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메이커즈
부산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64번길 120 051-512-9906
첫 번째 목적지는 부산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샵메이커즈’다. 지하철 장전역에서 부산대학교 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다세대주택 사이를 10분 쯤 걸어가다 보면 길모퉁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바로 그곳이다. 아니, 여기가 아닌가? 통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안쪽은 예쁜 소품 가게 같기도 하다가, 편안한 카페 같기도 하다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제야 책방 같기도 하다. 슬금슬금 훔쳐보다가 쭈뼛쭈뼛 문을 열고 한 발 들어서서 찬찬히 살펴보니 책방이 맞다. 나무 테이블 위에, 선반 위에, 장식장 위에 빼곡히 들어찬 것은 다 책이다.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살펴보니 책 제목들도 재미있다‘. 연필깎기의 정석‘’에센스 부정선거 도감‘’꿈꾸는 아이들-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15가지 창의적인 방법들’등등.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이 세상에 나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여태 몰랐을까. 세상 모든 책이 있을 법한 대형 서점을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어떻게 이런 책들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답은 책방 안에 있었다. 샵메이커즈는 독립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가 출판하는 책을 주로 판매하는 책방이다. 대형 출판사, 대형서점들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은‘ 작은 출판물’을 찾아내 책방을 채우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 대형 서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책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책 하나하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작은, 대형 서점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책들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큰, 이곳 작은 책방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던 게다.
처음 접해본 독립출판물은 재기발랄했다. 글을 쓰고 편집하고 표지를 만들고 제본을 하는,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한두 사람이 다 해야 하는 만큼 책 만드는 이의 마음과 표정이 책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신선한 아이디어, 재미있는 시선, 날카로운 인식.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들이 있구나 하고 저절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생각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한동안 책장 앞을 떠나지 못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책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모양의 연필도 있고, 재미있는 그림이 프린트된 엽서도 있고, 한동한 유행했던 에코백도 다양하게 걸려 있었다.
가구도 판매하고, 책방 한쪽에선 차도 팔았다. 샵메이커즈는 말하자면‘ 편집샵’이었다. 책말고도 다양한 것들을 함께 전시하고 판매하는. 주인장의 귀띔에 따르면‘ 책만 팔아서는 책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책방을 계속하기 위해선 책 말고 다른 것을 팔아야 하다니, 우울한 현실이었다. 그래도 이 먼 곳, 좁은 골목길 안 작은 책방이 5년 넘게 문을 열고 있는 것은 책방에 와서 책을 찾고, 보고, 사는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였?. 많지는 않지만 있다고. 단골손님도 있다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쌓이자 단골손님들은 책방에 와서 주인장과 세상에 대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들의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고 또 주인장의 얘기를 들어줬다. 그렇게 책방에 자신이 진 삶의 무게를 아주 조금 내려놓고, 내려놓은 만큼 가벼워진 마음을 책으로 채워나갔다‘.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이라는 것은 이렇게 사람 냄새 폴폴 나는 곳이었다. 소중한 곳을 발견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책 한 권을 샀다. 내 작은 마음이, 이 좋은 곳이 오?오래 유지되는 데 티끌만큼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답은 책방 안에 있었다. 샵메이커즈는 독립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가 출판하는 책을 주로 판매하는 책방이다. 대형 출판사, 대형서점들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은‘ 작은 출판물’을 찾아내 책방을 채우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 대형 서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책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책 하나하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작은, 대형 서점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책들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큰, 이곳 작은 책방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던 게다.
처음 접해본 독립출판물은 재기발랄했다. 글을 쓰고 편집하고 표지를 만들고 제본을 하는,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한두 사람이 다 해야 하는 만큼 책 만드는 이의 마음과 표정이 책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신선한 아이디어, 재미있는 시선, 날카로운 인식.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들이 있구나 하고 저절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생각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한동안 책장 앞을 떠나지 못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책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모양의 연필도 있고, 재미있는 그림이 프린트된 엽서도 있고, 한동한 유행했던 에코백도 다양하게 걸려 있었다.
가구도 판매하고, 책방 한쪽에선 차도 팔았다. 샵메이커즈는 말하자면‘ 편집샵’이었다. 책말고도 다양한 것들을 함께 전시하고 판매하는. 주인장의 귀띔에 따르면‘ 책만 팔아서는 책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책방을 계속하기 위해선 책 말고 다른 것을 팔아야 하다니, 우울한 현실이었다. 그래도 이 먼 곳, 좁은 골목길 안 작은 책방이 5년 넘게 문을 열고 있는 것은 책방에 와서 책을 찾고, 보고, 사는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였?. 많지는 않지만 있다고. 단골손님도 있다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쌓이자 단골손님들은 책방에 와서 주인장과 세상에 대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들의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고 또 주인장의 얘기를 들어줬다. 그렇게 책방에 자신이 진 삶의 무게를 아주 조금 내려놓고, 내려놓은 만큼 가벼워진 마음을 책으로 채워나갔다‘.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이라는 것은 이렇게 사람 냄새 폴폴 나는 곳이었다. 소중한 곳을 발견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책 한 권을 샀다. 내 작은 마음이, 이 좋은 곳이 오?오래 유지되는 데 티끌만큼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디고서원
부산 부산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8 051-628-2897
골목 안쪽, 학원들이 즐비한 길 한가운데 인디고서원이 있었다. 인디고서원은‘ 작은 책방’은 아니다. 4층건물 중 1층에 어린이 책방과 2층에 인문학 서점이 있는‘ 큰 책방’이다. 하지만 부산에 와서 인디고서원을 안 갈 수는 없는 노릇. 작은 책방이라는 씨앗을 품어 키워낸 곳이기 때문이다.
인디고서원은 인문학 전문 서점이다. 10년 전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책을 읽게 하려고 만들었는데 ‘책방 노릇’에 만족하지 않고 독서 토론, 인문학 강좌, 출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청소년 교육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다. 계단 옆 벽을 가득 채운 것도, 계단을 다 올라섰을 때 마주친 것도, 테이블 위를 채운 것도 온통 책이다. 벽돌을 쌓아 올린 벽과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느낌은 이국적이기까지 했다.책과 책 사이에 난 길은 좁기 그지없어서, 책을 따라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몸을 모로 돌려 비켜줘야 할 지?이다. 첫 느낌은 ‘멋지다’였다.
한 발 더 들어가 서가 가까이에 눈을 가져가자 이번엔 놀라웠다. 인디고서원은 말만 인문학서점이 아니었다. 진짜 인문학서점이었다. 그 많은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은 모두 인문학 책이었다. 역사, 철학, 교육 등 분야별로 잘 분류되어 있는 서가에는 서점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장 많이 진열되어 있곤 하는 방법서나 처세술을 다룬 책은 없었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학원이 보이는 학원가 한가운데 있는 책방인데도 참고서 하나 없었다‘. 진짜’를 찾았구나 싶은 순간 뭔지 모? 뭉클함이 뱃속에서 올라왔다.
인디고서원은 인문학 전문 서점이다. 10년 전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책을 읽게 하려고 만들었는데 ‘책방 노릇’에 만족하지 않고 독서 토론, 인문학 강좌, 출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청소년 교육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다. 계단 옆 벽을 가득 채운 것도, 계단을 다 올라섰을 때 마주친 것도, 테이블 위를 채운 것도 온통 책이다. 벽돌을 쌓아 올린 벽과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느낌은 이국적이기까지 했다.책과 책 사이에 난 길은 좁기 그지없어서, 책을 따라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몸을 모로 돌려 비켜줘야 할 지?이다. 첫 느낌은 ‘멋지다’였다.
한 발 더 들어가 서가 가까이에 눈을 가져가자 이번엔 놀라웠다. 인디고서원은 말만 인문학서점이 아니었다. 진짜 인문학서점이었다. 그 많은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은 모두 인문학 책이었다. 역사, 철학, 교육 등 분야별로 잘 분류되어 있는 서가에는 서점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장 많이 진열되어 있곤 하는 방법서나 처세술을 다룬 책은 없었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학원이 보이는 학원가 한가운데 있는 책방인데도 참고서 하나 없었다‘. 진짜’를 찾았구나 싶은 순간 뭔지 모? 뭉클함이 뱃속에서 올라왔다.
달팽이북스앤티
포항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070-7532-3316
내친김에 좀 더 가보기로 했다. 부산엔‘ 프롬’이라는 또 다른 작은 책방이 있지만 이날이 쉬는 날이었다. 닫힌 유리문에 코를 박고 안쪽을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의 유일한 독립책방이라는‘ 달팽이북스앤티’를 찾아나섰다.달팽이북스앤티는 사실 이름에 끌려 가보기로 한 책방이다. 느림의 대명사 달 팽이를 이름으로 쓰다니, 지방에서 종이책을 파는 작은 책?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책방은 효자역 앞에 있는 효자시장 한쪽 끝자락에 있었다. 효자역은 KTX 개통으로 포항역이 역사를 옮겨가면서 폐쇄된 역이다.
역이 폐쇄되면서 시장도 활기를 잃었고 사람이 떠난 골목은‘ 짜장면집’과 허름한 술집이 채웠다. 이‘ 후미진’ 골목 한쪽에 생뚱맞게 책방이 있었다.
골목을 헤매다‘ 그새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쯤에야 책방을 발견한 것은 그래서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책방엔 책이 있고, 차가 있고, 쉴 곳이 있었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책장을 채우고 있는 책들은 독립출판물과 수제책, 그리고 일반 단행본 소설 등이다. 책방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널찍한 공간에는 주로 단행본들이 꽂혀 있다.
소규모 출판사들이 출간한 단행본들도 있지만 일반 단행본들도 함께 놓여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주인장이 꼭 독립출판물만 고집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벽으로 구분된 책방 뒤쪽 공간에는 독립출판물과 엽서 등 소품들이 놓여 있다. 수제책도 제법 눈에 띄었는데, 주인?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다 들여놓을 만큼 사심이 가득한 책방이다. 특히 수제책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일일이 페이지를 접어서 끈으로 엮어서 제본한 책, 책 전체를 인쇄하는 대신 인화한 사진을 붙여서 만든 책, 접지 부분에 구멍 두 개 달랑 뚫어서 끈으로 묶어서 완성한 책.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나 생각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책을 만드는 형식까지도 새로웠다.
이곳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제책과 단행본 소설이 제짝인 듯 잘 어우러졌다. 비워진 듯 널찍한 공간에 놓인 의자와 탁자에서는 여유로움도 살껴졌다. 이곳에 들어서면 호흡조차도 느리게 편안해질 것 같았다. 책방 이름 달팽이처럼. 어느 날인가부터 매일 책방을 찾아오기 시작한, 그래서‘ 병풍(잦은 방문으로 책방의 장식이나 배경으로 여겨지는 단골손님, 달팽이 책방 주인장 주)’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십 대 소녀가 친구에게 한 말처럼“. 야, 여기 완전 좋아. 진짜 짱 편해! ” 곁에 둔 책, 방- 대구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50길 83 010-4905-4931 찾아간 책방 수가 늘어날수록 궁금함이 더 깊어졌다. 다른 곳에는 또 어떤 작은 책방이 있을까? 그곳에선 또 어떤 책?이, 어떤 주인장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발길은 어느새 대구로 향하고 있었다.
역이 폐쇄되면서 시장도 활기를 잃었고 사람이 떠난 골목은‘ 짜장면집’과 허름한 술집이 채웠다. 이‘ 후미진’ 골목 한쪽에 생뚱맞게 책방이 있었다.
골목을 헤매다‘ 그새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쯤에야 책방을 발견한 것은 그래서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책방엔 책이 있고, 차가 있고, 쉴 곳이 있었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책장을 채우고 있는 책들은 독립출판물과 수제책, 그리고 일반 단행본 소설 등이다. 책방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널찍한 공간에는 주로 단행본들이 꽂혀 있다.
소규모 출판사들이 출간한 단행본들도 있지만 일반 단행본들도 함께 놓여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주인장이 꼭 독립출판물만 고집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벽으로 구분된 책방 뒤쪽 공간에는 독립출판물과 엽서 등 소품들이 놓여 있다. 수제책도 제법 눈에 띄었는데, 주인?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다 들여놓을 만큼 사심이 가득한 책방이다. 특히 수제책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일일이 페이지를 접어서 끈으로 엮어서 제본한 책, 책 전체를 인쇄하는 대신 인화한 사진을 붙여서 만든 책, 접지 부분에 구멍 두 개 달랑 뚫어서 끈으로 묶어서 완성한 책.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나 생각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책을 만드는 형식까지도 새로웠다.
이곳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제책과 단행본 소설이 제짝인 듯 잘 어우러졌다. 비워진 듯 널찍한 공간에 놓인 의자와 탁자에서는 여유로움도 살껴졌다. 이곳에 들어서면 호흡조차도 느리게 편안해질 것 같았다. 책방 이름 달팽이처럼. 어느 날인가부터 매일 책방을 찾아오기 시작한, 그래서‘ 병풍(잦은 방문으로 책방의 장식이나 배경으로 여겨지는 단골손님, 달팽이 책방 주인장 주)’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십 대 소녀가 친구에게 한 말처럼“. 야, 여기 완전 좋아. 진짜 짱 편해! ” 곁에 둔 책, 방- 대구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50길 83 010-4905-4931 찾아간 책방 수가 늘어날수록 궁금함이 더 깊어졌다. 다른 곳에는 또 어떤 작은 책방이 있을까? 그곳에선 또 어떤 책?이, 어떤 주인장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발길은 어느새 대구로 향하고 있었다.
‘ 곁에 둔 책, 방’
책방은 대구 시내에서 가장 한가한 동네라는 삼덕동에 있었다.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서 걷지 않으면 거기 책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쳐버릴 것 같은, 정말 작은 책방이었다. 문 앞에 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재중 푯말. 전화를 하면 바로 달려올 테니 전화를 하란다. 근처에 있는 디자인 작업장에서 오는 길이라며 주인장은 10분 만에 나타났다.
주인을 기다리는 10분 동안 유리문을 통해 들여다보니 책방은 책방같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독립출판물 몇 권, 작은 책장에 꽃힌 이미지 관련 책 몇 권, 바닥에 놓인 종이 상자에 쌓여 있는 헌책들. 책은 그게 전부였다. 남은 공간은 책 말고 다른 것들이 채우고 있었다. 망치도 보이고, 끌도 보이고, 성냥도 보이고. 지금까지 다녀 온 작은 책방과는 사뭇 달랐다.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공간에 당황해하며 창문에 코를 박고 있는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돌아보니 할아버지 두 분이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췌 뭐하는 곳이야?” “몰라. ? 망치 갖다놓은 거 보소. 주인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 “저 성냥 좀 봐라. 저거 미제 성냥이다. 돌메이에 해도 불이 붙는기다.” 이 책방이 당혹스러운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나보다. 주인장은 헌책과 도구들을 파는 공간으로 이 책방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란다. 책을, 그것도 헌책을 좋아하니 헌책을 가져다뒀고, 나무 디자인 하는 일을 하니 익숙한 도구들을 가져다둔 것이다. 아직은 정리가 덜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다양한 헌책을 구비해‘ 도구 파는 헌책방’므 만들고 싶다고 했다. 책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그래서 가볍게 책 한 권 살 수 있는 그런 헌책방 말이다.
주인을 기다리는 10분 동안 유리문을 통해 들여다보니 책방은 책방같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독립출판물 몇 권, 작은 책장에 꽃힌 이미지 관련 책 몇 권, 바닥에 놓인 종이 상자에 쌓여 있는 헌책들. 책은 그게 전부였다. 남은 공간은 책 말고 다른 것들이 채우고 있었다. 망치도 보이고, 끌도 보이고, 성냥도 보이고. 지금까지 다녀 온 작은 책방과는 사뭇 달랐다.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공간에 당황해하며 창문에 코를 박고 있는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돌아보니 할아버지 두 분이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췌 뭐하는 곳이야?” “몰라. ? 망치 갖다놓은 거 보소. 주인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 “저 성냥 좀 봐라. 저거 미제 성냥이다. 돌메이에 해도 불이 붙는기다.” 이 책방이 당혹스러운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나보다. 주인장은 헌책과 도구들을 파는 공간으로 이 책방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란다. 책을, 그것도 헌책을 좋아하니 헌책을 가져다뒀고, 나무 디자인 하는 일을 하니 익숙한 도구들을 가져다둔 것이다. 아직은 정리가 덜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다양한 헌책을 구비해‘ 도구 파는 헌책방’므 만들고 싶다고 했다. 책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그래서 가볍게 책 한 권 살 수 있는 그런 헌책방 말이다.
더 폴락
대구 대구 중구 태평로 146-9 010-2977-6533
대구에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름난 작은 책방‘ 더 폴락’도 있으니 찾아가봐야 했다. 역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디자인이나 이미지를 다루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상상 속에서는 부산의‘ 샵메이커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책방이 떠올랐다. 다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 연 책방이라는데“, 좋아하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책방므 열었단다. 지하철에서 내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지하도를 지나 대구의 옛 도심이라는 중구 태평로까지 가는 동안 기대감은 점점 상승했다. 그리고 드디어 더 폴락의 심플하고 세련된 간판 앞에 선 순간, 부푼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되어버렸다.
더 폴락 창문에 선명하게 쓰여진 한 단어‘. 쉽니다.’ 벌써 두 번째다. 부산의‘ 프롬’에서, 그리고 여기‘ 더 폴락’에서. 대체 작은책방주인들은 왜 이렇게 자주 쉬는 거야! 말도 안 되는 타박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작은 책방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심 대얽 지역의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베스트셀러 대신 독립출판물을 파는, 작은 책방답다는 생각이.
더 폴락 창문에 선명하게 쓰여진 한 단어‘. 쉽니다.’ 벌써 두 번째다. 부산의‘ 프롬’에서, 그리고 여기‘ 더 폴락’에서. 대체 작은책방주인들은 왜 이렇게 자주 쉬는 거야! 말도 안 되는 타박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작은 책방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심 대얽 지역의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베스트셀러 대신 독립출판물을 파는, 작은 책방답다는 생각이.
이층책방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393길 48
책방을 돌아다니다 보니 책방 소식이 귀에 들어왔다. 서울의 어느 책방이, 작은 책방 주인들이 하나같이 좋아하던 그 책방이 세상을 못 이기고 결국 얼마 전에 폐업했다는 이야기. 그 와중에 포항 어느 골목에는 새로운 작은 책방이 태어 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중에 대구에 최근에 작은 책방 하나가 새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두 번 생 각하지 않고 찾아간 곳이‘ 이층책방’이다.
대구의 유명한 서문시장 옆 주택가 골목길 안에 자리 잡은‘ 이층책방’은 이름 그대로 이층에 있는 책방이다. 붉은색 벽 돌로 지은 다세대주택 이층, 간판 하나 붙어 있지 않아 누구도 그곳에 책방이 있을 거라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곳에 이층 책방은 있었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곳에는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콘크리트 벽돌을 노출시켜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은 반은 책방, 나머지 반은 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30대 전후의 자매 둘이서 몇 달 전에 시 작한 이 책방에는 ?양한 책들이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소설, 동생이 좋아하는 이미지 관련 책, 둘 다 좋아하는 만화 책. 얼핏 보기에 일관된 질서나 특징이 없어 보이는 책 구성 덕분에 책방은 나른하지만 또 동시에 친근하고 편안했다.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생긴 걸까? 책장에 꽂힌 만화책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반짝이며, 하지만 조심스럽게 응대해오는 자매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책방의 분위기는 주인장의 느낌과 닮아 있었다. 사람은 없고 책만 남은 대형서점과 달리 작은 책방들은 사람과 책을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작은 책방들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책방을 나서기 전 책 한 권을 사들었다. 그동안 들른 책방에서 산 책들이 이미 두 손 가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작은 책방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하나가 그곳에서 책을 사는 일뿐이었으니 말이다.
대구의 유명한 서문시장 옆 주택가 골목길 안에 자리 잡은‘ 이층책방’은 이름 그대로 이층에 있는 책방이다. 붉은색 벽 돌로 지은 다세대주택 이층, 간판 하나 붙어 있지 않아 누구도 그곳에 책방이 있을 거라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곳에 이층 책방은 있었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곳에는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콘크리트 벽돌을 노출시켜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은 반은 책방, 나머지 반은 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30대 전후의 자매 둘이서 몇 달 전에 시 작한 이 책방에는 ?양한 책들이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소설, 동생이 좋아하는 이미지 관련 책, 둘 다 좋아하는 만화 책. 얼핏 보기에 일관된 질서나 특징이 없어 보이는 책 구성 덕분에 책방은 나른하지만 또 동시에 친근하고 편안했다.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생긴 걸까? 책장에 꽂힌 만화책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반짝이며, 하지만 조심스럽게 응대해오는 자매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책방의 분위기는 주인장의 느낌과 닮아 있었다. 사람은 없고 책만 남은 대형서점과 달리 작은 책방들은 사람과 책을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작은 책방들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책방을 나서기 전 책 한 권을 사들었다. 그동안 들른 책방에서 산 책들이 이미 두 손 가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작은 책방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하나가 그곳에서 책을 사는 일뿐이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작은책방
몇 년 사이 전국에 작은 책방들이 꽤 많이 생겼다. 물론 책 팔아서 먹고살기 심히 어려운 세상이니, 생겼다가 없어진 곳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국 구석구석에 작은 책방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어떤 책방은 심각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어떤 책방은 재미가 충만한 책들을, 또 어떤 책방은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책들을 판다. 책이기만 하면 장르가 무엇이든 다 좋다는‘ 책 덕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책방도 있다. 이렇게 책방이 품고 있는 책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바로 사람을 반기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분위기다. 어떤 책방이든 일단 한 번 가면 두 번 가고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1년, 2년, 해를 더해가는 작은 책방들이 동네 사랑방이 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닌, 사람과 책이 함께 있는 공간룀로서 책방. 책이란 본래 사람의 삶을 담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작은 책방이야말로 책이 있어야 할 바로 그 공간인 게다.
여기 전국의 재미있는 작은 책방들이 있다. 없는 시간이라도 내서 한 번쯤 들러보자. 한 가지 주의할 점.
작은 책방들은 문 여는 요일도 시간도 다 제각각이니 사전에 꼭 확인하고 길을 나설 것. 다만 문 앞에만 가봐도 좋다는 사람은 예외다.
여기 전국의 재미있는 작은 책방들이 있다. 없는 시간이라도 내서 한 번쯤 들러보자. 한 가지 주의할 점.
작은 책방들은 문 여는 요일도 시간도 다 제각각이니 사전에 꼭 확인하고 길을 나설 것. 다만 문 앞에만 가봐도 좋다는 사람은 예외다.
첫댓글 책집이 아니고 집 안으로 들어간 책방! 무형유형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