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맥주
맥주가 음식 중에 가장 물이 많이 들어가는 음료이다.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슬이다. 연간 소비량은 60만톤(가창댐 저수량 200만톤)이다. 양조할 때는 양질의 물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하 300m의 암반수를 뽑아 올려 빚은 맥주'라고 선전하는 회사도 있다. 네덜란드는 라인 강(길이 1320㎞)의 하구에 위치한다. 라인 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업지대를 통과하는 강이고, 수질이 가장 오염된 하천 중의 하나이다. 그 하구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어떻게 해서 오염된 수질에서 양질의 맥주가 생산되는 것일까? 세계 어느 나라 식당에서도 종업원은 먼저 물과 메뉴를 가져온다. 네덜란드 식당에는 메뉴는 가져와도 물은 가져오지 않는 식당이 많다. 무슨 음료를 마실 것인지를 주문받는다. 수돗물은 철저히 정수를 했는데도 그대로 먹기는 좀 그렇다. 물맛이 있다. 물은 무취, 무색, 무미라야 하는데 맛을 느낄 수 있다. 손님은 대개 맥주나 다른 탄산음료를 주문한다. 맥주를 우리처럼 알코올로 생각지 않는 듯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나쁜 수질 때문에 생수를 그냥 마실 수가 없었고, 대신해서 양질의 맥주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수질 때문에 양질의 맥주를 개발한 셈이다. 중국의 황하 유역의 나쁜 수질 때문에 생수를 먹을 수가 없어 차 문화가 발달한 것과 같은 논리이다.
나도 맥주를 좋아한다. 지금같이 무더운 여름날 500cc 찬 생맥주와 된장과 생고추를 한 쟁반 시켜놓고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각국의 맥주가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이 수입된 맥주는 일본 맥주, 아사히와 삿뽀로가 1만4800톤으로 1위,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 8887톤 2위이고, 독일 3위, 중국 4위, 미국 5위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치맥(치킨+맥주)이란 음식 문화가 생겨났다. 전국의 도시마다 시당국이 주관하여 문화행사로 치맥 축제를 연다. 맥주와 닭튀김이다. 2016년에는 서울 한강변에 4500명의 중국 유커를 초청하여 치맥 파티를 했고, 인천 월미도에서 중국의 유명 화장품회사 아오란 그룹이 우수직원 6000명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치맥 파티를 열었다. 3천 마리의 닭과 8천 개의 캔맥주가 소비되었다 한다. 대구에서도 2018년 치맥 축제가 7월 19일∼22일 두류공원에서 열린다. 치맥은 세계적인 음식문화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뜨는 문화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에서 전지현과 김수현이 치맥을 좋아한다는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인기가 올라갔고, 일본에서도 치맥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의 영향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가의 젊은이들 간에는 치맥은 청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동안 배상면주가(裵商冕酒家) 연구소 곁에서 살았다. 배상면(裵商冕, 1924∼2013) 회장은 회사의 양조의 비법을 모두 공개했고 우리나라의 남아도는 쌀을 알코올을 만들어 저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인이면서도 개인보다 사회와 국가를 먼저 생각하던 공인이었다. 배상면 회장은 자기 실험실에서 양조학교를 열어 가양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맥주는 오랜 전통을 갖는 유럽 술이다. 19세기 전까지 상면(上面) 발효주인 에일 맥주(Ale beer)가 전부였다. 1838년에 체코의 필센(Pilsen) 지방에서 처음으로 하면(下面)발효 즉 라거(Lager) 양조법을 개발했다. 저온양조법이다. 지금도 생산되는 체코의 맥주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원조이다. 전 세계 맥주시장의 70%가 라거 스타일이고, 30%가 에일 양조이다. 생맥주와 병맥주는 차이가 있다. 생맥주는 발효균이 살아있는 맥주인 한편, 병맥주는 계속 발효를 하면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입병한 채로 70도에서 열처리를 하여 살균한 맥주이다. 입병한 맥주는 맛은 생맥주보다 못하지만 장기저장과 장거리 수송이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1인당 맥주 생산량은 세계 최대이지만, 소비량은 연간 71리터, 한국 43리터, 일본 42리터, 베트남 42리터이다. 세계에서 1인당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142리터 체코이고, 독일이 3위 104리터이다. 맥주는 양조와 소비가 가장 많은 대륙이 유럽, 북미, 다음이 아시아이다. 술만큼 지배권의 문화를 따라가는 기호식품을 따라가는 문화는 없다.
네덜란드의 맥주는 세계 최대 라거맥주 생산지역이다. 특히 하이네켄(Heineken)과 그롤쉬(Grolsch)는 세계맥주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하이네켄 그룹은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그룹, 사브밀러(SAB Miller)그룹 다음으로 3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맥주 최대수출국이다. 생산량의 50%를 수출한다. 단일 브랜드로는 1위가 하이네켄, 2위가 미국의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이다. 맥주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생산된다. 맥주는 색, 맛, 향, 알코올 도수가 결정한다. 맥주의 원료는 현지의 물, 맥아(Malt), 쓴맛을 내는 호프(hof), 효모이다. 그러나 양조되는 지역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물이다. 물은 현지 물을 사용해야지 물을 수입하지 못한다. 맥아와 호프와 첨가물은 수입하여 양조할 수 있다. 물은 아니다. 나쁜 수원으로도 정수하면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고, 제대로 양조된 맥주는 지역마다 맛과 향이 다르고 차이는 있다. 그러나 맥주의 질의 우열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마다 민족마다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광고를 해 소비자를 입맛을 끌어들여 숙성했느냐에 따라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달라졌을 뿐이다.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大邱내일신문 朴贊石(전 慶北大 총장⋅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