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나흘 앞두고 결국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다시 충돌이 발생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을 위해 기존 건물 내부 철거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지역 상인들이 이를 몸으로 막아 나서면 2차 충돌이 발생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을 시도하는 주안8동은 지난해 인천시가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던 곳으로, 시가 일시정지를 권고하자 홈플러스는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일시정지 철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인근 지역 상인들의 피해가 현저하게 우려된다며 홈플러스의 요청을 보류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입점을 위한 철거공사를 강행해 지난 6일 1차 충돌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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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인천시의 일시정지 결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입점을 위한 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주안동입점저지대책위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등이 이를 몸으로 막나서면서 두번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사진은 6일 상인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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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충돌은 충돌이 발생한 6일 철거현장에서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와 주안동대책위가 1급 발암성 물질인 석면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 됐다. 상인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석면의심을 신고했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7일 현장에 출동해 석면을 확인 한 뒤 홈플러스 측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허가를 얻은 홈플러스 측은 16일 석면해체수거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튿날 17일 다시 철거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이를 다시 상인들이 몸으로 막아 나서면서 2차 충돌이 발생했다.
주안동대책위 최관식 대표는 "추석이라 장사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 무슨 날 벼락이냐? 공사를 강행하니 장사 대신 여기 와서 몸으로 막고 있어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고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뭐 그리 먹을 게 있다고 이러는지... 사는 게 서글프다"고 하소연 했다.
충돌이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인천시청과 남구청 담당공무원,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상인대표, 홈플러스 업체 측 대표들이 나와 공사강행여부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급기야 박우섭 남구청장도 현장을 방문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구청이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라고 한 뒤 "나아가 군수구청장협의가 공동대응 할 수 있도록 하고, 단체장들의 의지를 모아 올바른 사태 해결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결정도 무시하더니 폭력까지 휘둘러"
인천시 또한, "비록 권고사항이라고 하나 그래도 행정관청이 법 절차에 따라 내린 일시정지 결정을 이렇게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도 되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18일 주안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점공사 현장은 공사를 강행하려는 홈플러스 측 공사관계자와 이를 막으려는 상인들이 대치를 벌였다.
18일 대치가 지속되는 도중 오후 3시 30분 무렵 철거 공사차량을 막아선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을 철거업체 측 대표로 추정되는 관계자가 뒤에서 폭력을 행사해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같이 있던 민노당 정수영 의원이 곧바로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홈플러스 측 공사관계자를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행범은 문학지구대로 이송 됐으며 신 집행위원장 역시 문학지구대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사관계자는 인천 남부경찰서로 이송 돼 추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신 집행위원장은 조사를 받은 후 병원으로 후송됐다.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이미 SSM관련 대책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고, 정부와 국회도 뜻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더욱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강행에는 몸으로 막아 설 수밖에 없다"며 "일시정지까지 무시하는 홈플러스가 추석전쟁을 치르겠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안동 일지
- 9/1(수) : 홈플러스, 인천시에 가맹점이므로 일시정지 제외 요구 공문접수
- 9/5(일) : 입점 공사를 위한 가림막 설치
- 9/3(금) : 인천시, 홈플러스 측의 일시정지 요청에 대해 보류 결정
- 9/6(월) : 오전 9시 일시정지 보류에도 불구 철거공사 강행, 1차 충돌
대책위, 오전 11시 긴급기자회견 및 집회
철거현장에서 석면으로 의심되는 자재 발견해 중부지방고용노동부 산업안전 과에 신고
- 9/7(화) : 오전8시 철거공사재시도, 2차 충돌, 고용노동부 현장조사 후 석면발견 작업정지 명령.
- 9/16(목) : 고용노동부 공사 중지 명령 철회, 홈플러스 석면해체수거작업 진행
- 9/17(금) : 오전 8시 철거업체 공사 강행, 대책위 상인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항의 및 제지
- 9/18(토) : 홈플러스 측 공사관계자와 대책위 여전히 대치 중, 홈플러스 측 공사관계자 폭력행사 혐의로 경찰이 현행범 체포, 대책위집행위원장 병원 후송
4년간, SSM은 2배 성장... 상인은 반토막
SSM대책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여야합의를 통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음에도 불구, 정부와 한나라당이 법 개정을 미루는 사이 SSM은 급성장을 했고, 지역 상인은 붕괴됐음이 또다시 드러났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자료를 보면, 최근 4년간 SSM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상승한 반면 인근 상인들의 매출은 약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SM의 대표주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GS슈퍼, 롯데슈퍼를 비롯한 SSM의 총 매출액은 2006년 1조1792억9700만원에서 2009년에는 2조5426억4600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94억5400만원에서 587억7200만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3144개 SSM 인근 점포를 조사해 각 지자체에 제출한 실태조사 결과는 SSM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이후 SSM이 진출한 인근 지역 상인들의 매출액과 고객수에 대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평균 매출 감소율은 48%, 고객수 감소율은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상인들의 매출액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재식 본부장은 "결국 정부와 한나라당이 대책법안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중소상공인의 피해는 나날이 커진 것"이라고 한 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대형마트와 SSM 규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