련 공문 및 시행방안을 수립하여 이용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각 버스노선별 상세인가 및 감축 비율이 비공개 처리되어 있어 별도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하기에 한시적 감축 운행 발생 시 이용자들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3.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중 대다수가 연말모임, 회식 자리에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야간시간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근무하는 직장인, 자영업자, 일반 노동자들과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밤 22:00분 이전에 자발적인 조기 귀가가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특히 심야전용 N버스는 대리운전 기사들과 노동자들이 혼잡요인 중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공교통 정책이 한쪽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
4.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민들의 택시 승차 거부 불편해소를 위해 연말 기간에 한하여 인구가 집중되는 종각, 서울역, 명동, 건대입구역, 신촌역, 홍대입구역, 구로역, 영등포역, 여의도역, 강남역, 역삼역까지 주요 혼잡지점 11곳을 통과하는 90여 개 노선들에 한해 차고지 방향으로 새벽 1시까지 연장운행을 실시하였고 심야전용 N버스의 한시적 증차와 800번대 맞춤형 심야버스까지 도입하여 이동권을 보장하였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운전석과 승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택시의 이용률도 감소하는 만큼 임시 막차시간 연장 및 심야버스 증차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5. 지하철의 경우 혼잡도 54% 수준으로 20% 감축할 경우 6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는 탑승객 전원이 좌석에 착석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서울시는 예상했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운행감축으로 인한 혼잡도 증가 및 감염위험 발생도 증가에 대한 예상을 했으며, 서울시의 발표는 말 그대로 1~9호선에만 해당하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호선별로 22시 이후 배차간격이 최소 6~12분, 최대 15분에서 길게는 30분으로 천차만별이기에 지하철의 전체적인 혼잡도를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단 65%의 수치만으로도 노선마다 객실 내부의 혼잡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버스, 지하철 내부에서 이용자들이 감염되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최근부터 버스회사 종사자들의 확진 판정 소식이 서울에서만 약 4건 이상 발생하는 만큼 무조건 안심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가 짧은 시간에 왕래한다는 특징이 있기에 내부에서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경로파악이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나마 버스의 경우 교통카드 내역조회 시 운수업체명, 노선, 차량번호, 이동구간 및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지하철은 노선마다 운영기관도 달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부분이 큰 문제다.
더불어 중랑구 운수업체인 북부운수에선 운수종사자가 10일 전에 증상이 있었음에도 근무하다 확진 판정을 받아 임직원 90% 이상이 검사를 받거나, 방역을 위해 해당 업체 소속 전 노선이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검사결과는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이용자들 중에서도 확진자는 없었기에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상운행이 재개되었지만 발생된 북부운수 소속 272번 노선 자체가 서울시 버스 중 이용수요 상위권에 시간대 상관없이 혼잡도가 심한 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야간시간대 감축 운행’은 코로나 예방에 절대로 해법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이용자로서 서울시에 제안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마다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야간시간대 감축 운행은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불편함을 전가시키는 것일 뿐이며, 혼잡도 가중으로 감염위험만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난방 가동이 필수고 창문을 개방하기 어려운 만큼 감축 운행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실적인 방역대책을 재수립하여 ‘시민과 노동자들 모두가 안전한 공공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
2020년 12월 1일
공 공 교 통 네 트 워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