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좀비주택 대란… 한국은 안전할까?
미국 전역에서 전입세대 없이 버려진 이른바 ‘좀비 주택(zombie house)’이 늘고 있다. 좀비주택이란 은행의 압류통보로 집주인이 몰래 이사를 나갔지만 은행조차 차압을 포기하면서 방치된 주택을 말한다.
주로 은행이 차압을 통보했다가 자산가치 미흡 등의 사유로 이를 철회했지만 주택 소유자가 이런 사정을, 즉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면서 좀비 주택이 발생한다는 것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좀비 주택은 미관리 상태로 남아 오랜 기간 방치된다. 집이라는 공간의 특성 상 관리가 결여된 주택은 그 자체로 인근 주민들의 걱정거리(동네 집값 하락 등)가 될 뿐만 아니라 홈리스(Homeless)들의 무단침입과 마약제조, 가스폭발 등 각종 사고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2015년 1월까지 차압 절차가 진행 중인 좀비주택 수는 14만2462채로 전체 물건 수의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6% 가량 감소했지만 전체 물건 중 차지하는 비율은 21%에서 4%p 가량 증가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좀비 주택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은행의 차압포기 결정이다. 미국 은행은 주택 대출 연체가 발생한 주택을 차압해 대출자로부터 주택 소유권을 회수(bank owned)한다. 이 후 이 주택을 시장에 되팔아 대출금 및 차압 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주택가격 폭락 후 이같은 은행의 차압절차 관행도 바뀌었다. 차압주택을 되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택 보험료, 재산세, 관리비용은 모두 은행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차라리 차압을 하지 않는 편이 은행 입장에서는 더 남는 장사다.
그 대신 은행은 연체된 채권을 대출수금대행 업자(우리나라로 치면 채권추심업체)에게 매각해 밀린 대출을 조금이라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은행의 차압 통보로 ‘빚’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했던 주택 소유주들은 생각지도 못한 은행 측의 차압 철회 때문에 더 심각한 피해에 직면하고 있다. 추심업체로부터 임금이나 세금환불액을 압류당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흔한 피해다.
이 밖에 차압 통보 뒤 은행 측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차압을 철회함으로써 발생하는 집 소유주의 피해 책임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도 ‘좀비주택’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미국과 발생원인이나 진행절차 및 형식은 다르지만 ‘한국형 좀비주택’으로 볼 수 있는 경매물건도 실존한다. 수도권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비수도권에 위치한 단독주택은 전입세대가 없고 오랫동안 아무도 점유하지 않아 폐가처럼 변해버린 사례가 종종 있다. 미국처럼 대란으로 번질 위험은 아직 없지만 유사한 사례는 존재한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이런 주택은 장기간 공실이었던 탓에 실제 가치도 낮아 감정평가액 또한 취득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유찰을 거듭하며 주택의 가치는 더욱 더 하락한다.
설령 낙찰된다 하더라도 채무를 변제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각돼 채무를 전액 변제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남은 채무는 좀비처럼 살아남아 채무자를 끝까지 쫓아다니는 것이다.
오늘 소개한 내용은 부동산경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미국에도 우리나라의 경매와 비슷한 ‘차압(foreclosure)’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 우리나라와는 진행절차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출 원리금을 못 갚으면 주택 소유권이 은행으로 넘어간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는 정도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부동산태인 홍보팀 정다운 연구원(02-3487-9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