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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고 일을 해도 나아지기는커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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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집 식구인 도춘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 20일부터 도춘씨 통장에 돈이 입금됩니다. 의료급여도 1종이 되어서 이제는 마음 놓고 아파도 걱정이 없습니다. 도춘씨는 십여 년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부인과 헤어지고 난 후에 충청도에서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몸도 약해졌습니다. 아픈 날이 더 많았지만 병원 한 번 가 볼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는 결국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해기씨를 따라 민들레국수집에 밥 먹으러 왔습니다. 두 사람을 위해서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방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일이 생겼습니다. 해기씨는 아주 심한 알코올중독이었습니다. 도춘씨가 막노동을 나가서 힘들게 벌어오는 돈은 해기씨와 함께 먹는 술값을 대기에도 모자랐습니다. 해기씨와 떨어뜨려놓기 위해서 도춘씨를 옥련동 민들레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는 선호씨와 어울려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봉화 산골로 가서 지내게 했습니다. 몇 달을 봉화에서 지내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봉화는 너무 외로워서 지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다시 옥련동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 일을 거들면서 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방을 하나 얻어서 이사시켰습니다. 얼마 전에 제일 부부 치과의원 원장님이 주헌씨와 영두씨 치과 치료와 틀니를 해 주신다고 했을 때 시각장애 1급인 주헌씨가 병원 다닐 때 함께 다니도록 부탁했습니다. 도춘씨가 기꺼이 주헌씨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유 실장님은 참 예쁜 분입니다 제일 부부치과의원의 유 실장님은 참 예쁜 분입니다. 마음도 착하시지만 얼굴도 참 착하십니다. 주헌씨와 영두씨 치과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곤 덤으로 도춘씨도 치과 치료가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도춘씨에게는 치과치료보다 더 급한 것이 루돌프사슴처럼 빨간 코를 치료하는 것이라 말씀드렸더니 옆의 피부과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서 진찰을 받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도춘씨는 빨간 코가 된지 삼년여만에 처음으로 병명을 알아내었습니다. “주사”라는 치료하기가 아주 어려운 병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점점 안면 전체로 퍼진다고 합니다. 치료가 아주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치료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가 많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비싼 크림을 하나 그냥 주셨습니다, 약은 일주일 치를 탔습니다. 도춘씨가 안심이 되는 모양입니다. 피부암이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부병 치료약은 간이 건강해야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 실장님의 도움으로 내과에서 간 기능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아주 간의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의사선생님의 정밀 검사를 해주셨습니다. 비싼 초음파검사도 무상으로 해주셨습니다. 도춘씨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고 합니다. 지방간에 간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술을 먹는다면 독약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기 위한 건강 진단서 받았습니다. 6개월 이상 치료해도 어렵다는 진단서입니다. 그때부터 도춘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제일 부부치과의원 원장님께서 우리 도춘씨에게 큰 선물을 해 주셨습니다. 부서진 앞 이빨을 손질해 주시고 오늘 새 이빨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도춘씨는 요즘 행복합니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피부병의 정체도 알았고, 또 치료를 하고 있고요. 그동안 아프게 했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간이 지방간에다가 비대해져서 큰 일 날 뻔했는데 이제는 아팠던 이유가 간 때문인 것을 알고 술을 아예 마시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좋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도춘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안 될 줄 알았습니다. 컵라면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입니다. 국수집 문을 닫을 무렵에 처음 온 손님이 왔습니다. 오른 손이 의수입니다. 접시에 밥을 담아드리고 원하시는 반찬도 담아드렸습니다. 계란 프라이도 두 개를 해 드렸습니다. 밥을 한 접시 다 드신 손님께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 물어보았습니다. 컵라면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드렸습니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손님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나이는 마흔 여섯이고 지난 4월부터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낮에 울목공원에서 자고 밤에는 장애2급이기에 전철을 타고 의정부를 오가면 왕복 다섯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밥을 얻어 먹었지만 오래되니까 미안해서 얻어먹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오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버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젠 춥고 배도 고프고 그래서 왔다고 합니다. 전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있다가 은행에 대츨을 받아서 작은 가게를 하면서 돈 벌 욕심에 부풀었는데 그만 쫄딱 망했다고 합니다. 빚만 삼천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손님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밤새 깊이 생각해 보신 다음에 내일 국수집으로 오신다면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옥련동 민들레 집에 방이 하나 비어있으니 그곳으로 가셔서 노숙은 면하시고 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살만하게 되면 다른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함을 물어보았습니다. 00씨라고 합니다. 오후 늦게 율목공원에서 노숙하던 00씨가 찾아왔습니다.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옥련동 선호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국수집에 와서 00씨를 옥련동 집에 모시고 가도록 했습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