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들어오다.

기다렸던 사람이 찾아왔다. 이름하여 폐계장사. 뭐하는 사람이냐, 케이지 속에 넣고 밤낮 먹이며 계란을 낳게 하던 닭들을 폐기처분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트럭에 닭장을 싣고 닭을 가득 넣은 다음 뜨거운 물 끓이는 솥과 닭털 뽑는 기계를 싣고 다닌다. 우리는 이 사람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유인 즉, 병아리를 키우려고 동네에 있는 양계장을 찾아 갔더니 우리가 상상하고 있던 노랑병아리가 없는 것이다. 왜냐, 그런 병아리는 너무 어려서 우리가 사가면 죽는다는 것이다. 중닭 정도 된 것을 파는 데 가격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고 노랑병아리의 환상에서 깨지 못한 상태라 그런 것은 사기 싫었다. 그 다음에 토종닭 키우는 집을 찾아갔더니 토종닭은 잘 안크는 놈이라 가격이 세배 정도 비쌌다. 손을 못대고 돌아오는데 동네 사람이 가르쳐 주었다. 조금 있으면 폐계장사가 돌아다니니까 그때 그 닭을 사서 두달쯤 키우면 고기가 너무 질기지도 않고 맛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거의 매일 알도 낳아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닭먹고 알먹고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나가는 닭장사를 소리쳐불렀다. 너무 반가워하며 부르는 바람에 아저씨가 인심을 팍팍 썼다. 닭을 아홉마리나 주셨기에 차나 한잔 하고 구경도 좀 하고 가시라고 했더니 다음에 들린다고 그냥 가셨다. 문제는.. 병아리 사러 가기 전에 지어놓은 닭장에 닭을 넣고 나서였다. 임신한 우리 청이를 백강이 괜히 끌러서 닭에 대한 개의 반응을 보고자 한 것이다. 아무래도 닭과 개는 왠수지간이 틀림없다. 닭 아홉마리 중에 털도 디립다 빠지고 체구도 조그만 놈이 있었는데 쌈꾼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이놈저놈 건드리며 폴짝폴짝 뛰며 싸움을 걸기도 하고 물그릇을 뒤집어 엎기도 하며 꼬장을 부렸다. 청이 목줄을 잡고 닭장 쪽으로 가자 다른 닭들은 한쪽으로 피하며 개에 대한 예의(?)를 지켰는데 아, 이녀석은 쪼으려고 청이에게 덤빈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물철사로 된 닭장을 덥석 물어서 그 녀석을 꺼낸 청이는 털도 안뽑고 그녀석을 먹어치우려고 했다. 우리가 마구 두드려패서 닭을 건졌을때는 날개 하나가 부러져있었다.(그래도 녀석은 태연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닭장에 다시 넣어놓기는 했는데 아직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가봐서 모르겠다. 녀석이 죽는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집에 닭잡을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말이지. 더구나 폐계인 그넘은 엄청 찔긴 놈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