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산책42. 익(益) - 사업이란?
제42괘 익(益)
- 사업이란? -
益 利有攸往 利涉大川(익 리유유왕 리섭대천)
利用爲大作 元吉 无咎(리용위대작 원길 무구)
或益之 十朋之龜 弗克違永貞吉 王用享于帝 吉(혹익지 십붕지구 불극위영정길 왕용향우제 길)
益之用凶事 无咎 有孚中行 告公用圭(익지용흉사 무구 유부중행 고공용규)
中行 告公從 利用爲依 遷國(중행 고공종 리용위의 천국)
有孚惠心 勿問 元吉 有孚 惠我德(유부혜심 물문 원길 유부 혜아덕)
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凶(막익지 혹격지 입심물항 흉)
** ⓵규(圭)는 ‘홀 규’입니다. 고대에 제후가 조회나 회동에 손에 쥐는 위가 둥글고 길쭉한 옥을 말합니다. ⓶천(遷)은 ‘옮길 천’입니다. ⓷격(擊)은 ‘부딪칠 격’입니다. **
큰 수익을 내는 일을 익(益)이라 하므로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이야기로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사업이란 무엇인가로 잡았습니다. 사업을 어떤 방법으로 경영해 나가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덕목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익 리유유왕 리섭대천(益 利有攸往 利涉大川). 큰 수익을 내는 사업은 돈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어려서 동네 잡화가게를 송방(松房)이라 불렀습니다. 개성상인의 점포를 이르는 말이지요. 개성상인들은 “5 리(厘)의 이문을 위해 10 리(里)를 쫓기를 마다않는다.”고 합니다. 돈이 모이는 곳으로 간다는 말이기도 하고 수익이 있는 곳이면 아무리 힘들어도 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업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합니다.
⓵ 리용위대작 원길 무구(利用爲大作 元吉 无咎).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해야 근본적으로 길하고 허물이 없습니다. 공공사업은 돈 떼일 염려 없고 기업의 실적과 경력에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공무원을 사귀는 기회도 되고 최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일본의 대기업은 주로 전쟁을 통해 군수산업을 키워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국가의 경제개발계획에 참여하여 성장했습니다. 더 손쉽게 덩치를 키운 건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통해서 이루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지만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큰 기업집단은 그래왔습니다.
⓶ 혹익지 십붕지구 불극위영정길 왕용향우제 길(或益之 十朋之龜 弗克違永貞吉 王用享于帝 吉). 손(損)에서 본 것과 같습니다.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큰 돈을 들여서라도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약간의 과장이나 포장은 허용됩니다. 왕이 천자의 제사를 지내도(왕용향우제) 길하다는 것은 TV광고에서 약간의 과장이나 윤식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례와 같은 취지입니다. 그렇다고 본질을 속이는 것도 허용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⓷ 익지용흉사 무구 유부중행 고공용규(益之用凶事 无咎 有孚中行 告公用圭). 사업이 잘 되고 경제력이 쌓이면 흉사가 생겨도 허물없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업가는 신용이 생명이고 중도에 서 있어야 합니다. 주로 중도는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입니다. 정치적 배경을 이용하고 황제의 옥패(규)를 이용하라고 합니다. 정경유착을 감시하고 죄악시하는 요즈음 권력이나 정치적 배경을 여론이나 언론의 힘으로 새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⓸ 중행 고공종 리용위의 천국(中行 告公從 利用爲依 遷國). 앞 괘에서 본 것처럼 기업의 중도는 주로 정치적 중립을 의미합니다. 공공기관이나 정치권이 오히려 경제계를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의지처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천국은 수도를 옮길 수 있다는 말인데 요즘으로 보면 권력교체로 보는 게 무난합니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중도를 실천해 오히려 정치권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의 힘은 이처럼 막강한 게 예나 지금이나 현실입니다.
⓹ 유부혜심 물문 원길 유부 혜아덕(有孚惠心 勿問 元吉 有孚 惠我德). 신용과 베풂은 물어볼 것도 없이 근본이 길한 일이지요. 사업가에게 신용과 베풂은 자신의 덕을 빛나게 하는 것으로 두 말이 필요 없습니다. 유대인의 경제원칙에 334원칙이 있습니다. 10을 벌어 3은 하늘에 바치고 3은 돈을 벌게 해 준 사람들을 위해 쓰고 남은 4를 자신이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30%는 사회적으로 기부하거나 구제사업에 사용하고 30%는 재투자를 한다는 말입니다.
⓺ 막익지 혹격지 입심물항 흉(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凶). 기술이 수명을 다하고 다른 기술로 대체되면 공격적으로 변하고 평상심을 잃기 쉬워 흉합니다. 차분히 폐업을 준비하거나 업종전환을 모색해야지요. 잘 망하는 것도 기업가의 미덕이거든요. 저는 창업법률강좌를 여러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잘 망하는 법부터 가르쳤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잘 망하는 법을 알고 있으면 마음 놓고 열심히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시 대신 웨인 도식이 지은 『비즈니스 바이블』을 소개합니다. 유대교 랍비인 저자가 사업가에게 주는 10계명입니다. 정직한 사업가라면 꼭 읽어야 할 덕목입니다. 물론 현대 직업인의 윤리의식을 위해서도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10계명만 간추려 옮깁니다.
제1. 귀 기울여 들어라! 눈을 열어 바라보라!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세상을 바로 본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은 세상을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제2. 거짓말을 하지 말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부정과 비리를 떡 먹듯이 해야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진실한 말과 정직한 행동이 기업 경영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제3. 저울추를 속이지 말라! 직원들은 사소한 ‘도둑질’도 하지 말고 기업은 고객들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제4.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목표 달성을 위한 불도저식 경영이 그간 성공 신화였다. 거기에 인간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원과 가족, 고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제5. 정의롭게 행하고 자비를 베풀며 겸손하라! 리더는 선택과 결정 과정에서 정의롭게 행하고 직원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며 친절해야 한다.
제6. 사람들과 세상을 돌보고 치료하라! 경영자는 직원의 삶과 환경 문제에 진실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직원들의 복지와 환경 문제를 위한 지출은 절대로 손해가 아니다.
제7. 반드시 십일조를 하라! 내가, 내 회사가 돈을 벌었으니 내 맘대로 쓴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사회에 수익의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
제8. 안식일을 기억하라! 직원이나 가족을 위해 휴식은 꼭 필요하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서 안식이 필요하다.
제9. 지혜를 구하라! 직업은 단순한 호구지책이 아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꿈을 실현하는 곳이다. 직업이 인생의 가치와 의미가 되게 해야 한다.
제10. 당신이 누구 앞에 서 있는지 기억하라! 우리가 왜 일하고 우리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지 생각해야 한다. 정체성을 바로보아야 비로소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