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3주일 (5월 8일)
1독서 사도 2:14상,36-41, 시편 116:1-4, 12-19, 2독서 1베드1:17-23
<복음> 루가 24:13-35
바로 그 날 거기 모였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한 삼십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엠마오라는 동네로 걸어가면서 이 즈음에 일어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란히 걸어가셨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려져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중략…
그 때에 예수께서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가 어려우냐?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시며 모세의 율법서와 모든 예언서를 비롯하여 성서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기사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그들이 찾아가던 동네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 예수께서 더 멀리 가시려는 듯이 보이자 그들은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하고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하고 서로 말하였다.
그들은 곧 그 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가보았더니 거기에 열한 제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주께서 확실히 다시 살아나셔서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도 길에서 당한 일과 빵을 떼어주실 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예수시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님과 걷는 희망의 길
(루가 24:13-35)
장동윤 부제 (미카엘, 정읍 교회)
저의 부모님 고향은 아직도 하루에 버스가 4대밖에 들어오지 않는 시골입니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를 뵈러 시골에 가면 동네에 공판장이 없어서 이웃동네 공판장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안먹고 말겠지만 어릴적에는 꼭 먹어야 하는 것이기에 십리가 조금 안되는 거리를 형들과 걸어서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걸어서 왕복을 한다면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지만 당시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집에서 출발하면 꽤 오랜 시간을 걸렸습니다.
공판장까지 가는 곳에는 다양한 놀이터와 배움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랑이 있었고, 냇가가 있었고, 메뚜기, 여치, 갖가지 들풀이 있는 곳들이 놀이터고 배움터였습니다.
설렘, 기쁨, 즐거움, 아쉬움의 길을 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무덤에 안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 중에 두 사람이 엠마오로 걸어가면서 주님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부활하신 주님이 그들과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무덤에 계시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들에게 주님은 어리석음을 한탄하시고, 믿음이 약함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두 사람은 예수가 그리스도이시고, 메시야이며, 구원자임에 희망을 걸었지만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다시 무덤에 갔을 때 주님이 사라졌다고, 벌써 사흘이나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이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천사에게 들었음에도 침통한 모습으로 체념한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희망이 사라졌다는 절망만 있습니다.
이러한 자들에게 주님은 함께 하시며 성서에 나오는 주님에 대한 예언에 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묵으시면서 성찬례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빵과 포도주를 먹은 두 사람은 그제서야 눈이 떠지고 자신들이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있었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말씀하신, 성서에 나오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신들에게 뜨거운 감동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주님에 대하여 희망을 가진 자들과 절망을 가진 자들의 모습의 차이가 어떠한지를 느끼게 됩니다.
엠마오로 향하던 두 사람이 자신들이 알고 있고, 경험한 일들을 침통한 모습으로 절망을 느끼는 순간부터 그들의 눈은 이미 가려져서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행하셨던 주님께 말씀을 듣고, 주님과의 성찬례를 통하여 한 빵과 포도주를 먹은 두 사람은 부활하신 주님이 동행하고 계심을 경험하는 뜨거운 감동을 느끼며 다시금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자녀들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도 주님이 동행하신다는 믿음을 통하여 희망의 삶으로 변화됩니다.
그리고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우리의 가려졌던 눈을 뜨게 만듭니다.
가려졌던 시야가 눈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주님이 하시는 말씀이고,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는 즐거움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공동체를 통하여 이러한 믿음과 말씀, 주님과 한 식탁에서 먹고 마시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 그 기쁨이 여러분의 신앙생활 속에서 늘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어릴 적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하여 걷던 길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희망과 기쁨도 있었지만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가 있었기에 먼 길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엠마오로 걸어가는 걸음걸이에 부활하신 주님이 동행하신다는 믿음과 주님에 대한 풍성한 말씀, 가르침, 양식의 나눔이 있기에 더욱 큰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걸어가시는 엠마오로 가는 여정가운데도 주님이 동행하고 계심을 느끼고 경험하며, 언제나 희망과 기쁨이 충만한 삶이되시길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