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동작구 대방동의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는 특별한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관장 최의광) 부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가 마련한 정신지체인들의 '제2회 열린그룹홈'으로 이른바 쌍쌍파티라고 할 수 있는 만남의 자리였다.
주말인 오후 쌀쌀한 날씨 가운데도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희망과 기쁨, 기대를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 다른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오랜만의 만남을 반가워 하며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시 전역에 흩어져 그룹홈 생활을 하는 정신지체인들이다. 가족들로부터 떨어져 사회재활교사의 도움으로 4명 정도씩 비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아파트나 주택 등에서 스스로 일과 생활을 책임지며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올해로 두 번째 맞는 열린그룹홈은 그동안 단조로운 그룹홈 중심의 프로그램에서 성인기 정신지체장애인들로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되는 이성과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마련해 주는 자리였다.
식전행사는 성남고등학교의 응원단이 현란한 응원복을 입고 정열적인 율동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좌석에 앉은 장애인들을 박수와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다.
150여명 참가, 뜨거운 열기 속 진행본 행사는 교남소망의집 이영국 씨와 동천그룹홈의 김문주 씨가 사회를 맞았다. 150여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자리, 강한 조명으로 인해 말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진행했다.
첫순서는 정신지체인애호협회그룹홈 김준호 씨와 사랑손그룹홈 김문주 씨의 정신지체인 권리선언 낭독. 떨리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우리는 국민으로서 일반시민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는 선언문을 읽어나갔고 참석자들은 숙연해졌다.
서울시정신지체인복지관 최의광 관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1일 '1회 열린그룹홈' 당시는 시기가 시기여서 그런지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각당 대선 출마자 후보의 부인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는데 오늘은 우리만의 행사가 되었다"며 장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신지체인들의 "이성교제 그리고 사랑, 결혼"이라는 주제로 당사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동천그룹홈의 김남순씨는 그룹홈에서 생활을 하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발표했다. 결혼 3년째이고 현재 임신중인 그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성공적인 결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양2호그룹홈 이정근씨는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것이 마음과 같이 되질 않아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
발표에 이어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영상메세지가 이어졌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은 성탄과 새해 인사, 제2회 열린그룹홈에 대한 기대를 전했고 이날 행사장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자신의 얼굴이 대형 화면에 비치자 쑥스러워하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각 그룹홈의 멋진 실력 맘껏 발휘 2부 순서로는 각 그룹홈에서 그동안 익혀온 장기자랑의 순서가 이어졌다. 첫 순서는 봉천동 '함께사는세상'의 사물놀이 연주였다. 6명의 연주단은 얼굴에 미소와 진지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동안 익힘 솜씨를 간간이 추임세도 넣어가며 마음껏 발휘했다. 그룹홈지원센터의 김대현씨는 성악곡 '선구자'를 불러 듣는 이로 하여금 정말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냐 하는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충현복지관의 SEVEN&FOUR는 자두의 "김밥"을 주방의 의상과 모형 김밥을 들고 나와 흥겹게 춤을 추며 연주했고 은평그룹홈에서는 4명이 수화로 "사랑의 트위스트"를 불렀다. 나자로의 집 최현철씨는 바위섬을 조의철 씨는 위험한 연출을 불렀다. 끝으로 교남그룹홈에서는 "화려한 싱글"에 맞춰 열광적인 춤을 선사했다. 장기자랑에 이어 본격적인 커플게임이 이어졌다. 오늘의 자리가 만남의 자리이기에 준비된 게임들도 커플의 친숙함에 맞춰 진행되었다.
흥겨운 행사를 마친 후 모두는 준비된 뷔페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지내며 인상적이었던 상대에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서로 음식을 권하기도 하며 친숙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하루를 지내며 마음에 들었던 상대에게 다가가 꽃과 명함을 전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지난 1회 열린그룹홈과는 달리 이날 행사는 참가 그룹홈의 사회재활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을 했다. 자발적 참여로 인해 더욱 다양한 순서들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150여명이 참석했는데 교사와 부모를 제외하면 130여명의 정신지체인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식사등 행사비를 개인적으로 마련해 참가했으며 이러한 소식을 듣고 강원도에서까지 참가하기도 했다.
그룹홈 신설 절차, 부모나 법인 주택 마련 후 신청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정신지체인 관련 그룹홈은 82개이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 유병주 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해마다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무엇보다 센타가 중심이 아니라 그룹홈
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멋진 행사를 치를 수 있어 그룹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룹홈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법인이 주택을 마련한 후 사업계획서 등을 첨부해서 해당 구청에 시설신고를 해야 한다. 시설허가가 되면 서울시에 보조금 지원을 요청하고 서울시는 사회재활교사의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를 지원한다.
개인이 그룹홈을 운영할 수는 없고 부모가 마련하더라도 사회복지법인에 위탁운영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그룹홈에서는 직업훈련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취업이 안되거나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에는 한달 식비인 15-20만원 정도를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그룹홈은 보통 26평 이상의 주택에 4인의 정신지체인과 1인의 사회재활교사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