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궁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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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랑의 향기를 찾아서</b><p>
<img src="http://cafe8.daum.net/_c21_/pds_down_hdn/no_5_poster.jpg?grpid=PLi&fldid=JYl&dataid=89&grpcode=johnhoon&realfile=no_5_post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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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1 양다정</b><p>
다정이는 스물 한 살 만만한 청춘, 무대미술을 전공하는 서울 예술대학 1년생이다.<br>
화려하고 솔직하며 거침없는 이야기 구사력과 쌍거풀 수술한 아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크지도 않은 눈에 들어있는 총총한 까만 눈동자가 매력적인 아이이다. 그녀도 자신의 매력을 아는지 항상 아이라인으로 눈을 강조한다. <br>
그 정도 나이라면 일반적으로 중고시절에 짝사랑 몇 번, 혹은 흔히 말하는 '풋사랑'정도(당시에 나름대로는 진지했겠지만) 몇 번 겪은 정도 일 것이다. 혹은, 27살이면 휴지조각처럼 버려버릴 자기만의 로맨틱 러브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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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2 향수</b><p>
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그것은 꽃의 아름다운 모양도 모양이지만 향기 때문이다.<br>
흔히 대부분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오감, 특히 코가 민감하다고 한다.<br>
때문에 더더욱이 로맨틱해 질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셈이다.<br>
따라서 '향수'는 여성들의 인기 품목인 셈이다.<br>
perfume('연기를 통해서'라는 뜻의 라틴어 per fumum에서 유래)은 향을 내는 물질들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하고 알코올 등에 용해시켜서 만든 화장품이다.<br>
향수제조기술은 고대 중국인, 힌두인, 이집트인, 유대인, 카르타고인, 아랍인, 그리스인, 로마인에게 잘 알려져 왔다.<br>
향수는 조합된 향료를 에틸알코올로 20-25%로 희석해서 만든 방향제품의 총칭이다. <br>
일부, '선수'를 자처하는 여성분들은 자신의 후각을 깊게 자극하는 향수를 쓰는 남자들에 대해서 직업, 나이, 외모 불문하고 우선 호감을 갖는다고들 한다. <br>
그것이 대부분 나는 이름도 외울 수 없는 고급 외제 향수라는것도 자명한 사실이다.<br>
그래서 여자들은 어린 나이에도 향수에 관심을 갖고 자기들끼리 이야기 꺼리가 되는 모양이다. <br>
남자들이 땀 냄새나는 축구와 곰팡내 나는 군대 이야기 할 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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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lge.co.kr/product/household/washing/images/wd_861rd.gif"><b>s#3 세탁기</b><p>
난 세탁을 주로 밤에 한다. (물론 한꺼번에 몰아서 하겠지요 ^^)<br>
집에 들어와 샤워 후 컴퓨터를 켜기 전에 먼저 세탁기를 돌리고 컴퓨터를 하다가 부저가 울리면 잠시 일을 멈추고 건조대에 넌다.<br>
그러나 한 달에 한 두 번 쯤은 53분이라는 세탁시간이 다 되기도 전에 잠이 와서 자거나, 혹은 게임을 하다가 2~3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세탁을 한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잠들어버리고 또 그 다음 날도 그냥 집을 빠져 나와선 밤에 귀가해서 '아차, 빨래' 하며 세탁기 안을 들여다보면 세탁물들이 전부 세탁기 벽에 달라붙은 채 말라붙어 구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건조가 잘되지 않은 세탁물들은 아다시피 곰팡내가 나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세탁을 하지만 난 어떤 경우 깜박 잊어버리는 수 가 있다. 그 곰팡내 나는 세탁물들은 흔들의자에 던져진 채 2주고 3주고 막연히 행선지를 기다리고 있다. <br>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날라가면서 이 세탁물이 다시 세탁을 해야하는 건지, 접어서 서랍에 들어가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입고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곤 시간이 좀 지나면 물론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는 못할 정도의 냄새지만 그 곰팡내가 살짝 살아나서 하루가 좀 찝찝하곤 하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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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4 미스테리</b> <p>
다정이는 지난 토요일, '선생님이 주신 초대권을 잃어버렸다' 고 하면서 별로 미안해 하는 기색없이 까만 눈을 말똥말똥 뜨고선 고교동창 H양이랑 '강택구' 공연장을 찾아왔다. <br>
시작 시간이 남아 동숭아트센타 로비 커피숍에서 차를 한 잔 하러 들어갔다. 실내에 들어오니 다정이와 H양이 뿌린 향수 냄새가 둔감한 나의 코에도 자극을 줬다. 아주 좋은 냄새들이었다. <br>
잠시 후엔 내 향수와, 다정이, H양의 향수 냄새가 섞여서 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난 " 세 명의 향수냄새가 섞이니깐 좀 이상하다" 라고 말하면서 향수이름이라도 물어보려고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화려한 언어구사능력을 발휘하는 다정이가 받아쳤다. <br>
"선생님한테는 땀냄새 나는데요?" <br>
H는 까르르 웃어 제끼고, 나도 한 방 먹었지만 웃어넘겼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그날 입었던 티셔츠가 바로 행선지를 궁금해하면서 흔들의자에서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던 회색 'south park' 라는 놈이었다는 사실이 번득 떠올려 졌다. 그렇담 다정이는 내 향수냄새보다 그 곰팡내를 우선적으로 맡았단 말인가? 아님 진짜 농담이었을까? 정말로 정말로 코를 옷에 바싹대고 맡아봐야 겨우 살짝 느낄 수 있는 곰팡내인데 말이다.<br>
그녀는 그렇게 후각이 민감할까? <br>
그러나 그 미스테리는 곧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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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5 샤워 코롱</b><p>
-공연 후 술자리, <br>
-다정, H, 나<br>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간 후 대화가 어떤 계기없이 향수 이야기로 옮겨졌다. <br>
각자 향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후각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내 세탁기 일화도 여지없이 나왔다.<br>
그 이후 기억나지 않는 대화를 하다가 다정이가 주특기인 그 화려하면서도 쉼없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br>
"초등학교 때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내 첫사랑이예요. 아니, 짝사랑인가? 후후.... 왜 사랑을 느꼈는지 아세요? 히히... 그때 뭘 알겠어요. 근데 짜식이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같이 수영장을 간거예요. 그애랑 나랑 수영복만 입고, 난 비키니입고 재밌게 놀았어요. 수영이 끝나고 나왔는데 그 애도 남자 탈의실에서 나왔겠죠? 근데 사건은 여기서 터진 거예요. 아직 촉촉히 젖어있는 머리로 기다리고 있던 녀석이 내가 나오니까, "가자" 하고 내 앞을 가로질러 가는데 걔 몸에서 너무너무 좋은 냄새가 나는거예요. 정말로 황홀했어요. 난 무엇에 홀린 듯 걔의 뒤를 따랐어요.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촉촉히 젖은 머리, 역광, 그리고 그 냄새....정말 초등학교 땐데 솔직히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니까요...."<br>
내가 말했다.<br>
"아니 그건 성적인 매력인데...... 그 나이에....?"<br>
"그건 모르겠어요..말로 표현할 수 없는거예요... 그리곤 물었죠.<br>
'너한테 나는 냄새가 뭐니?'<br>
'음, 이거?' <br>
하며 보여줬는데 하트 모양같은 플라스틱 병에 '샤워코롱'이라고 써있었어요. 샤워 후에 몸에 바르는 크림이래요. 근데 이거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 싸구려 냄새인거 아시죠? 오천원 짜리, 근데 난 그 냄새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암튼 난 그 애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왠지 모를...그애와 만날때면 그 냄새가 늘 풍겼고, 또 행복했고, 어딜가도 좋았고, 무얼해도 좋았어요. <br>
그리곤 헤어졌죠, 많이 울었던 기억도 나요.<br>
뭐......근데 세월이 흘러 내가 중학생이 된거예요, 그리곤 그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예요. 정말 동네 작은 화장품 가게있죠? 거기서 정말 구석에 쳐박혀 있는, 먼지 좀 묻어있고..그런..지금은 아무도 쓰지않는, 그런 거요, 너무 반가워서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었더니 '그거...육천원 인데 오천원에 줄께' 글쎄, 세월이 지났는데도 오천원인거예요, 난 얼른 샀어요. 그리곤 그 냄새를 맡았죠. 정말 대중 목욕탕에 비치된 싸구려 크림같은 냄새였지만 난 이 냄새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 애 생각이 간절히 나더라구요...그리고 그때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 <br>
그리곤 또 깜박 고등학생이 된거예요. 그때 쫌 사랑 비슷한걸 한 남자애를 만났어요. 착하고 하얗고...얘기도 잘 통했어요. <br>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중학교 때 샀었던 그 샤워코롱이 있는거예요. <br>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그 냄새가 화악! 나더라구요. <br>
그리곤 지금 사귀는 남자애하고, 초등학교 때 그애하고 교차편집이 막 되는거예요. 그러면서 '난 초등학교 그 애를 더 사랑했던거 같아'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나름데로는 지금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예요. <br>
그리곤 며칠 후 남자친구를 만나서는 그 애에게 그 샤워 코롱을 발라줬어요. <br>
얼굴에.....목에..... 손에.... 팔에...천천히.....깊게....<br>
그리곤 그의 품에 들어갔어요......정말 포근하고....뭐랄까...또 어린 시절 그 느낌으로 돌아간거예요..... 근데 뭣도 모르던 남자친구는 후에 들었던 얘긴데 그때 제가 그거 발라줄 때 뭔지모를 황홀함을 느꼈다고 하더라구요. <br>
암튼 그거를 한 반 통을 바를때까지 만났는데......또 헤어졌어요....헤어지는데 한 2년 걸렸나? 참 힘들게 헤어졌어요......<br>
그 놈의 샤워코롱이 내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 코를 자극한 거예요. 참 그거 싸구려인데 말이예요. 냄새 아시죠? 그 알콜냄새 많이 나고....지금은 화장품 가게에 없어요. 주식회사 푸른 화장품이라고 아세요? 그런데서 나온거에요....근데 난 아직도 그 냄새가 좋아요...후후.... 물론 다른 향수들 냄새 좋죠, 근데 추억의 향기는 다른거 아시죠? 선생님의 그 불가리 향수 냄새보다 좋아요, 하하하"<br>
다정이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내가 뿌리는 향수의 이름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챈 것이다. 그녀가 아까 말한 '땀냄새 난다' 는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는 생맥주 500cc를 반쯤 들이켰다.<br>
그리곤 말을 맺었다.<br>
"내 책상 맨 아래 서랍 구석엔 그때 반쯤 남아버린 샤워코롱이 아직 있어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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