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와 더불어 한가한 토요일을 맞았다. 살다보니 이런저런 일로 주말도 얽매이는데 오늘은 한유하기만 하다.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아내에게 봄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고 제안을 하니 아내도 대찬성이다.
몇 년 전에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감상한 기억이 나서 그리로 목표를 정하고 집을 나섰다. 목표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이다. 길을 나서니 날씨가 꾸물거려서 염려를 했는데 차츰 날씨가 좋아졌다. 대청호반을 달려서 문의면 문의문화재단지에 도착하였다. 오랜 전 기초 조성단계에 들려본 곳인데 완성이 되었다.
아내가 힘들어서 올라가기 싫다고 차에서 있겠다고 하여 혼자서 문화재단지로 들어갔다. 문의문화재단지는 1997년 청원군이 사라져가는 고유의 전통문화를 재현하여 선조들의 얼을 기리고 배우기 위해 조성한 역사교육장이라고 한다.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49호인 문산관과 양반가옥, 민속자료전시관을 비롯하여 10동의 고건물이 있고, 장승, 연자방아, 성황당 등 옛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수집되어 있었다.
1998년 11월에 개관한 기와박물관이 있는데, 백제시대부터 근대까지의 기와를 전시해 놓았다. 권태성이 기증한 와당 및 기와 등 774점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불상과 석조유물 20여 점 등 총 200여 점을 고증을 거쳐 전시하고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로사가 바로 성 밑에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자는 아내에게 문의면 내를 돌아보자고 하고 차로 돌아보는데 해물칼국수 간판을 본 아내가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차를 돌려서 식당 쪽으로 오면서 골목 안에 유적지 같은 건물이 보여서 궁금했다.
2004년에 MBC "청풍명월 프로그램"에 방송되었다는 "윤가네 표고해물 칼국수"에 들어가서 칼국수를 시켰다. 식당주인에게 궁금증을 풀려고 사적지에 대하여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칼국수를 맛있게 보기 좋게 조리하여 주어서 아내와 둘이서 포식을 하였다.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유적지를 찾아가보니 문의향교였다. 충청북도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에 있는 문의향교는 1981년 12월 26일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94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관학기관으로 본래 문의현 서쪽인 지금의 양성산 아래에 있던 것을 1609년 남쪽인 기산리로 옮겼고, 1683년에 지금의 위치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문의군이 청주군에 병합되자 폐교되었다가 1915년 재건되었으며, 1945년 이후에는 유도회(儒道會)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성전과 명륜당을 동일한 축에 둔 전형적인 후묘전당(後廟前堂)으로 동·서재와 동·서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하여 4성 7철 78현을 배향하고 있으며, 해마다 봄가을 지방유림에 의해 석전제를 지낸다.
지금의 건물은 1980년에 중건하고 1988년에 보수한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목조기와집인 대성전과 그 앞에 정면 4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의 목조기와집인 명륜당을 두고, 앞쪽에는 솟을대문을 세우고 담장을 둘렀으며 입구에는 홍살문을 세웠다.
문의문화재단지만 보고 돌아오려다가 마음을 바꿔 점심도 먹고 문화재도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주 다행스러웠다. 다시 식당에 들려서 주인에게 문의향교이니 기억해 두라고 일러주었다.
돌아서서 대전 쪽으로 오는데 길목에 성불사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유명한 가곡이 생각이 나서 잠시 들려보았다. 대웅전과 산신각만이 덩그러니 서 있는 작은 사찰이었다. 대웅전을 제법 크게 조성하였는데 아직 단청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절에서는 고추장을 담느라고 분주하였다.
짧은 나들이였지만 봄기운을 느껴지는 산과 강과 대지를 달리고 걷고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고 또 문화재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횡재를 한 것 같은 넉넉하고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문의문화재단지 조각공원에 전시된 조각품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