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과 벽돌로 만든 건물은 쉽게 퇴락한다. 사단법인 하얀코끼리는 학교건물 유지 보수를 위해 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환경개선 활동에 관심이 많다. 아마도 목조건물인 사찰에 단청을 하듯이, 페인트칠을 해서 유지보존 뿐만아니라 환경미화를 할 수 있는 잇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의료팀, 교육팀, 한식팀을 제외한 봉사팀은 대부분 신정아 선생님 지도로 학교 벽 페인트칠에 참여한다. 1월 30일 작년에 이어 바고(Bago)의 빤찬콩(Panchankone) 사원에 딸린 고아원을 두 번째로 찾은 젊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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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즐겁게 축구관전을 하는 전민영 씨 |
내년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벽화팀 봉사자로 참가한 홍선표(18)군은 한국외국인학교 3학년으로 미국 대학에 진학 예정이다. 2014년에도 참가한 그는 벽을 긁어내고 페인트칠을 새롭게 하고 이후 먹지를 대고 도안을 그린 후에 그림을 그리는 이른 바 ‘벽화’ 채색을 도맡았다. 뿐만아니라, 또래보다 어린 아이들과 재기차기 등을 비롯한 한국전통놀이를 함께 하는데도 앞장선다. 평소에 다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방과후나 주말에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교외활동을 활발히 펼친다. 어머니인 아동전문 출판사 ‘비룡소’의 박상희 대표의 갑작스런 일정변경으로 혼자 오게 된 홍군은 작년에 처음으로 해외봉사에 참가했다. 봉사기간내내 마음이 많이 아펐던 그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한다.
“6일간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TV에서 방송되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마치 한 가족처럼 서로 하나가 되어 잘 어울렸던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올해 미국으로 유학할 예정이지만 기회가 되면 내년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페인트칠 말고 아이들과 직접할 수 있는 다른 것도 많이 하고 싶어요!”
부처님 인연법따라 온 것
최재희(23)양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 1학기에 재학중인 꼬마 불교연구자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그녀도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온게 아니라 부처님 인연법따라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분별심을 갖지 말라고 하셨고 원래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었던 그녀는 열심히 ‘조교’ 근무를 해서 참가비를 마련해서 오게 된 근래 보기 드문 성실한 청년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으로서 구체적인 꿈을 정해 놓은 것은 없다. 하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외교의 첨병이 되고 싶다고 전한다.
동남아 전문가인 외삼촌을 보면서 자란 그녀는 불교를 기반으로 한 미얀마 외교나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외삼촌의 지인인 미얀마 분인 쫑모아 아저씨의 소개로 영담스님을 알게 되어 현지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그녀는 우리 한글과 올챙이송 율동을 미얀마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쌍방향의 나눔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한다. 스스로를 좀 더 갈고 닦아서 나이 들어서는 스스로를 회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불교학자답게 모두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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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를 그리고 있는 최재희 씨 |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더 많은 일을 했으면
신재훈(16)군은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이다. 아버지 불교포커스 신희권대표와 공무원인 어머니의 권유와 해외 봉사 간 적이 없어 호기심 반으로 부모님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글 쓰는데 관심이 가지고 백일장에도 나갔던 그는 스스로가 제일 재밌어 하는게 뭔지 궁금하다고 한소식한 선지식처럼 말한다. 소설을 쓰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서 그걸로 결정한 그는 페인트칠이 너무 힘들어 몸과 마음이 고생이라며 웃는다. 방학때 항상 놀기만 했는데 보람된 일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며, 작년에도 왔으니 올해도 당연히 왔다며, 일단 한번 하게 되니까 다시 또 오게 되더라고 담담히 전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더 많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현지 봉사를 통해서 우리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니, 그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도 와야죠! 그 결과로 미얀마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니까요!”
욕심 갖지 말고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었으면
황승규(18)군은 수원 영통구의 태장고등학교 2년 학생이다. 작년에도 참가한 그는 페인트 등 한국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되어 색다르고 재미있어서 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중학교 졸업하고 세무사인 아버지와 여행하려고 일정을 잡았다가 못가게 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동생 황진제(16)군 같이 오게 되었다. 올해에는 벽화팀장 신정아선생님과 영담스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다 같이 똑같은데 간다고 해서 다시 오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집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씻고 먹고 하는 기본적인 것이 여기에서는 큰 기쁨이 돼요. 그렇지만, 여기 애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불행하지만, 이들은 자기 삶에 만족하는 듯해요. 우리도 욕심을 갖지 말고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 행복해 하는데 매우 놀랐다
봉사시간 60시간을 채워야 했던 부천 상동중학교 3학년 장태영(15)군은 1365사이트에서 스스로 해외봉사활동들을 검색했다. 우연히 하얀코기리를 발견한 그의 어머니는 흔쾌히 허락했다. 방학때 매일 집에만 있다가 좋은 일 한다고 해외봉사 간다고 하니 매우 좋아하셨다고 한다. 위생과 미술교육 등 교육팀에 참가한 그는 그냥 얘들이 착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우리랑 다를게 없는 같는 사람들로 얘들이 모두 행복해 하는데 매우 놀랐다고 한다. 핸드폰 게임하자고 해서 같이 하면서 많이 웃으며,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매우 즐거웠던 그는 또 오고 싶다고 한다. 힘드신 가운데 여기에 보내주신 어머니께 깊이 감사한다는 그를 성숙시킨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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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일찍 호텔을 나선 '잠이 부족한' 젊은 코끼리들 |
나랏돈으로 나라 욕 먹이는 일은 안했으면
이승경(23)양은 서울신학대학교 일본어과 4학년 졸업반이다. 부모님 모두 공무원으로 그녀 역시 지방행정공무원으로 전공인 일본어를 더 공부해서 국제교류에도 공헌하고 싶다고 한다. 부천시 상동에 사는 그녀는 어려서 석왕사 신도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동생 이규호(21)군과 룸비니유치원에 함께 다녔다.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많이 해 왔던 그녀는 어르신댁을 방문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말벗도우미가 되었다. 아이들 일본어 선생님으로 1년남짓 봉사하고 있다. 하얀코끼리 후원자인 이모의 권유로 학생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특별하게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참가하게 된 그녀는 봉사기간내내 날씨가 너무 좋아서 좋았고, 자신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얘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매우 좋았다고 전한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힘들어서 친구따라 교회에 갔었어요. 대학교에 들어와서 교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선교를 많이 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 나라 사람들의 종교를 존중해야 하는데 자기 종교를 강요안했으면 좋겠어요. 코이카 등의 나랏돈을 받아 가서 선교하고 사원 등에 가서 찬송가를 부르는 등의 행동은 아닌듯해요. 그 결과 오히려 그 나라에 반한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나랏돈으로 나라 욕 먹이는 일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온 사람에게도 도움 될 일을 찾아
이양의 동생 이규호(20)군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2학년이다. 같은 계기로 참여하게 된 그는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군대도 가야 하기에 이번 봉사로 한동안 해외봉사활동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한다.
“다른 나라 아이들을 도와주러 왔기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할 생각이에요. 맡은 프로그램과 역할도 진행하면서, 같이 온 사람들께도 도움이 될 일을 눈치껏 찾아서 도와드리고 싶어요.”
봉사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배워온 느낌
전민영(19)양은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1학년생이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복지관에서 고1때부터 자원봉사를 했던 그녀는 경기도에서 보내줘서 라오스에 다녀오면서 많은 걸 배워왔다. 라오스 사람들이 매우 순수해서 봉사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배워온 느낌이라고 전한다. 장애인들을 돕는 특수교사가 꿈인 그녀는 중학교 때 멋모르고 미국이나 호주가서 살고 싶어서 유학 보내달라고 조르고 했던 것을 반성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그녀는 꼭 한국에서만 특수교사 공무원이 될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되면 해외에 나와서도 선배들따라서 특수교육을 하고 싶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벽화를 그리면서도 그녀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지금 이런 데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 다시 벽화를 그려보겠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몰두한다.
‘행복’의 참된 의미도 알게 되어 그게 제일 기뻐
동경린(16)양은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고등학교 1학년이다. 1365봉사활동사이트에서 찾다가 참가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에 가족여행 갈 예정이었는데 스케쥴이 안맞아서 오히려 오기가 쉬웠다. 본관이 광천인 그녀는 외교관, 천문학자가 꿈이다. 원래 교육봉사였는데 벽화팀 일손이 모자라 돕고 있는 그녀는 먼지도 많고 해서 힘들긴 한데 못해본 거라서 색달르고 즐겁다고 한다. 내년에는 천문올림피아드에 참가할 계획이어서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참가하고 싶다고 한다.
“좀 더 성숙해지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여기서 애들과 있다가보니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아요. 선진국만 여행다니다가 여기 오니 ‘행복’의 참된 의미도 알게 되어 그게 제일 기뻐요”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하얀코끼리의 미얀마 봉사활동을 함께 했다. 그들 모두 기쁜 표정으로 이마에 맺힌 땀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행복과 만족 그리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가 소통하지 않으려했던 우리의 청년과 청소년들은 우리 보다 더 순수하고 발랄하게 여기 미얀마 바고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다시 오고 싶어하는 ‘하얀코끼리’의 해외봉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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