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 이야기 2
-화장실 청소만 시켜주셔도-
공동체로부터 입회허락을 받기 까지 그 과정은 마치 고시를 치르는 듯 어렵고 힘들다고 여겨졌다.
공동체의 중한 책임을 지신 어른 수녀님들께 인사 드리는 날 너무 기쁜 나머지 베드로처럼 말했다.
“저는 평생 화장실 청소만해도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과 말은 한 번도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어찌 내 허락도 없이‘
그 말이 불쑥 나가버렸는지,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그마져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좋았다.
자리에 계셨던 서너분 어른중에 파란 눈의 선교사 고 알렉산드리아 수녀님이
선하신 그러나 의미를 품은 미소가 기억난다.
'하이고' 지금 생각하니 참 황당하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정말 현실로 되었으면
’나를 뭘로 보고 그렇게 대접하나‘ 불같아 화를 냈거나(?)
심한 경우 퇴회하여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성소를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종로구 계동 수녀원은 참 예쁜 집이었다. 우리 학생들이 사용하는 집은 일본식 집이었는데 조그만 석조다리 정원이 있고 나무와 꽃이 많아 아기자기 예쁜 집이었다. 어느 가을 날 꽃이 떨어져 낙옆이 수북한 것을 쓸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선배 수녀님이 칭찬을 하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는 법 입회시 나의 그 맹서와 선배 수녀님의 칭찬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밖에서 살았던 세월보다 공동체의 세월이 더 많아져 개념과 의식있는 회원이 된 것인지 집안 살림 이곳 저곳 특히 청소가 필요한 곳이 눈에 잘 들어온다.
어제는 본원의 그 큰 정원에 그동안 우거진 온갖 더벅머리 잡풀들을 전문 요원들이 오셔서 싹 깨끗이 예초를 해주셨다. 비가 내렸고 이발에 미용까지 했으니 상큼해진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곳곳 특히 하수구 주변에는 그분들이 청소 손길이 비켜갔다. 비라도 오면 쓸려 하수구로 쓸려 들어갈 판이다. 하수 입구를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아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 못해 역류하는 사태를 목격하기도 했다.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되어 시간을 왕창 벌었기에 청소를 하고 있는데, 비질 소리와 인기척을 보신 선배 수녀님이 오시더니, '참 착하다"고 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칭찬에 겁나 인색하신 분인데. 제가 사는 곳을 청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데도. 적당한 노동의 기쁨과 가치야말로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비록 내가 정신없이 한 소리지만 내가 선포한 왕년의 그 소리에도 적당하게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