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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군 상월면.
거기서 옛날이 이씨 한 분이, 근력이 어트게 센지, 농사를 짓는디, 가물먼 그 근방 사람덜 물을 못댜. 근력주장으루.(1)[주]근력으로 남을 위압하는 바람에 혼자 물 대지. 아 그러구 뭐, 그 분이 거기서 논이 나와서 소리질르구 돌아댕기먼 한 번이나 워디 워디 읃어터지먼 죽으깨미 다른 사람 얼른을 못 허거든. 그렇게 멫 해를 농사를 졌는디.
그 부인이 가만히 생각하닝깨, 뛰는 사람 밑이 나는 사람 있다구 깨딱하먼 그 큰 일 나게 생격거든? ‘에, 이거 안 되겄다.’ 구. 그 부인이 근력이 더 세어. 또 저녁 먹구서 물대러 나간다구 뭐 연장 가지구 나가거든. 캉캄한 그믐뱀인디, 그 옛날이 일꾼덜 입던 그 등거리잠뱅이 이 소매 여기 [팔꿈치를 가리키며] 닿능 거 아랫도리 이 무르팍 닿능 거 그렁 게 있어. 그 흥 걸(헌 것을) 뭐 줏어 익구, 낭자머리 끌려서 트러(레)머리 해서, 총각 머리라(처럼) 얹구 수건 질끈 됭이구서, 호미…, 옛날 호미는 시방 호미같가디? 크다라지. ‘호미 호미집 지쿠서 게서 삼동끝을 셨더라’는디.(2)[주]호밋자루(가랫대루)로 집을 짓고도 겨울 한 철을 지낼 수 있을 만큼 호밋자루가 굵었다는 말. 호미 하나 들구서 갔더라느먼. 가닝깨 게먹을 놓구(3)[주]호기 부리며, 으름장 놓으며. 혼자 돌오댕기는디 보닝깨 자기네 논이루 물이 다 들어가. 다른 사람은 물 댈 번이두(차례로) 못 타구. 물대… 막은 디를 팍팍 파 집어내빌머, ‘이 워떤 눔이 저만 먹구 살라구, 이 가뭄이(가뭄에) 다른 사람은 농… 굶어 죽으라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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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냐.’ 구. 막응 걸 다 파 호미루 막 파 집어내빌구 이거 워떤 눔이 이런 버르장머리 하느냐구 막 소리를 질릉깨, ‘아, 이 워떤 눔이 남 노… 물대는디 이러느냐구 들어싸커던.(4)[주]응수하며 맞서거든.
“아, 너만 먹구 살래? 다른 사람두 노… 물 대서 농사 져 먹구 살으야지.”
“아, 이게 [무시하듯] 뭣이가 이러느냐?”
“[도전하듯]뭣여?”
그 부인다가서 뎀빌라구 하는 사람 홀목을 꼭 붇잡어서 양짝 홀목 한짝 손이 틀어 쥐구서 호미 펴서 몽타리 매놨지(5)[주]감아서 묶어 놨지. 팔뚝이다. ‘못된 놈으 버르장머리 다 한다.’ 구.
아, 그러닝깨 그렇게 사뭇 게먹을 놓구 하던 이가 기가 팍 죽어가지구서는 꼼짝 못한단 말여. 아, 그 호미 갖다가서 그 무지헌 호밋손을 펴서 홀목이다 감어 놨으니 대장간이가 불 다리야 그거 피지 그것두…. [웃음]
“예, 이눔 좀 젼뎌 봐라. 이눔 버르장머리가 안 됐어….”
“잘 못 했어요. 다시 안 할래요.”
“뭣이 어쨔?”
“잘 못 했어요. 다시 안 할래요.”
“다시 할래 안 할래?”
“그저 다시야 그런 일 있덜 않겄다.” 구.
“다시 안 한다먼 끌러 놔 주구, 또 한다먼 안 끌러 놔 줘.”
“다시 않는다.”
구. [청중: 그 목소리를 @[ㄴ]형을 해야지.] 변명(변성)할 테지요. 목소리를 우렁 우렁하게 워트게 변명을 해야지. 어둬서 인제 얼굴은 안 뵈지.
“다시 않는다먼 이 자리서 그걸 끌러 주구, 한다먼 안 끌러 놔 줘.”
“다시야 그럴 리가 익겄냐구. 않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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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끌러 놔 줘.”
이렇게 풀러 놨단 말여. 풀러 놓구서 얼른 인저 집으루 와서는 옷 다 벗어 놓구 낭자 끌러 머리 끌러 낭자하구 인제 불 써 놓구 뭘 꼬매는 체 하닝깨, 그전 같으먼 게목을 놓구 들어올 껜디, 쥐죽은 듯하게 코 쑤욱 빠지구 [웃으며] 들어 오거든?
“아, 오늘 저녁이 워서 그케 [웃으며] 일찍 오시요? ”
하닝깨, 뭐라구 말대답두 크게 못 허구 우물쭈물허구 들어 온단 말여.
그 뒤루부터 농사 그저 안 지쿠서는…, 옛날 그 조선총이라는 것이 시방 총 겉덜 안 해요. 부시 쳐서 불 댕겨가지구서는, 그래서 저어, 화신 걸어서, 놓는 총여 그게. 총 잘 놓는 사람은 부시 쳐서 두 발짝 뒥걸음질 해서… 허먼서 부시 치구 두 두 발짝 내디디먼서 화 화신이다 불 걸어 댕기구서 그 총을 놓는다는 그 총여. 그 총을 가지구 인제 사냥을 댕기더랴. 사냥을 댕기는디 강원도 근뱅이구 워디구 숭악헌 산골이 가서 사냥을 하다가서는, 사냥이 재미들어 해 다 가는 중두 모르구서는, 아, 그만 날이 캉캄한했단(하게 됐단) 말여. 암만 근력이 세지만 땅바닥두 흠하구, 워디 갈 바를 알, 갈 질(줄)을 알 수가 있으야지. [청중: 그렇지. 방향을 모르지.] 방향을 모르단 말여. 아, 이리이 저리 인저, 둘레에 둘레 보닝깨 가마드윽허게 불이 지… 빤짜악 빤짝 뵈는 그런 고랭이 있더래요. 근력은 세닝깨 그 불만 바러보구서 바댁이야 어트게 됐던지 거기를 하 참 대구(자꾸) 쫓아 가닝깨, 산고랑이 가서 고라당(고래등) 같은 큰 기와집이 있어. 가서 대문을 뚜드리머 문 좀 열으라구 하닝깨, 월마 있이닝깨 젊은 여자가 와서 나와서 문을 열더라능 게여.
“그 웬 손님이 이렇게 오시느냐.” 구.
“내 그렁 게 아니라 사냥을 허러 댕기다가서, 날 날이 도중에 저물어서 질을 잊었어. 질을 잊었는디, 워트게 보닝깨 여기 불이 빤짝 하걸래, 이 불만 바러보구 왔으니 하룻 저녁 좀 자구 가자.” 구.
“이게 여기서 못 주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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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집에 사람 못 자는 집 집이 워디가 있느냐.”
구. [청중: 응. 법이 워딧느냐?]
“이게 도둑놈에 집이요. 도적놈에 집인디, 저두 도둑눔한티 강약에 부동으루 이렇게 붙잽혀 와서 이렇게 있읍니다. 그런디, 도적눔이 도적질 하러 나간 지가 벌써 수 일 됐읍니다. 오늘 저녁이두 돌아 오는 차례요. 그래 못 주무십니다.”
“사람에 집이 사람 못 자는 집이 워디가 있느냐구. 좀… 내 배두 고프구 좀 자구 가자.” 구.
“그래 진지는 해 드리지요.”
“아, 밥 좀 얼릉 해 오라.”
구. 뭐 뭐라구 알래(안내)할 것두 웂이 안방 그거 들어 가서, 벌떡 드러눴단 말여. 배두 고프구 어력기두 허지… [웃음] [청중: 아, 그렇게시리 무리헌 법이 워디 있어?] [제보자 : 웃음] 월마 있으닝깨 참 저녁을 잘 해 왔더랴. 그래 배고픈 짐이 먹구서 인저, 드러눴는디. 밤이 한 이식하닝깨, 워디서 제비(제미), 천병만마가 들끓어 오는 소리가 나더라능먼.
“이게 무슨 소리냐.” 닝깨.
“이 도둑놈이 저 바깥이 시방 도둑질하구 옵니다.”
도둑눔이 오거나 말거나 느긋허게 드러눴지.
“문 열어라.”
하닝깨, 대문을 두다(드)리더랴. 대문을 두다(드)리닝깨 가 문 열어 주더랴. 아, 말바리다 도적질을 얼매를 해서 실었나, 지가 짊어 지구 말바리다 실쿠, 해가지구 와서는, 모두 말바리 짐 뗘서 인제 모두 놓구 말 딜여매구, 말죽 대주구 그러구서는 방이를 들어와 보닝깨, 웬 눔이 덩치두 엥간히 큰 눔인디, 사램이 들어 오거나 말거나 느긋허게 드러뉙거던.
“아, 이 워떤 눔이 남이, 안방이 와서 이러구 드러눴느냐?”
암 말두 앙쿠서 두러눴지.
“아, 이눔 봐라? 이게 워터게 생긴 눔이 이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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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그 말 짐 실쿠하는 참바를 갖다가서는, 두 발을 묶어서는, 저 우리네 닭 뭐 묶어서 이렇게 들데끼 한 짝 손으루 들어서 배깥 마리 대(들)보에 갖다 꺼꿀루 매달어 놓는단 말여? 암 말두 않구 매달려 있지.
“술 가져 오너라아.”
하닝깨, 그 좋흔 약줏술을 동이루 막 갖다 놓구, 시방으루 말하먼 이런 양재기, 술잔이라능 게 이런 양재기여. 돼지 대(다)리를 막 갖다 놓구서, 칼하구 도마하구 갖다 놨더랴. 그눔 한 양재기 푹 퍼서 뻘떠억 뻘떡 먹더니 돼지괴기를 썩 벼서는 불씬 불씬 깨밀어 먹어. 꺼꿀루 매달려서,
“야 너만 먹을 게 아니라 나 좀 한 잔 다고.”
휘낀(홀낏) 쳐다보머,
“그래라.”
한 양재기 푹 퍼다 주닝깨 꺼꿀루 매달려서, 뻘떠억 뻘떡 먹구서, 칼루다 안주를 이렇게 [베는 시늉]썩 벼서는 칼 끝으루 푹 찔러서 이렇게 갖다주닝깨 따악 받어 먹어. 그래 저두 또 한 잔 먹더랴.
“야, 죽어서두 슥 잔 살어서두 슥 잔이라는디 한 잔 더 다고.”
“아, 그래라.”
한 잔 또 푹 퍼다 주닝깨 꺼꿀루 매달려서 또 먹는단 말여. 그래 안주를 썩 벼서 인제 칼 끝으루 푹 찍어서 갖다 주닝깨 입 딱 벌리구 받어 먹어. 또 한 잔 지가 또 한 잔 먹더랴. 인제 한 잔 마지막 인제 또, ‘한 잔 더 더 먹으야 슥 잔이다.’ 하구 푹 퍼다 주는디. 푹 퍼다 주구 안주를 칼루 [써는 시늉] 이렇게 쓸어서 푹 찔르머 생각하닝깨, 얼키한(김에) 생객이 깜짝 놀라는 생각이 나. 워디 가서 점 용헌 점쟁이한티 가서 점을 해보닝깨 ( 아무 해 연분(年分)이(에) 아무 달이 아무 날은 대인을 만날 께다 그러닝깨 니가 그 대인을 너머 괄세했다는 네 생명을 부지 못 헌다아) 점꽤가 이렇게 나더랴. 그 생각을 깜짝 놀라 생객이 나더랴. 그저 칼 턱 놓구서 대보에 그 참바를 끌르머,
“이거 살려 주시교 그저. 과연 잘못했읍니다. 내집에 오신 손님께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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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잘 못해…”
“갠찮어 그렇기가 예사지 뭐.”
늠릅허니(6)[주]오연하고 당당하게.…[웃음] 아, 그 때는 술상 다시 봐 오래서 참 기맥히게 대접허구,
“그저 잘못했읍니다.”
“개앤찮어. 그렇기가 예사지.”
아, 이라구서 인제 그 도적눔허구 인제 친했단 말여.
하루빰 잘 자구서 인제, 그 이튿날 아침 읃어 먹구서 ‘나 인제 간다,’ 구. ‘잘 자구서 간다.’ 구. 잭별하구서 갔단 말여.
그질루 서울 가서 과거를 보는디, [청중: 누가 과거를 봐요? 도둑놈이요?] 아니 그 총쟁이가. [청중: 응.] 대장을 했어요. 오군문도대쟁(五軍門都大將) 여. 오군문도대장을 해 가지구서 인제, 오군문도대쟁이 옛날이 군사를 오천 칠백 일흔 두 명을 거느리구 있더랴. 그 앞이서 날마두 번을 스구 그라는디, 아, 하루는 나라에서 영 네리기를 ‘문 안이 대적이 들었으니, 잡으라‘ 구 영이 네렸단 말여. 군사 오천 칠백 일흔 두 명을 저언부 출동시겨 가지구 포위해 가지구서 잡었는디 보닝깨 그눔여. 이렇게 인제 그 앉었는디, 그 이 대장은. 갖다 앞이 갖다 꿇리더라능먼. 보닝깨 그 도둑놈이거든? 감히 고개 들두 못 허구 이렇게 숙이구 [고개 숙이는 시늉] 꿇려 엎드렸단 말여. ‘너 대상(臺上)을 바러봐라아.’ 하닝깨, 얼굴 들구서 이렇게 바라보는디 그 도둑눔여. [난감한 표정으로] 그거…. [청중: 도둑눔두 다 알지요? 도둑눔두 다 알거 아녀요?]
예. [청중: 도둑눔두 알거 아녀?] 알지요. [청중: 응.] 가마안히 앉어서 생각하닝깨 기가 맥혀.
“옛 일을 생각하니 차마 워디 너를 죽이겄니?”
도둑눔한티 다짐을 받었어요.
“너 도둑질 할래 안 할래? 또 한다먼 죽일 텨. 헐래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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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닝깨,
“다시야 하겄어요? 인제 않겄읍니다.”
“않는다구 (하고서) 또 할라구?”
“ 그 다시 않겄어요.”
“옛 일을 생각하닝깨 차마 너를 쥑이지 못 혀. 그러닝깨 너 그런 줄 알어.”
“예.”
“그래 끌러 놔 줘라.”
그래 끌려 놨다능 기여. 그래 살렸더랴. 그런디 도둑눔두 너무 우람허게 잘 생겨서 차마 죽이기가 아깝더래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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