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메시지✿
담양을 다녀와서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나면 지인들과 1박 2일 정도 국내 여행을 다닌다. 올해는 학기가 끝나기 전에 1학기를 마치면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각자 생활과 직장이 다르니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올해 일찍 약속이 정한 이유는 지인 한 사람이 오랫동안 간호하던 오빠를 이별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전에 제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인의 오빠는 루게릭병으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일주 두세 번 병원에 다녀 시기를 맞추기 어려웠다.
다닌 곳을 제외하고, 여행지를 물색하다 담양을 결정하였다. 담양은 전남 광주에서 가깝다. 서울서 고속버스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서 담양까지 하루에 4번 버스가 운행된다.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 고속도는 한산했다. 중간 휴게소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심때쯤 담양에 도착하고 10분 정도 지역 버스를 타고 죽녹원에 도착했다. 점심때라 추천한 국숫집을 먼저 갔다. 여름 한낮에 걷기는 멀었다. 국숫집 위치를 물어가며 한참 땀을 빼고 도착했다. 아마 걷기에 익숙지 않고, 더운 날씨 탓에 더 멀게 느껴진 듯하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손님들이 커다란 세 개의 홀에 가득하여 자리 찾기 어려웠다. 추천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 이유는 커다란 홀이지만 사람들이 많고 시원한 이유인 것 같다. 다른 국수 가게는 거의 야외에 있는 집과 차별이 된다. 열무국수 한 그릇 먹고 다시 죽녹원에 도착했다. 2005년에 개원했으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공원이다. 대나무는 소나무의 4배나 더 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운수대통 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 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총 8가지 주제로 지명한 길이다. 숲길 사이는 정자, 작은 폭포, 벤치, 동물 인형, 당나귀의 임금님 등 사진 촬영 추천 장소와 볼거리가 많았다. 길을 걷고, 쉬고, 사진 찍고, 바람 쐬고, 음료수 마시고, 대나무와 숲을 지름하고, 걷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 웃고,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사이 무거운 마음을 저절로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대나무 숲에서 휴식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다음 장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이동했다. 그곳으로 걸어가는 관방제림길에는 담양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려 가로수길 사이 벤치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자전거 타는 사람, 꼬마 열차를 타는 사람, 판소리 공연하는 사람, 공연 관람객 등을 보았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울창한 가로수 길이다. 총 길이는 약 8.5km로 도로 사이에 양쪽 길가에 높이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조성되었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이 되었다. 사진 속에서나 본 듯한 아름드리나무가 나란히 끝없이 보이고 그 길을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걸었다. 단풍이 들고, 흰 눈이 오는 겨울도 아름다울 것이다. 싱그러운 초록 나무 터널을 한가히 여유롭게 걸었다.
저녁은 죽통밥과 떡갈비를 먹었다. 전라도식 한정식 음식이 정갈하고 간이 잘 맞아, 맛있다. 그곳 음식이 밥그릇 죽통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우리도 모두 연필통을 하겠다며 죽통을 가지고 나왔다. 담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대부분 관광객은 담양 여행을 하루 일정으로 잡는다. 아침 일찍 도착해 밤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숙박할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택시기사의 안내에 따라 담양도 젊은이들 대부분 광주로 가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딸기, 포도, 멜론,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다. 담양 죽재 공예가 명인이 만든 것이 아니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이며, 명인 후계자도 많지 않다. 한국 현실의 한 단면인 듯하다. 기사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택시에서 보이는 가로수 백일홍의 붉은 빛은 인상적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소쇄원에 갔다. 소쇄원은 조선 중기 양산보다 세속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지은 민간 벌써(농장이나 들에 한적한 곳에 지은 집) 정원이다. 소쇄란 ‘맑고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소쇄원 입구에 들어서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정취에 매료되었다. 양쪽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오르막길을 걸으면 정자(대봉대)가 나온다. 정자 앞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널 수 있는 돌다리가 있다. 정자에 앉아 바람을 맞으니 맑고 깨끗하다. 마치 속세를 잊게 하는 마법에 걸린 듯했다. 낮은 담장 위로 돌아다니는 귀여운 다람쥐 지름은 덤으로 받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여행객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리인 듯하여 제월당, 광풍각, 돌다리, 우물, 담장을 돌며 소쇄원의 아기자기한 정원을 돌아보았다. 소쇄원은 가정집이 아니므로 부엌이 없다고 하지만 제월당과 광풍각에는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다. 벼슬을 버리고 담양의 깊은 산속까지 내려와 은둔했던 사람들의 심정과 양반들이 한적하고, 경치, 공기 좋은 정자에서 학문과 문학에 몰두하는 동안 뒷바라지에 고생했을 아랫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한국가사문학관에 들러 더위도 식히고 조선 시대 가사 문학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잠시 현실을 벗어나 잊고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 말의 의미에 동감할 것이다. 전에 한비야 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 내용은 ‘살까 말까 망설여지는 것은 사지 마라! 후회한다.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 여행을 가던, 안 가던 돈은 항상 모자란다. 그러니 여행 기회를 놓치면 후회한다.’라고 제언할 수 있다. 이 말에 듣고 내심은 동감했다. 그 뒤로 여행의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 좋은 사람들과 한 박자 쉬어가는 여행이 보양식과 같다(2019년 8월 22일 이진숙 박사, 언어치료 전공 백석문화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