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9.
수료식
체류형 8기 수료식 안내
일시: 2024.12.09.(월) 13:00
장소: 체류형 귀농귀촌지원센터 2층 교육장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되었다. 귀농 귀촌을 위한 정착 교육 일정을 마무리하는 수료식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는 연락이 왔다. 당연히 아내와 나는 참석하기로 했다. 유종의 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들었던 교육생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검은색 졸업가운을 걸쳤다. 다들 젊어 보인다. 노란 수가 달린 사각모까지 머리 위에 쓰고 보니 35년 전 그날이 겹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딛는 기대감과 함께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불안함 때문에 찹찹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렸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날의 학위복을 추억하니 풋풋한 젊음이 그리워진다. 대학원 졸업식에는 불참했다. 이유가 없었다. 귀찮았다면 변명이 될까.
학위복의 역사가 궁금하다. 언제부터였을까. 1908년(융희 2년) 서양식 교육 기관인 제중원의 제1회 졸업식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7명의 졸업생이 평소 착용하던 한복 위에 미국식 학위복인 검은색 가운을 입고 술이 달린 검은색 모자를 착용했다. 100년이 넘었다.
학위복은 예복으로 입는 복장이다. 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학사, 석사, 박사 등 특정 과정을 수료한 상징이며, 가운과 모자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에는 서양식 그대로 수용하여 사용했으나 대학이나 학위의 종류에 따라 가운과 모자의 디자인, 술의 색과 소재 등 다양하게 변화됐다고 전한다. 예쁘고 멋진 학위복이 수두룩하겠지만 오늘은 학위복 착용이 몹시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서로를 축하하는 시간이다. 3월부터 9개월간 128차시의 정착 교육을 이수했음을 증명하는 행사다. 군수님은 일일이 교육생에게 수료증을 전달하고 악수하며 축하해 주었다. 지정석에 앉아 군수님과 군의회 의장님의 기념사를 듣는 둥 마는 둥. 짧은 수료식은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마무리했다.
귀농이나 귀촌이 목표였다. 보금자리 주택을 배정받거나 집을 구한 귀촌인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성공한 귀촌인들은 구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귀촌인으로 구례에 남을지, 귀촌 실패를 앉고 대구로 가야 할지 아니면 해남, 강진, 함평, 고창으로 가서 재도전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를 선택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다. 찹찹함을 넘어서 길을 잃은 듯하다.
올해도 스무날 정도가 남았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결정해야 한다. 아니 선택되어야 한다. 서류는 접수했으니 연락이 올 날만 기다리는 중이다. 보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쉬움 없이 다시 한번 구례를 보고 느끼고 기억하려 한다.
구례는 매력적인 귀촌 지역이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 아랫동네로 공기 좋고 섬진강 줄기 따라 인심도 넉넉한 시골이다. 천은사 계곡, 화엄사 계곡, 피아골, 사성암을 품은 오산만으로도 충분하다. 만복대와 노고단이 지척이니 얼마나 좋은가. 계절마다 꽃피고 단풍 드니 눈이 호강하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가진 곳이다. 떠나려니 더 간절하다.
텃밭 앞에 서니 감정이 묘하다. 땅이 스승이었다. 땅에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땅에 물을 뿌렸으며 땅에서 열매를 얻었다. 그렇게 봄,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태양이 높이 떠 있는 대낮이다. 기온은 낮고 바람까지 차다. 수료식을 마쳤으니, 각자의 길을 찾아서 떠나면 된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가수 최백호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가을에 떠나지 말고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했다. 눈만 내리면 하얀 겨울이 될 텐데.
고개를 돌려 노고단을 바라본다. “너! 쳐다보는 재미로 늘 즐거웠다” 참으로 고마운 지리산의 봉우리이다. 노고단 끝단이 하얀 눈을 덮어쓰면 올해 마지막 산행을 하려고 한다. 수료식 선물로 노고단 상고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누가 나와 함께 행복의 나라로 갈지.
첫댓글 섭섭한모양입니다 당연하지 1년을 살았는데 ᆢ
짧은 1년 아니, 10개월도 안되는데 이리 짠 합니다. 어떤놈은 2시간 내란이 어디있나 하지만 스치는 인연도 소중합니다.
좋았습니다. 원했던 일이라 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