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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박종분회원(우아)님께서 몽당연필에 보내주신 오사카 방문기입니다.
회원님의 양해를 얻어 글을 올립니다. 사진은 몽당연필이 회원들께 받은 것을 첨부했습니다.
참 따뜻하고 정감넘치는 글입니다. 오늘 하루 이 글을 읽으시고 많은 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합니다.
몽당연필과 함께 한 조선학교 방문기
박종분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김구 선생님 말씀이 내 속 깊이에서 다시 올라온다.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을 하기만 했었더라면.....
이루지 못한 일을 어찌하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라도 제대로 해야지.
****오사카의 조선학교 교실벽에 붙여진 아이들의 글입니다. 6.15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각성을 안겨주네요.
2박 3일 일정으로 오사카에 있는 조선학교를 방문하고 왔다. 언제나 좋은 사람만 만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 번 일정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만 만나고 와서 내 몸에 좋은 기운이 꽉 차 있다. 깊이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가능하면 가볍게 즐거운 모습만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만난 어느 누구 앞에서도 내가 운다는 것은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난 울 수도 없었다.
어느 학부모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려운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늘 이렇게 사는 것을 보고 자라서 나도 이렇게 사는 것인 줄 알았지. 이것이 힘들게 사는 것이라고는 몰랐어요. 다들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나카오사카 초급학교 어머니와 함께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내 자신도 그랬다. 내가 보는 세계가 다이니까 내가 듣고 느끼고 하는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 땐 내가 제일 어렵고 기쁠 땐 내가 제일 신나고 했다. 긴 시간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고 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많은 반성의 시간을 보내며 살았지만 이 번 여행이 나를 더 반성하게 했다.
난 조선학교에서 우리 미래를 본다. 지금 우리 안에서 일으키려고 하는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대안학교 등 일련의 일들이 조선학교 안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도우며 모든 일들을 도모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내 삶을 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우리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들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내가 어릴 때 학교에서는 운동회 날이면 고학년 언니들이 부채춤을 추었다. 부채춤을 배우고 싶어 빨리 고학년이 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집안에 경사가 있거나 심지어 학교 소풍에 따라 오실 때도 한복을 입으셨다. 졸업식 사진에도 엄마는 한복을 곱게 입고 계신다. 난 우리 엄마 나이가 되었어도 결혼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복을 입은 적이 없다. 할머니 생신 때 집 마당에서 한복을 입고 장구를 매고 장단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추던 어른들 기억도 있다. 지금 조선학교 모습이 그렇다. 신나면 우리 민요를 부르고 어깨춤을 추고 서로 음식을 나누고 보듬으며 살아간다. 늘 노래하고 춤을 추고 결혼식에선 당당하게 우리 옷을 입고 입장한다고 한다.
나도 어떤 것이 우리 전통이고 우리 것인 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내 어릴 적 눈에 익숙했던 것들이 내가 아는 우리 풍습이고 조상들이 오랜 시간 경험한 것들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은 어떤 것을 우리 전통이라고 생각할까? 내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떤 생각을 이야기 하며 살았을까? 내 아이들이 우리 것을 찾고 싶을 때 내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배우고 싶을 때 조선학교에 배우러 가야 하지 않을까? 그때 마음 따뜻하게 맞아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벅차다.
이 번 오사카 조선학교를 방문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아주 좋았다고 하면 “그래, 어떻게 좋았는데 자세하게 말해 봐.”했던 내 모습이 지나가면서 살짝 당황스럽다. 나도 아주 좋았다고 할 밖에 다른 표현이 없다.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서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나는 아이들을 보아서
주저 없이 잡아 주는 손이 따뜻해서
쳐다봐 주는 눈길이 보드라워서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학생들
시원한 물 한 잔 따라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고개 한 번 돌려 날 쳐다보며 웃어 주는, 손 한 번 흔들어 주는 모습이 예뻐서
내 한 마디에 정성으로 답해주는 목소리가 애잔해서
내가 잊고 있던 어릴 적 노래를 부르게 해 줘서
그때도 몰랐던 노래 뜻을 더 가슴 깊이 새기게 해 줘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고
아무 것도 아닌 나에게 고맙다고 고맙다고
사실 만나고 가면 끝일 지도 모르는 나에게 평생을 같이 한 친구처럼 이야기 해 줘서
도시락 같이 먹을 때 자기는 아직 우리말을 잘하지 못 한다고 미리 말 해주는 9살 친구 마음이 하늘같아서
통하지도 않는 내 말에 고개 끄덕이며 진심으로 들어줘서
상황은 무거운 먹구름이나 모습에는 맑고 밝고 높은 깃털 구름이 넘쳐나서
자신들 손으로 마음으로 채워준 복도가, 교실이, 학교가
그리고 그것들을 느낄 수 있는 내 마음이 모두가 좋았다.
고맙습니다......
두 분의 일본인들에게 서로 다른 장소에서 물었습니다.
“왜 당신들은 자기 나라 일도 아니고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는 일에 동참하고 계신가요? 조선학교 일에 마음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연히도 두 분의 대답은 같았다.
“정의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조선인과 일본인을 떠나서 내게도 좋은 일이고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2013. 7월 4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어제 남편이 끓여 놓은 미역국(오늘 내 생일)에 밥 말아 먹고 눈 비비며 일어난 아들의 배웅을 받고 공항으로 갔다. 남편도 모처럼 책임을 벗어나 가벼운 모습으로 보인다. 바라볼 때마다 늘 내 마음도 무거웠는데 오늘은 뭐랄까 그냥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이번 일본행을 생각하면서 한 순간도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뭔가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가지 않고 그 비용을 기부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 아닐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가서 보고 더 실천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가보자고 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자. 지난 번 조선학교 방문을 생각하면 그저 좋은, 행복한, 즐거운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웃음이 생각나고 내가 잊고 있었던 우리말들이 떠 다니고 나도 입어 보지 못한 검정 한복이 어색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내 눈에 보였던 것만 생각하자. 깊은 생각은 고민은 혼자 있을 때 그 사람들과 헤어진 다음에 하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했다.
공항에서 처음 가보는 라운지에서 공짜 아침도 먹고 처음 보는 연예인들과 같이 일정을 한다는 것에 조금은 기대도 하고 비행기를 탔다. 난 얼마나 생각만 하고 사는 인간인가, 비행기를 띄우려면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일어나는지 알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이 어떤 불행을 낳는지 알면서 애써 외면하며 동참한다. 누구 욕 할거 하나 없다. 내 자신이 바로 주범이다. 그리고 비행기는 정말 무섭다.
입국 수속이 늦어져 일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공항에 나오니 벌써 우리를 환영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일본에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를 위해 애쓰시는 일본 연락회 사람들이 반겨 주신다.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 갔다. 작은 식당에서 손수 준비하신 맛난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서 이렇게 훌륭한 우리 음식을 먹다니 노고에 감사드린다. 점심을 먹으며 잠시 이야기 나누는 중에 조선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여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잉?? 무슨 이런 생각이? 그래서 남학생들만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여학생들은 식당에서 밥을 안 먹는단다. 이럴 수가???? 대부분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점심을 먹는다고 식사비용도 만만치 않은 가보다.
점심을 먹고 학생, 선생님, 학부모, 연락회 사람들과 간단한 간담회를 했다. 통역을 맡은 여자 분이 예사롭지 않다. 뭐랄까 다부지고 재바르고 내 맘에 꼭 든다.(?) 이런 사람과 친하고 싶다. 의지가 부족한 내게 큰 힘을 줄 것 같은 모습이다. 간담회 내내 내 앞에 앉아 있는 조선고급학교 아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냥 뒷모습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내 마음이 뛰었다. 뿌듯하고, 벅차고, 감격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입을 열어 우리말을 해 줄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그냥 내 몸, 내 맘을 어찌할지 모르고 두근거렸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꼭 뭔가 말하고 싶은데 너무 내 자신이 작아 감히 뭐라 할 수 없는, 그래서 그냥 조신하게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 학생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고급부 2학년 남학생들. 조국으로 수학여행을 간 3학년 형님들을 대신해 참석했습니다.
손도 잡아보고 싶고 안아도 주고 싶고 뭐라도 주고 싶은데......
잠시 그들의 부모가 되어 보았다. 맘속으로. 그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스스로 자식들이 이렇게 자라 주는 것이, 자라는 것이 세상에 사는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내 부모님들도 그러했으리라, 내가 지금 내 자식을 보고 저 아이들을 보고 느끼는 이 벅참이었으리라, 남편도 옆에서 연신 ‘아이들 진짜 멋지다. 너희들 진짜 멋지다.’를 작게도 말했다가, 크게도 말했다가,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아,,, 진짜 좋다. 혼자만의 가슴앓이를 안은 채 간담회는 지나갔다.
호텔에 와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푸짐하게 음식도 먹고 서로의 소개도 하고 또 아쉬움에 뒷자리도 갖고 긴 하루를 보냈다.
일본에 유학 와 있는 정형서 선생님의 딸 은지양을 만나 더 즐거웠다. 사근사근 붙임성 있는 말소리, 행동들이 예쁘게 자랐구나, 맘이 그저 고마웠다. 오늘은 고마움이 가득한 날이다. 날 세상에 낳아주신 부모님도 고맙고 이런 모습 볼 수 있도록 해 주시는 주위 분들도 고맙고 이 세상이 다 고마운 날이다.
** 일본에는 1,000엔을 내면 2시간 동안 술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1,300엔을 내면 7시간 동안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단다.
*** 간담회에 참석한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학생들과 권해효 몽당연필 대표.
2013. 7. 5.
호텔 아침이 부실할 거라더니 예상외로 맛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나까오사카조선초급학교에 간다. 고등학교 아이들과 달리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발랄함이 있다. 지난 번 유치원 방문 때 들어서자마자 어떤 아이가 내게 “이름이 뭐야요? 나는 000라고 합니다.”하며 돌발 질문을 해서 놀란 적이 있었다.
학교 건물은 아주 컸다. 예전에 학생이 많았을 때는 교실이 모자라 운동장에 가건물을 세우고 학생들을 교육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2층만 사용 한단다. 학생 수도 30여명 이라고 하신다. 5학년은 아이들이 없다고 한다,
아,, 힘들지만 지켜달라고 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염치없지만 꼭 지켜달라고 애원하고 싶다. 학생들이 줄어들어 교원들은 개개인의 집에 방문해서 아이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 달라고 홍보를 하신다고 한다. 월급도 못 받으시면서 하시는 일들이 너무 어렵다.
**** 나카 오사카 초급학교 학생들
학교 설명을 듣는 동안 옆 교실에서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모습을 보지 않고 들을 때는 한 20명 정도 아이들이 합창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가서 보니 7명의 6학년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를 보자 큰소리로 인사하고 더 큰소리로 노래 불러 주려고 한다.
얼마나 멋진 아이들인가, 나를 표현하는 모습이 거침이 없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이곳에 살 수 있구나, 나 자신을 세우고 살 수 있구나, 이런 교육이 진짜 사람을 성장시키는 모습이구나,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교실마다 풍경이 다 좋다. 교실을 꾸며 놓은 것들에서 아이들 마음이 손길이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것이 없다. 스스로를 다짐하는 글쓰기, 서로를 도닥거리는 태도들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눈빛 학교가 즐겁다. 처음 보는 내게도 느껴진다. 내 눈에 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2학년 아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신다고 한다. 우리도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옆 남자 아이가 이야기한다. 자기랑 옆에 누구랑 누구랑 누구는 아직 우리말을 잘 못한다고 내게 미리 배려한다. 난 어제도 오늘도 아무 배려 없이 내 말만 해대지 않았던가, 아,, 진짜 부끄럽다. 도시락을 싸준 부모님들 손길이 아이들을 자라게 할 것이다.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금요일에 도시락을 쌌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려는 명목하에--, 그것도 힘들었다. 목요일 저녁이면 뭘 싸야 할까, 귀찮고 힘겨웠다. 그리고 불평했다. 금요일 도시락 안 싸면 안 될까? 그저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사는 내 삶..
작은 손으로 도시락 수건을 풀고 물통을 열어 스스로 깨끗이 먹고 자기 자리 정리를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친구들을 보고 마음을 열고 닦는다. 먼저 자신을 열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내 마음도 환해졌다.
**** 나카오사카 초급학교 학생들.
민족교육역사 자료실을 보면서‘국어를 잃어버리면 민족이 없어지는 것이고 국어가 병들면 민족정신이 병들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난 아무런 의문도 없이 자연스럽게, 때로는 불평도 하면서 살았던 것들이 이들에게는 늘 절실하고 투쟁하여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었다는 것이 벽에 붙어 있던 사진들을 다 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헤어지는 발걸음 무겁고 슬프다. 그런 내 마음을 아이들이 밝혀준다. 사진을 함께 찍고 버스를 타려고 할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이 버스로 먼저 달려간다. 그리고 손을 높이 올려 우리를 마중한다. 아,, 이런 내가 어릴 때 하고 놀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마치 내가 무슨 귀한 사람인양 대궐 문 같은 멋진 터널을 만들어 준다. 떠나는 발목을 잡는 내 마음과 달리 정말 기쁘게 가는 순간까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버스를 타니 후덥지근하다. 다들 ‘에어컨 잇빠이’라고 주문한다. 금새 마음이 내 현실과 가까워진다. 학교 어디에도 에어컨은 없었다. 낡은 선풍기만 있었다. 더위에 힘들고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런 불평도 없다. 그저 학교를 사랑할 뿐인 모습을 보일 뿐이다. 내가 좋은 모습으로만 보려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 몽당연필 방문단이 떠나려고 하자, 고사리 손을 모아 구름다리를 만들어주던 나카오사카 초급학교 학생들.
잠시 휴식을 하고 공연장으로 갔다. 지난 번 방문 때 뵈었던 히가시조선중급학교 교장선생님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선물도 전해 드렸다. 너무 고마운 분이셔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준비한 옷이 너무 클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 상상으로는 키도 크고 풍채도 좋았던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좀 옷이 크다고 생각된다...
공연이 시작 되었다.
일본어를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통역하는 일본어마저 내 귀에서 마음으로 내려온다. 행여 놓칠 새라 온 몸이 분주하다. 무대에서 들려오는 노래 하나, 몸짓 하나 내가 예전에 듣던 노래로, 보던 춤으로 보이지 않는다. 묵직하고 애잔하고 그래서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즐겁다. 행복하다.
초등학교 어린아이가 되어, 고학년 언니들이 추던 춤을 보는 그런 마음이 되어 고급학교 언니들의 부채춤을 본다. 춤추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을 보며 화들짝 내 나이를 생각한다. 내 딸을 생각한다. 저렇게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이 힘든 곳에서 보란 듯이.
**** 콘서트 직전 '오사카 조선고급학생'. 우리학교 학생들을 관중석 맨 앞에서 관람하게 하는 것. 몽당연필의 원칙입니다.
내 옆에 앉아 공연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분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을까, 얼마나 많은 일들이 공연 사이사이 겹쳐졌을까, 얼마나 많은 친구들의 얼굴이, 이름이, 눈물로 눈물로 흘러 내렸을까,
내 자신도 뜻 깊은 공연을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만족할 공연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어느 정도 도움도 줄 수 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일본 연락회 사람들과 출연진, 학부모님들과 식사 시간을 함께 했다. 일본 공연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의 인사와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 서로 격려하는 자리였다. 멋진 춤을 보여주시고 연주를 해 주셨던 분들과 사진도 찍고 말도 나누고 어느새 난 무대 밖 조그만 팬이 되어 설레기도 했다. 학부모님들이 살았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도 듣고 나도 잘 모르는 우리 노래들도 부르면서 마음을 합치고 정을 나눈다. 내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초대해서 함께 밥 먹고 싶다.
지난 번 방문에서 뵈었던, 이제 가면 언제 볼까나 우리 가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골목어귀에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던 우토르 마을 할머니, 만나자 마자 첫 마디가 ‘부럽습니다. 내 나라에서 사니 얼마나 좋습니까?“하며 자기 마음을 감추지 않던 단바망간기념관 선생님,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설명하고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신 맘 좋은 교장선생님, 그리고 이번 방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다시 밥 먹고 싶다. 그저 만나서 밥 먹고 싶다.
오사카에서 마지막 날이 그런 아쉬움과 희망을 남기며 어둠을 지나 밝아오고 있다.
2013. 7. 6.
마지막 일정은 자유 시간, 할 일 없는 사람은 쯔루하시 시장 구경.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여행을 많이 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늘 아이들과 함께였다. 그래서 남편은 늘 힘들었다. 아이들과 나를 책임지는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항상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은 남편을 바라보는 내 눈길이 가볍다. 꼼꼼한 성격에 일정, 먹는 것, 타는 것, 빈틈없이 챙기느라 분주했는데 그냥 주는 것 먹고 가자는 데 가면 되고 이렇게 고마운 것을 몽당연필이 해 준다. 언젠가 내가 다 해 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가 하기 전에 몽당연필이 해 줬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 할 일은 남겨두고.... 기대하시라.
쯔루하시는 오사카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이 모여 만든 코리아타운이라고 한다. 시장을 들어서자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즐비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반찬 가게이다. 김치도 한국보다 종류가 더 다양하다고 한다. 한참을 걷다 한 한복집에 들렸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한복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부부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일본 고대사 공부할 때 들었던 백제인들이 일본에 건너온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여기 살고 계시분들에게는 자긍심이 되어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터를 잡기까지 어려웠던 이야기들,
*** 위의 사진은 현재의 이쿠노 '코리아타운' 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60년대의 이카이노(이쿠노의 옛말) '조선시장'. 남북이 변하고 재일조선인사회가 변하듯이 '조선시장'에서 '코리아타운'으로 이름을 바꾼 그 곳이지만, 재일조선인의 생활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입니다.
조선학교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힘들었던 하지만 또 한편 추억이 되는 이야기들까지 그리고 두 분의 연애담까지 귀하게 듣고 길을 나선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이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들을 수 있을까?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아, 이곳 동포들은 결혼식장에 드레스 대신 화려한 한복을 입고 당당하게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때마침 자신들의 결혼식에 입을 혼례복을 입어보고 있는 예비부부를 만나 화사하고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자신들의 삶을 지키는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눈으로야 다 찾고 느낄 수 없지만 어느 거리, 상가, 흐르는 물, 고개 들어 하늘까지 이곳에서 살아내야만 했던 노고가 녹아 있지 않은 곳이 있을까? 골목 골목 쯔루하시를 돌아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는 상상 할 수도 없었던 일들을 겪어내고 이겨내야만 했던 사람들과의 잠시 만남으로 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가 모여 긴 시간이 되듯 내가 3일 동안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본 것들이 내 삶에 더 의미가 되는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내가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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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사진 보니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요, 비록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금 일깨워 주셨습니다... 따뜻한 글 덕분에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왔답니다...^^
우아님의 마음 속을 세밀화로 보는 듯 합니다!!!!!ㅋ 아껴 놓으신 세밀한 마음도 차근히 나눠 주시길!!!!^^
7월 4일이 생일이셨군요. 사무국장과 함께 생일축하를 하셨어야 했었네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글 잘 봤습니다.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