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태풍에 온 나라가 피해를 받았습니다. 유치원앞 나무도 쓰러지고 , 현관 앞을 장식하던 입구조형물도 날아갔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유치원에서 밤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목포지회 신입회원 한 분이 2살, 5살 아이와 함께 아이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구룬파 유치원/호리우치 세이치 그림/니시우치 미나미 글/이영준 옮김/한림출판사>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보고 놀라면서 유치원 문을 들어서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다섯 살 혜정이가 공주책 가져왔냐고 묻습니다. 어쩌나 안가져왔는데...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고양이 공주라고 해 보았지만 머리가 짧다고 합니다 ㅜ
다섯 살이 볼 만한 공주는 어디에 있을까요? ^^
표지에 코끼리 이름을 알려주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구룬파가 쓴 "구룬파 유치원" 도 보여주고요. 아이들이 구룬파가 글을 잘 썼다고 합니다.
외로운 구룬파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지게 변신을 하고 일 하러 가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맨 처음 커다란 비스킷을 만들어 일을 그만 두게 되고, 연못 같으 접시를 만들어 두 번째 일도 그만 두게 되고,
아저씨가 쑥 들어가 빠질 정도의 구두를 만들어 그만 두게 되는 장면을 읽는데
명윤이가 "구룬파가 신으면 되는데..." 합니다.
"그렇지 구룬파가 신으면 되겠네"
피아노 공장의 커다란 피아노도 "구룬파가 치면 되는데"
굉장히 커다란 자동차도 "구룬파가 타면 되는데"
정말 구룬파는 대단한 코끼리 입니다.
"한참 가자 아이가 12명이나 있는 엄마가" 요기쯤 읽는데 아이 숫자를 세어 보겠다고 명윤이가 나섭니다.
"하나, 둘... 열 둘"까지 야무지가 셉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한 번씩 다 셉니다.
마지막에 네 살 호은이가 셉니다.
조금 엉터리지만 아주 신나 합니다.
책장을 못 넘기게 하면서 계속해서 세기 놀이를 합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세기 놀이에 빠지게 하는걸까요?
마지막구룬파가 만든 구두에서 아이들이 놀고, 접시연못에서 수영하는 자염늘 보고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권윤덕 그림책/창비>
표지를 넘기고 속표지를 보니 반쯤 나온 얼굴의 고양이가 여러마리 있습니다.
또 명윤이가 몇 마리 인지 셉니다.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셉니다.
한참을 세고 나서 첫 장을 넘겼습니다.
고양이가 자기를 따라한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를 조용하게 지켜봅니다.
그러더니 아이가 고양이를 따라하면서 책장에 올라간 장면에서 혜정이가
"왜 아이 눈이 검정색이었는데 초록색으로 바뀌었냐고?" 묻습니다.
"그건 고양이를 따라 하니까"
제가 볼 때는 그랬나보다하고 궁금해 하지 않았던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혜정이가 또 묻습ㄴ다.
"왜 이번에는 눈이 검정색으로 바뀌었냐고?"
"이제 고양이를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재미나게 노니까"
두 권을 읽고 나자 아이들이 다시보기를 하러가고, 놀이하러 갑니다.
그런데 호은이가 한 권 더 읽어주라고 합니다.
대비해서 한 권 더 가져가길 잘했습니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초 신타 그림/하이타니 겐지로 글/양철북>
두 명에게 읽어주게 되어서 양 옆으로 아이를 안았습니다.
호은이가 냉큼 무릎에 올라와 앉습니다.
읽고 있는데 딴 짓하고 있던 녀석이 "로쿠베 죽었어요?" 하고 묻는다.
ㅋ 아무래도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로쿠베를 구하려고 아이들이 애쓰고, 엄마들이 지나가고,골프채 아저씨가 지나가지마 구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로쿠베가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불어주기로 합니다.
로쿠베 머리위로 비눗방울 날아다니는데
어느 녀석이 "왜 비눗방울이 크고 작고 해요?"
"응 원래 비눗방울이 그래"
이렇게 대답해지만, 아이들은 별 것이 다 궁금하나 봅니다.
나중에 로쿠베가 좋아하는 쿠키를 데려와 구덩이 속으로 "살살 살살"을 연속 네번해서 읽는 장면에선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듣습니다.
"어떻게 해? 로쿠베가 바구니에서 나와 버렸어요."
"그럼 바구니를 하나 더 내려 보내면 되잖아요."
"어떻게 되었을까?"ㅋ 쿠키가 바구니 속에 들어가고 로쿠베도 따라 폴짝 올라탔습니다.
작전성공!
다 읽고 나니 어느새 놀던 아이들이 옆에 와 있습니다.
세 권을 다 읽었는데도 아이들은 놀자고 합니다.
그 와중에 혜정이는 귀를 대라더니 귓속말을 합니다.
언니가 뭐라 뭐라 하는데 알아 듣지 못했어요.
"이거 절대 비밀이에요" 하는데 그 말만 알아 들었습니다.
ㅎㅎ 완전 비밀 보장입니다.
호은이라 채연이가 거꾸로 놀이를 하자고 합니다.
두 아이 다리를 올려 잡고 자동차처럼 이쪽 저쪽으로 다니는데 아주 신이 났습니다.
저는 에고고... 두 번으로 합의보고 풀려났습니다.
회원이 데려온 다섯 살 아들이 처음으로 만난 친구들하고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선입견없이 누구하고도 잘 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