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참게
가을에 먹어야 제맛
임진강의 일부는 북녘 땅에서 흐른다. 지난 여름, 북쪽에서 댐 수문을 불시에 열어 큰 사고가 있었다. 그 일로 임진강 어부들의 마음은 아직까지 편치 않다. 그래도 강물은 여전히 흐른다. 사각으로 때리는 가을빛으로 강물은 반짝이고, 그 강물을 따라 참게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 |
1 임진강 두지나루에서 찍은 것이다. 멀리 보이는 배는 유람선인 황포돛배이다. 2 파주어촌계 직판장에 막 들어온 참게를 풀어놓고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3 탈피참게를 고르고 있다. 참게는 암수와 크기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큰 암컷이 비싸다. |
임진강은 가을 참게, 섬진강은 봄 동남참게
참게는 논게, 민물게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논에서도 흔했던 게이다. 참게는 민물에서만 평생을 보내지 않는다. 바다를 오간다. 늦가을부터 겨울에 바다와 기수부(바다와 민물이 섞이는 지역)에서 산란을 한다. 알에서 부화한 참게의 유생은 봄에 하천을 따라 자신들의 부모가 살았던 곳으로 올라온다. 이 어린 참게는 가을까지 민물에서 성장을 하여 제 부모들이 그랬듯이 가을에 산란을 하러 바다로 향한다. 바다로 가지 못한 참게들은 민물에서 굴을 파고 월동을 한다. 바다에서 산란을 한 참게는 죽는다. 참게가 산란하러 바다로 향할 때 가장 맛있고, 어부는 이때를 맞추어 잡는다. 참게를 두고 헛갈리는 것이, 참게의 제철이 봄이라는 정보도 있다. 봄에 알을 밴다는 것이다. 이는 섬진강에서 사는 참게이다. 임진강의 참게와 같은 참게속이지만 종이 다르다. 겉모양도 다르다. 섬진강과 낙동강 수계를 비롯해 남녘 지방에서 자라는 참게는 동남참게가 제 이름이다. 동남참게는 봄에 알을 배고 그때가 가장 맛있다. 충청 지역에서 금강참게라고 부르는 참게가 있는데 ‘금강의 참게’라는 뜻이지 참게와 다른 종은 아닌 듯하다. 임진강 일대에서는 충청 지역의 말을 받아 동남참게와 구별하기 위해 임진강 참게를 금강참게라고도 하며 옥돌참게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참게의 서식 남방 한계선은 전라북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천 참게든 파주 참게든 한 물의 것이다
임진강 수계에서 참게를 주로 잡는 지역은 연천과 파주이다. 어로 허가권이 있는 어부들이 그물이나 통발을 놓아 잡는다. 참게는 야행성이므로 낮에 통발을 놓고 적어도 하룻밤을 지난 후에 거둔다. 잡히는 양은 복불복이다. 참게는 떼를 지어 이동을 하는데 마침 통발이 참게 무리 앞에 놓여 있으면 한번에 수십 킬로그램을 건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면 몇 킬로그램으로 만족을 하여야 한다. 임진강 참게를 놓고 연천과 파주 어부들끼리 묘한 경쟁 심리가 있어 어디 것이 더 맛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 행정적 경계가 임진강 전체를 놓고 보자면 애매하다. 연천에 있던 참게가 다음날 파주에서 잡힐 수도 있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임진강 참게는 귀했다. 부실한 수량 관리와 환경오염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들어 참게가 부쩍 많이 잡히고 있다. 임진강이 맑아지고 어자원 확보를 위한 어린 참게 방류 사업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임진강 참게의 풍흉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올해는 북한의 댐 방류로 흉어라는 뉴스가 많다. 지난해보다 덜 잡혀 가격이 약간 오르기는 했지만 흉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지 어부들의 말이다. 어부들에 따라 어획량이 들쭉날쭉하지만 임진강 전체적으로 보면 흉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축양을 해야 맛있다
참게는 잡자마자 바로 요리를 하면 흙내가 난다. 자연 상태에서 먹이 활동을 하였으므로 몸 안에 흙이나 잡물이 들어 있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축양을 한다. 축양이란 물고기 등을 맑은 물에 두어 흙이나 잡물을 없애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 1주일 정도 축양을 하는데, 이때 참게의 살이 빠질 수 있으므로 먹이를 준다. 먹이는 임진강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이다. 파주어촌계 박영숙 대표는 “이 축양 과정에서 참게의 맛이 결정된다”며 “어촌계에서는 강에서 잡았을 때보다 살과 알이 더 꽉 상태로 만들어 출하한다”고 말한다. 참게 시세는 어촌계 출하가격이 1킬로그램(10마리 정도)에 3만~3만 5천원이다. 파주와 연천 곳곳에 참게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있다. 어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참게 요리는 단순하다. 참게매운탕 아니면 참게장이다. 참게매운탕은 된장과 고추장에 민물새우, 미나리 등이 들어가는, 민물고기매운탕 요리법과 같다. 참게장은 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장에 참게를 담가 숙성한 것이다. 물론, 알이 가득 찬 암컷이 매운탕이든 장이든 맛있다. 참게매운탕은 1인분에 3마리 정도 들었으며 1만 5,000원, 참게장은 1마리에 1만 원 정도 한다.
▲알이 꽉 찬 참게 구별하기
참게는 알이 언제 차는가에 따라 본격 시즌이 결정된다. 알이 찼는지는 속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참게의 등딱지와 배딱지 사이의 간격을 보고 구별한다. 그 사이가 넓을수록 알이 제대로 찬 것이다. 알이 차기 시작하는 것은 9월이지만 꽉 차는 시기는 10월 말로 봐야 한다. 참게는 11월 중순까지 잡는다.
출처:(팔도식후경, 황교익)
2025-03 05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