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가自悔歌/존재 위백규
아비는 하늘되고 어미는 땅이되사
피와살을 나눠내여 이몸이 생겼으니
배설워 길너낼제 수고도 끝이없다
집자리 알는배는 뉘를위하여 알았으며
아들이라 기쁘던가 무슨일을 보려시고
마른자리 나를주고 저진자리 옮아가며
나뿐밥을 덜러주고 오는잠을 놀나깨여
배곱을가 젖을주고 추울넌가 품에안어
오줌똥 냄새맡고 코춤조차 좋이보니
천상에 봉인듯이 구름속에 학인듯이
앉으면 안으시고 나가면 도라보니
어히한 이사랑이 그다지 깊으던가
세살에 품에나고 열살에 문에나니
상할가 염려하고 병들가 근심하며
패로울가 밥염려 추울련가 옷염려
주야 열두때를 한신들 잊을소냐
어느새 장가들여 행여기쁨 보렸더니
제아내 말을듣고 늙은사람 쓸대없다
제자식 낳은후에 이사랑이 올단말가
천금같은 그한몸이 나온데를 전연잊어
하늘에서 떠러진듯 땅에서 솟은듯이
집안에 두늙은이 큰짐으로 아라보니
말거칠면 성을내고 일거칠면 탓을 하여
입는옷 먹는밥을 딴식구로 여기니
불상하다 저늙은이 눈 어둡고 귀 어두어
남의 눈에 귄이 없어 내몸 쥐체 할길없다
입고먹고 쓰는것을 내손으로 못하거니
식은밥 식은국에 따순맛을 보려는가
묵은솜 엷은배옷 바람서리 막을넌가
철이없는 손자들은 탓한것은 무슨일고
빈대모기 더운 방과 눈서리 찬 구들에
잠못들어 도라누어 죽기만 원할때에
며누리 방을보소 좋은시절 맛낫도다
귀동아들 사랑딸을 자우로 앉처놓고
어이한 웃음소리 그다지 기쁘든가
이경에 못든 잠이 인하여 닭이 우니
백발이 마주앉아 어데로 가잔말고
지는이 한숨이요 씃느니 눈물이라
그래도 날이 새니 세상 마음 다시들어
오히려 세상걱정 오히려 손자사랑
더러울사 그 정이야 하늘이 끊을넌가
산것이 우환되고 백년이 어언되어
하루아침 독한 병에 목슴이 끊어지니
그제야 효자 보소 법이라 울음우네
명당을 얻어내어 흰 뼈를 무더놓고
부귀영화를 저 혼자 누리려고
맛난 반찬 좋은 술로 지사를 대접하니
곁에 사람 낯을 보고 하늘에게 매였으니
어히하여 좋은 땅이 제손에 들을넌고
죽어도 편치못하게 천장遷葬은 무슨일고
저근듯 인간일이 차레로 늙어가니
내 부모 지낸 일이 내몸에도 당했느냐
불상할사 우리 부모 서러히도 지내왔다
앞에 것 몰라보니 눈 어두워 어찌산고
헛식구 눈치밥에 배 고파 어찌 산고
묵은 솜 얇은 배 옷 추어서 어찌 산고
눈 위에 헌 보신은 발 실워 어찌 산고
빨래 서답 自手 할 제 손 아퍼 어찌 산고
패러운 살 삐매두에 자리 박혀 어찌 산고
이 벼룩 빈대 모기 가려워서 어찌 산고
풋김치 센줄기를 못 생켜서 어찌 산고
궂은 밥 소금국에 못자셔서 어찌산고
자다가 깨이거든 목말라 어찌산고
코춤이 절로 흘러 주제 궂저 어찌산고
일못하고 마주앉어 무료하여 어찌산고
자나 깨나 제금방의 심심하여 어찌산고
어슴새벽 대소변을 급하여 어찌산고
앉으려면 뒷이 없고 거르려면 앞이없고
누으면 잠이 없고 앉으면 잠이 오니
청산에 계신 무덤 만만고에 이러날가
이제야 뉘우친들 다시얻어 보올넌가
가련할사 우리 부모 불상히도 지냈도다
구름같이 날아 다녀 슲은 것이 넋이로다
걸게차라 제사한들 이 음식이 구러질가
꿈에나 뵈오려먼 얼굴인들 자세할가
어와 애둘어 울사 다시금 애둘어 울사
묽은 죽 풋나물을 정들게 드렸으면
가련한 우리부모 웃고아니 자셨을가
웃는 낯빛 좋은뜻으로 한이테만 모셨어도
불상한 우리부모 그다지 원통할가
이제야 뒷된설음 애통한들 어찌하리
생각하려면 갓이 없고 말을하려면 한이 없다
사람인체 낯을 드니 내아니 부끄려울가
이제야 깨달아도 할일 전히없다
부모의 남은 살이 동생형제 뿐이로다
다시금 무사하여 형제조차 불화하면
부모님 맺은 넋이 눈을 일정 감을넌가
내 아내 말을듣고 내 살을 박대하며
아제비 삼촌형제사촌 편편이 원수 된면
우리 부모 남은 집을 아조아니 망할난가
다시금 생각하니 내 몸조심 하올세라
일일히 조심하여 남의집말 마를세라
남이 나를 원망하면 망친의게 욕이간다
말슴을 조심하여 남의 흔고 마를세라
행실을 조심하여 남과 싸움 말을세라
술 먹기 조심하여 광인되지 말을세라
욕심을 조심하여 옳지않은 탐 말을세라
성낸 일 두려워 생각하여 낱낱이 조심할사
내 몸에 욕이 오면 부모의 몸을 더렆인다
내 몸에 매가 오면 부모의살을 상할세라
내 말이 고아지면 남의 입도 고아지고
내 몸을 조심하면 부모에게 칭찬가리
나는 옳고 남은 그른일 중심에 이져두소
아무때나 싸움되면 죽은 모부 욕먹힌다
살었을때 못섬기고 사후조차 욕이가면
날 낳은 그부모가 원통키 끝이 없다
성인도 사람이고 나도아니 사람인가
사람으로 같이 생겨 저는 어찌 성인된고
효자도 사람이고 나도 아니 사람인가
사람으로 같이 생겨 저는 어찌 효자된고
아희 때 깨쳤던들 다행히 미칠 것을
불효자 되는 일은 무슨 일로 되었던고
하늘이 식키신대로 부지런코 조심하여
술먹기 투전장기 사람치기 내기 씨름
계집통간 재물도적 의복치레 음식욕심
일일히 참꼬참어 이 한몸이 사람되면
내 몸이 절로높고 남의 눈에 귄있어
기리난 말 좋은 이름 부모님께 돌아가리
만일에 그리않어 내몸이 짐승되면
그리않어 설어운 부모 다시금 설음끼쳐
공산 두견성에 우는것이 넋이로다
어화 이한몸을 내몸으로 알지마라
보는 것도 부모의 눈 듣는것도 부모의귀
말하는 것도 부모의 입 먹는것도 부모의 입
손발 다리팔과 머리수염 가는 털이
낱낱이 부모의 살 중함도 중하도다
나로서 조심 않어 남의 손에 상하면
배설어 낳은 수고 살드라도 원통할 사
다시금 허망하고 손발을 슳어놀녀
먹을 것 전연 없어 유리하여 죽어지면
부모의 가슴 위에 묵은 풀 뉘 뽑으리
행사를 조심하고 마음을 곧게먹어
헛기신 좀기강을 다 쓸어 참어두면
행여나 우리 부모 넋이있어 기쁘련가
행여나 하느님도 죄나 않이 주실련가
어화 내일이야 뉘우친들 미칠소냐
어여쁜 부모얼굴 다시 볼길 전연없네
대순과 증자도 은혜를 못갚었거든
하물며 내일이야 이를 바 전히없다
밤중이 지낸 눈물 설어운들 무엇하리
행여나 후생길에 우리부모 다시만나
내 몸이 자식되여 이 한을 푸를세라
황천께 비난이다 다시 부자 되옵소서
황천께 비난이다 다시 모자 되옵소서.
*위백규,1727(영조 3)∼1798(정조 22). 조선 후기의 실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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