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동백섬, 지심도(只心島)
"내 사랑은 그곳에서 이루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영동 지방 등 북녘 쪽엔 아직도 눈소식이지만 지금 남녘엔 봄 기운이 가득하다. 2-3월에 주로 피는 동백꽃도 요즘 한창이다. 동백꽃길로 유명한 섬 중 대표적인 섬이 거제도 앞바다의 작은 섬인 '지심도'다.
사람들은 사랑을 알려고 섬에 온다
마음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처음이며 마지막이 무엇인지
배워야 하리라고
처음과 마지막이 동그라미가 되어
하나가 되는 동안이
우리가 사는 동안이 되도록
이루어야 하리라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건 섬이니까
마음이 섬이 되리라고
그대와 나의 동그라미를 만들어야 하리라고
윤후명 시인의 시 <지심도,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의 전문이다.
문학작품 속에 그려진 특정 지명이나 장소는 우리에게 특히 큰 호기심과 가보고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유명해지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평범하고 조그만 호수 섬 ‘이니스프리’가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The Lake Isle Of Innisfree’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이 된 건 그 한 예다.
섬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섬시인인 이생진 시인의 시집 <하늘에 있는 섬> ‘만재도’를 읽고 그 섬을 가보고싶어 안달했던 적이 있다. ‘만재도’는 이생진 시인이 단행본 시집으로 낼 만큼 좋아했던 섬이었고, 필자도 한참 늦은 2013년에야 그 섬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지금은 목포에서 만재도까지 정기여객선으로 2시간 10분 정도면 갈 수 있지만 필자가 다녀왔던 2013년의 경우만 해도 만재도에 갈려면 목포에서 무려 5시간 넘게 걸렸었다.
지심도 역시 그렇다. 한국문단의 대표적 시인 중 한 분이며 소설가이기도 한 윤후명 시인이 오래전 <지심도 사랑을 품다>라는 시·소설집을 펴냈었다. 윤후명 시인은 그의 작품집에서 “ 나는 지심도를 ‘발견’한 이래 내 사랑은 그곳에서 이루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그러나 사랑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섬으로 갈 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섬에서 만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절대적이었다”라고 썼다. 윤 시인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꼭 가봐야 한다는 지심도는 도대체 어떤 섬일까?
지심도는 거제도 앞바다에 있는 조그만 섬이다. 면적은 약 11만평 정도. 거제 장승포항에서 배로 약 15-20분이면 만날 수 있다. 천혜의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지심도는 우리나라 섬 중 동백나무가 가장 많은 섬으로 유명하다. ‘동백섬(Camellia Island)’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지기도 한다. 지심도 동백꽃은 12월초부터 피기 시작하여 봄 기운이 무르익는 4월 하순까지 피고 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心’ 자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只心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심도 동백숲길을 걸으며 동박새와 직박구리 등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3월 초 짧은 시간 머무르다 보니 귀하디 귀한 새 팔색조를 보지못해 무척 아쉽다. 팔색조의 번식기가 5-7월이라던데 그때 와야 팔색조를 볼 수 있는 걸까. 하늘을 가린 동백 숲 속으로 사뿐히 날아드는 아름다운 팔색조를 상상해본다. 윤후명 시인은 그의 소설에서 “나는 분명히 팔색조를 찾아 그 작은 섬에 갔다가 그녀를 만났다”고 했는데, 나도 혹시 이 섬에서 비록 팔색조는 보지못하더라도 그 새처럼 아름다운 누군가를 문득 만날 수 있을까?(글,사진/임윤식)
팔색조-사진출처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