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 아저씨 부부는 우리동네 토박이는 아니다. 이사온 지 15년 쯤 되었지만 다른 동네 살다 우리동네 빈 농가를 손보고 들어와 산지 7년 쯤 되는가보다. 두 분이 어쩌다 파주 교하 골짜기까지 오셨는지 알 수 없지만 밭 한뙈기 없이 토지를 빌려 열심히 일구시며 틈 나는대로 파지나 고물을 모아 생활하시는, 잠시도 쉴 틈없는 삶을 산다.
그런데 이 부부는 항상 껄 껄~웃는다. 일 하면서도 힘들지 않는지 껄 껄 껄! 겸연쩍어도 껄 껄~ 사람을 만나도 껄 껄 껄! 나는 지금까지 만난 70대 후반 노인이 이렇게 잘 웃는 건 본적이 없다. 사람을 참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들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 부부를 '극성맞은 부부'라고 부른다. 시골살이지만 내 집 한칸없는 내 땅 한뼘없는 고단한 삶을 비아냥 거리듯한다. 언제든 쉴 틈없이 열심히 일하시고 자급자족하려는 이 부부의 삶이 궁금해졌다.
티코부부의 치열한 삶은 하루가 모자란다. 농번기 때 트랙터, 경운기를 대신하는 꼬마자동차 티코는 아저씨를 도와 밭과 집을 수 십번은 드나든다.(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 자그마한 트렁크는 항상 열려있고 무언가 가득 차 있다. 어느날은 마늘 감자 배추와 같은 푸성귀가 오후엔 근처 공장을 돌며 모은 파지와 고철들... 집 근처 공터는 어느새 쌈짓돈이 될만한 재활용 자재들로 작은 동산을 이뤘다.
우연히 집뒤에 묵은 세 배미 밭을 경작하면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더울 때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내다 드리며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밭에서 일하는 기미가 보이면 뭐라도 내다 드리면 어르신들은 그저 고마운가 보다.
우리집 우렁각시 총각은 바로 티코부부일거다. 아마도...♡
올 해는 티코 부부에게 뜻하지 않는 큰 도움을 여러번 받았다. 우연히 연탄 보일러를 스스로 놓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기름잡아먹는 우리집 보일러도 연탄 보일러로 교체 가능한 지 여쭈었다. 이 부부의 집은 겨울철 실내 온도가 한 여름 같다. 무척 부러웠다. 비용도 만만치않게 드는 작업이다. 작은 보일러실도 하나 지어야하고 비 안맞게 연탄을 쌓아두려면 창고 지붕 개보수도 해야하고. 보일러 설비와 인건비...꽤 견적이 나왔다. 어느날 티코아저씨가 보일러 설비공을 데려와 견적을 뽑자신다. 헐~~~! 아직 결정도 못하고 미적 미적 대는걸 아셨을까? 눈치도 빠르시지. 보일러실 지을 자재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조립식 판넬을 모두 가져오신단다. 다른 자재비는 들일 필요없으니 인건비와 보일러값만 지불하라신다.
이런 행운이!!
지금 우리집 실내온도 보실래요? 겨울철인데 이 정도면 정말 대박이지요?ㅎㅎ 실내에서 기르는 물고기들도 이제 기를 폈습니다 우리 모두는 꿈 같은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이제야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ㅋㅋ 티코아저씨 덕분에요~♡
티코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방문하셨다. 무슨 일이시지? 얼마전 딸내미 수상소식을 알고 어떻게든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작은 정성을 보탠다며 딸아이에게 금일봉을 건네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시골동네에 이런 경사가 어디있냐며, 평생 경험하지 못할 추억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우앙~~~! 글 쓰면서 또 눈물 나려고 해요. ㅠㅠ ㅠㅠ
12월,1월 이 추운데 고생하시며 파지 팔아 한 푼 두 푼 모으신 것일텐데 딸내미도 이렇게 받아도 되냐며 정말 감사해 했어요. 이 일을 어쩌지요?
다미는 부부가 돌아가고 난 뒤 어쩔바를 몰라합니다. 어렵게 모은 금일봉을 받았다며, 반드시 꼭 읽고싶은 책 사는데 사용하겠다며, 금일봉의 의미를 귀하게 여기는것 같아 정말 정말 감사했어요♡
금일봉 백만불은 저희들에게 정말 잊지못할 새뱃돈이 될 것 같습니다. 창고에 가득 쌓인 연탄만큼이나 따뜻하고 듬직합니다. 올 설날엔 예쁜 한복입고 티코아저씨께 새배 다녀와야겠어요. 백만불...정말 엄청난 거액입니다!!♡
이제 곧 설 명절입니다. 떡국 딱 한 그릇씩만 드시구요ㅋㅋ 귀성길 안전운행하시구요! 훈훈하고 따뜻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월요일, 훈훈한 글을 읽게 되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르신들의 삶을 대하는 모습이 경이롭고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소식도 공들여 올려주시니 그 모습들이 옆에서 뵌듯하고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명절 전 고향을 느끼는 마음들이 더 푸근하고 훈훈해질 것 같구요...^^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어제는 티코 아주머니께서 손수 농사지은 팥을 가지고 오셨어요. 팥죽을 쑤어 두 어번 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구요... 정이란 마음이 오고 가는건가 봅니다. 무엇이든 나누고 싶은 마음이요...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 주시는 두 분의 마음 잊지 않아야지요.^^
첫댓글 월요일, 훈훈한 글을 읽게 되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르신들의 삶을 대하는 모습이 경이롭고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소식도 공들여 올려주시니 그 모습들이 옆에서 뵌듯하고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명절 전 고향을 느끼는 마음들이 더 푸근하고 훈훈해질 것 같구요...^^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어제는 티코 아주머니께서 손수 농사지은 팥을 가지고 오셨어요. 팥죽을 쑤어 두 어번 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구요... 정이란 마음이 오고 가는건가 봅니다. 무엇이든 나누고 싶은 마음이요...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 주시는 두 분의 마음 잊지 않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