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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잠, 지경, 지경공부
1. 의관을 바루고 시선을 엄격히 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처하여 상제를 대하라(正其衣冠 尊其瞻視 潛心以居 對越上帝).
2. 발 모양은 반드시 무겁게 하고 손 모양은 반드시 공손히 하여야 하니 땅을 가려 밟아서 개밋둑도 꺾어 돌아가라(足容必重 手容必恭 擇地而蹈 折旋蟻封).
3. 문을 나갈 때에는 큰손님을 뵈온 듯이 하고 일을 받들 때에는 제사를 모시듯이 하여 두려워하고 삼가서 감히 혹시라도 함부로 하지 말라(出門如賓 承事如祭 戰戰兢兢 罔敢或易).
4. 입을 지키기를 병과 같이 하고 뜻을 막기를 성(城)과 같이 하여 간격이 없고 간궐이 없게 하여 감히 혹시라도 가벼이 하지 말라(守口如甁 防意如城 洞洞屬屬 罔敢或輕).
5. 동쪽으로 가다가 서쪽으로 가려하지 말고 남쪽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가려하지 말아서 일을 당하면 마음을 보존하여 딴 곳으로 가지 말라(不東以西 不南以北 當事而存 靡他其適).
6. 두 번째를 둘이라고 하지 말고 세 번째를 셋이라고 하지 말아서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만 가지 변화를 살펴보라(弗貳以二 弗參以三 惟心惟一 萬變是監).
7. 여기에 종사함을 지경(持敬)이라 하니 동하고 정함에 어기지 말고 겉과 속(마음)을 서로 바르게 하라(從事於斯 是曰持敬 動靜弗違 表裏交正).
8. 잠시라도 간단함이 있으면 사욕이 만단으로 일어나 불이 없어도 뜨거워지고 얼음이 없어도 차가워질 것이다(須臾有間 私慾萬端 不火而熱 不冰而寒).
9. 털끝만치라도 착오가 있으면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삼강이 이미 없어지고 구법(홍범구주)이 또한 무너지리라(毫釐有差 天壤易處 三綱旣淪 九法亦斁).
10. 오호라 소자들아 생각하고 지경(持敬)할지니 먹으로 경계하는 글을 맡아 쓰게 해서 감히 영대(마음)에게 고하노라(於乎小子 念哉敬哉 墨卿司戒 敢告靈臺).
- 출처 : 주자의 경재잠 ; 심경부주 제35장의 원문.
경재잠은 모두 10장인데, 장마다 4구로 되어 있다. 1장은 정(靜)할 때 어김이 없음을 말하였고, 2장은 동(動)할 때 어김이 음을 말하였고, 3장은 겉이 바름을 말하였고, 4장은 속(마음)이 바름을 말하였고, 5장은 마음이 바루어져 일에까지 도달함을 말하였고, 6장은 일에 주일(主一)함이 마음에 근본함을 말하였고, 7장은 앞의 6개 장을 총괄하였고, 8장은 마음이 무적(無適)하지 못한 병통을 말하였고, 9장은 일이 주일하지 못하는 병통을 말하였고, 10장은 한 편을 총괄하여 끝맺었으니, 지경공부(持敬工夫)를 말한 것이 두루 하면서도 다하였다.
- 출처 : 임천오씨의 말씀 ; 심경부주 제35장의 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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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방심재명, 방미근독, 다식전언왕행, 묵회제심 이립기본
1. 천지가 변화함에 이 마음이 매우 인(仁)하다(天地變化 其心孔仁).
2. 인을 이룸이 자신에게 있으니 마음은 몸을 주재한다(成之在我 則主于身).
3. 그 주재함은 또한 무엇인가? 신명하여 측량할 수가 없다(其主伊何? 神明不測).
4. 만 가지 변화를 발휘하여 이 인극(人極, 사람의 표준)을 세운다(發揮萬變 立此人極).
5. 잠시라도 잃으면 천 리로 달아난다(晷刻放之 千里其奔).
6. 성(誠)이 아니면 어찌 있으며 경(敬)이 아니면 어찌 보존하겠는가(非誠曷有 非敬曷存)?
7. 무엇이 잃는 것이고 무엇이 찾는 것이며 무엇이 없는 것이고 무엇이 있는 것인가(孰放孰求 孰亡孰有)?
8. 굴신함이 팔뚝에 있고 번복함이 손에 있는 것과 같다(詘伸在臂 反覆惟手).
9. 은미함을 막고 홀로 있을 때 삼감이 이런 지킴의 떳떳한 법이다(防微謹獨 茲守之常).
10. 간절히 묻고 가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도울지어다(切問近思 曰惟以相).
- 출처 : 주자의 구방심재명 ; 심경부주 제36장의 원문.
선현의 훌륭한 말씀과 행실을 많이 아는 것(多識前言往行)은 진실로 군자가 시급하게 여기는 바이니, 나도 그 동안 소견이 역시 이와 같았는데, 근래에 돌이켜 찾아 안온한 곳을 얻지 못함으로 인하여, 비로소 이것이 지리멸렬함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이른바 '제공(諸公)으로 하여금 정씨(程氏)를 찾고 정씨로 인하여 성인을 찾는다'는 것은, 이 몇 겹이나 막혀 있는 공안(公案, 공공문서)인가! 어찌 묵묵히 마음속에 이해하여 근본을 세워서(默會諸心 以立其本) 말의 득실이 자연 나의 거울을 도피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 하겠는가?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6장의 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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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궐심, 존덕성이도문학, 양변주공부 도불편, 이자병행
위대하신 상제(上帝)께서 이 하민(下民)을 내리시니, 무엇을 주셨는가? 의(義)와 인(仁)이다. 의와 인은 상제의 법칙이니, 이것을 공경하고 이것을 받들더라도 오히려 잘하지 못할까 두려운데, 어찌 어둡고 또 미친 짓을 하여 구차하게 천하고 더럽고 낮게 하는가! (...) 나는 이를 거울로 삼아서 이 마음을 공경하고 조심하여(祗栗厥心) 그윽한 방에서도 상제가 환하게 임한 듯이 하노라. 잠시 찰라와 엎어지고 넘어지는 때에도 옥을 잡은 듯이 가득 찬 물을 받들 듯이 해야 한다. 임무는 무겁고 길은 머니, 감히 혹시라도 태만히 할 수 있겠는가!
- 출처 : 주자의 존덕성재명 ; 심경부주 제37장의 원문.
존덕성하고 도문학하며(尊德性而道問學), 나를 글로써 넓히고 나를 예로써 다잡아, 양 측면에서 조화롭게 공부를 해서 한쪽으로 편벽되지 않게 하여야 한다(兩邊做工夫 都不偏).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만약 도리 상에서 봄이 정밀하지 못하거든 모름지기 존덕성 상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요, 만약 덕성 상에서 부족함이 있거든 모름지기 강학 상에서 힘을 써야 할 것이니, 두 가지가 병행되면(二者竝行) 거의 서로 발명되어서 광대하고 빛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세 말씀은 존덕성과 도문학을 병행해야 함을 역설한 것임(주자의 평소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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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경궁리, 함양진학, 존덕성도문학양사 용력지요
배우는 자의 공부는 오직 거경(居敬, 존덕성)과 궁리(窮理, 도문학) 두 가지 일에 달려 있으니, 이 두 가지 일은 상호 발명된다. 궁리를 하면 거경공부가 날로 더욱 진전되고, 거경을 하면 궁리공부가 날로 더욱 치밀해진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정부자(程夫子)의 '함양(涵養, 존덕성)은 반드시 경(敬)으로 하고, 진학(進學, 도문학)은 반드시 치지(致知)에 있다'는 이 두 말씀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새의 양 날개와 같아서, 그 하나를 버리고서는 갈 수 있고 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이 쇠약하고 도가 미미해져서 이단이 봉기하여 이 사이에 완전히 이단이 나왔으나, 오히려 위기지학을 잃지 않는 자가 있고 그 나머지는 모두 사사로움을 꾸미고 도리를 위반하니, 학문이라 이를 수 없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대저 자사(子思) 이래로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은 오직 존덕성과 도문학 두 가지 일로 공부하는 요점을 삼았는데(惟以尊德性導問學兩事 爲用力之要), 지금 육자정(육상산)이 말하는 것은 오로지 존덕성의 일이고, 내가 평소에 논한 것은 도문학 상에서 말한 것이 많다. 그러므로 저 육자정을 배우는 자들은 잡아 지키는 것은 볼 만한 것이 많으나 의리를 보는 것은 전혀 자세하지 못하고, 또 별도로 일종의 도리를 꿰어 맞추어 말해서 자신의 행위를 가리고 덮어 놓아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나는 스스로 생각해 보니, 비록 의리 상에 있어서는 감히 어지럽게 말하지 않으나, 자신을 위하고 남을 위하는 긴요한 공부에 있어서는 득력하지 못한 것이 많다. 지금 마땅히 자신에게 돌이켜 공부하여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모은다면 거의 한 쪽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세 말씀도 존덕성과 도문학을 병행해야 함을 역설한 것임(주자의 평소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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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지방 재호격물, 불무점필, 부전구이
옛사람의 학문은 치지(致知, 도문학)를 우선으로 하였으니, 치지하는 방법은 격물에 달려 있다(致知之方 在乎格物). 격물이란 하남부자(정자)의 이른바 '혹 책을 읽어 의리를 강구하여 밝히고, 위로 고인을 논하여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혹 사물을 응접하여 마땅한지 마땅하지 않은지를 처리한다'는 것이 모두 격물의 일이다.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지식이 지극해지면 행함에 힘쓰지 않음이 없어서 일을 만남에 성립하지 못함을 걱정할 것이 없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이 '학문은 책에 있지 않다'고 말하여 책 보는 것을 힘쓰지 않고(不務佔畢), 입으로 외며 귀로 듣는 것을 전일하게 하지 않으면(不專口耳), 결국에는 장황하게 말만 하여 전혀 수습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지 한바탕 크게 공허할 뿐이니, 참으로 미워할 만하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두 말씀은 도문학을 강조한 말씀임(주자의 중년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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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지위경 무적지위일, 부존덕성 해태이만, 부어자가심지상주공부
이천(伊川)은 다만 '하나로 전일함을 경이라 이르고 딴 데로 감이 없는 것을 일이라 이른다(一箇主一之謂敬 無適之謂一)'고 말씀하셨으니, 다만 이와 같이 할 뿐이요 별도로 다시 딴 일이 없다. 나는 그 동안 스스로 말할 적에 존덕성 한 쪽을 가볍게 여겼는데, 이제 옳지 못함을 깨달았으니, 상면의 일절(一截, 존덕성)이 바로 하나의 질그릇과 같은 본질이다. 이 본질이 있어야 학문의 공부가 비로소 둘 곳이 있게 된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덕성을 높이지 않으면 마음이 해이해지고 태만해지니(不尊德性 則懈怠弛慢矣), 학문이 어디로부터 진전되겠는가!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지금 비록 공(公)에게 다 말해 주고 공이 다 깨닫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심지 상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不於自家心地上做工夫) 또한 일을 이루지 못한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세 말씀은 존덕성을 강조한 말씀인(주자의 말년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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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득합당행 가차성현언어 작인로일반, 독서 수당함양
이 원두(源頭, 근원이 되는 원칙)를 보아야 비로소 강학할 수가 있으니, 마치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알고 다만 성현의 언어를 빌어서 (恰如人 知得合當行 只假借聖賢言語 作引路一般) 길잡이로 삼는 것과 같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결국에는 왕왕 또 다만 책자 상의 언어만을 지키고 있으니, 도리어 봄이 자신에게 절실하지 않다. 반드시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보아서 완미하여 마음속에 넣어서 힘써 행하여야 비로소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須是將切己看 玩味入心 力去行之 方有所益).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책은 이 마음을 붙여 모이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먼저 자기 몸에서 찾은 뒤에 책에서 찾아야 하니(故必先求之於身而後 求之於書), 이렇게 하면 책을 읽음에 비로소 맛이 있을 것이다.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내가 사람들이 독서함에 거칠고 소홀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독서는 모름지기 함양하여 흉중에 얻는 바가 있게 하여야 한다(所以說讀書 須當涵養 令胸中有所得耳)'고 말한 것이다. 만약 그대의 말과 같다면 또 한 가지 생각을 갖다 붙여서 억지로 안배하고자 한 것이니, 책을 보는 것을 어찌 이와 같이 하겠는가!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네 말씀은 존덕성을 강조하는 말씀 속에 있는 독서(도문학)와 함양(존덕성)의 관계에 관한 언설임(주자의 독서와 함양의 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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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격물, 조존사려지식, 경시철상철하, 격물치지내절차진보, 함양본원, 강론경지
'함양(涵養)'에 관한 한 절로 생각건대 옛사람들은 곧바로 [소학] 가운데에서 함양을 성취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의 도는 다만 '격물(格物)'로부터 시작하였는데, 지금 사람들은 종전에 이러한 함양공부가 없으면서 다만 [대학]에 격물로써 우선을 삼은 것을 보고는 다만 '사려지식(思慮知識)'으로 구하려 하고 다시는 '조존(操存)'하는 곳에 힘을 쓰지 않으니, 설사 십분 살펴보고 헤아린다 하더라도 근거할 만한 실제가 없다. 대저 '경(敬)' 자는 상하를 통하는 것이요, '격물치지'는 그 사이에 차례로 진보하는 곳이다(大抵敬字 是徹上徹下之意, 格物致知 乃其間節次進步處).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대개 이 일은 본원을 함양함(涵養本原)을 우선으로 삼고, 경지를 강론함(講論經旨)은 다만 이것을 돕는 것일 뿐인데, 그 동안 지나치게 출입해서 주장하여 따르는 바가 없었으니, 명색이 학문을 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는 무엇이 있겠는가!
- 출처 : 주자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상기 두 말씀은 존덕성을 강조한 말씀으로, 도문학과의 관계를 각각의 관련개념들과 연관지어 말씀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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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구근독 강학궁리, 효제근신 조화성명
모름지기 [중용]의 내용과 같이 하여 계구근독(戒懼謹獨)으로 평생의 사업을 삼아서 잠시도 버리지 말 것이요, 강학궁리(講學窮理)는 분명하고 또 바른 것을 구하는 것일 뿐이니, 만약 단지 강학만 힘쓰고 신심(身心)에 유념하지 않는다면 전혀 학문을 이루지 못할까 두렵다.
- 출처 : 면재 황씨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이른 바 문(文)이라는 것은 또 예악사어서수를 말한 것이요, 언어와 문자의 지엽적인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의 배우는 자들은 마침내 혹 이와 반대로 하니, 어찌 조화성명(造化性命)의 고원(高遠)한 진리를 강론한다고 하면서 도리어 효제근신(孝弟謹信)의 절근(切近)한 진리를 잊는단 말인가.
- 출처 : 자계황씨의 말씀 ; 심경부주 제37장의 부주.
* '효제근신'은 논어 학이편 제6장의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의 전7항목 중 제1-4항목을 일컫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