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착륙 중에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이 더 활동하기 편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사진=대구공항] 지난달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사진=대구공항] 사고 당시 승무원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자 누리꾼들은 '해당 승무원이 대처를 참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도 '치마 근무복이 불편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승무원 근무복을 모두 바지와 운동화를 기본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을 올렸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승무원이 바지 근무복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 이후 각 항공사는 바지 근무복을 도입하고 치마만 입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지만, 회사에 따라 형편이 다르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바지를 기본 근무복으로 지급하지 않기도 하고, 치마를 입어 온 전통 때문에 바지를 입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다. 아울러 지급된 바지도 활동성 보다는 맵시만을 강조해 업무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8년 10월에는 한 항공사 승무원이 국정감사에 나와 치마는 기내 업무 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여성 상품화 이미지로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인권위 권고 내용이 업계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아시아나항공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 2013년 4월부터 바지 근무복을 도입했지만, 기본 근무복으로는 치마가 제공된다. 바지 근무복을 원하는 승무원들은 추가로 신청해서 받는 형태다.
승무원 업무를 수행할 때 치마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인권위원회는 2013년 2월 바지 근무복 도입을 권고하며 '치마 근무복만 입을 경우 기내 비상 상황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사고처럼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이 높은 곳에 올라가 승객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해야 할 수도 있고,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치마는 이런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위원회는 ▲다른 국내 항공사들은 바지를 선택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한 점 ▲용모에 대해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이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승무원의 역할보다 여성성만 강조하는 편견을 고착화시킨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2021년 취항한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는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남녀 동일하게 면 소재 티셔츠에 통기성이 좋은 바지를 근무복으로 도입했다. [사진=에어로케이] 지난 2021년 취항한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는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남녀 동일하게 면 소재 티셔츠에 통기성이 좋은 바지를 근무복으로 도입했다. [사진=에어로케이]
활동성을 강조한 근무 복장을 채택하는 항공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진에어는 지난 2008년 설립 당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여성 승무원의 기본 유니폼을 청바지로 정한 항공사다. 이후 '꽉 끼는 청바지가 오히려 건강 문제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활동성을 개선한 소재의 바지로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1년 취항한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는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남녀 동일하게 면 소재 티셔츠에 통기성이 좋은 바지를 근무복으로 도입했다. 또 신발도 높고 딱딱한 구두 대신에 운동화를 착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도 회사를 설립하면서 두 가지 복장을 채택했다.
한편,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기내 불법행위는 총 29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 4개월간 발생한 기내 불법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폭언 등 소란행위(161건)가 가장 많았고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59건) ▲음주 후 위해행위(39건) ▲폭행 및 협박(3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국면에 들어서며 최근 여행객들이 폭증하면서 여객기 내에서의 불법행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도 실용적인 승무원 근무복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무복으로 바지를 선택하는 승무원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로 바뀌고는 있지만, 용모 규정까지 존재하는 업계 여건상 여전히 관례적으로 치마를 택하는 승무원들이 많다"며 "무엇을 입을지는 승무원 자율에 맡기되 항공사에서 의무적으로 바지 근무복을 제공하고, 착용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고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깔끔한 이미지에 직원들의 복장, 차림새는 그리 크게 적용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딱 달라붙는 정장에 구두를 신는것은 장기간 비행하는 동안 업무 효율을 떨어지게 만든다고 생각이 됩니다. 현재 편안한 복장을 도입한 항공사들도 있지만 아직 일반화 되지않아 아직도 불필요하다라고 느끼는 복장을 시행하고있는 항공사도 많습니다. 앞으로 많은 항공사들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보다 나은 복장기준을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고와 별개로 치마를 입고 일하는 것이 능률을 떨어트린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승무원의 최우선 업무는 비상상황 시 비상탈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치마는 당연히 방해 요소가 될 것입니다. 깔끔한 핏을 유지하는 선에서 원단을 수정한다던지 적당한 선에서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댓글 딱달라붙는 정장과 구두는 소비자에게 더 깔끔한 이미지를 줄 순 있지만 예상치못하게 일어나는 위험사고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소비자들과 직원 효율성을 위해 복장규율이 바꼈으면 좋겠네요
사고와 별개로 치마를 입고 일하는 것이 능률을 떨어트린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승무원의 최우선 업무는 비상상황 시 비상탈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치마는 당연히 방해 요소가 될 것입니다. 깔끔한 핏을 유지하는 선에서 원단을 수정한다던지 적당한 선에서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차츰 복장규정이 바뀌어 나갈거라 예상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